기름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조화롭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떠오른다. 흔히 서로 맞지 않은 둘을 두고 "물과 기름 같다"라는 말을 사용해서 일까? 그 말이 이내 내 몸 어딘가에 박혔는지, 기름이란 단어는 조금 불편한 느낌을 준다. 우리 몸과 이 땅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물은 조화롭지만, 그 물과 섞이지 못하는 기름은 억척스럽고 고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가만히 기름이 사용되는 우리의 식탁을 들여다보면, 물과 섞이지 못하는 모난 기름이 물과 섞이지 못할 뿐이지,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 요리의 클라이막스를 맡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이야기하려 한다.
유지작물油脂作物
유지작물이란 식용기름을 짜기 위해 심어지는 작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유지작물을 꼽자면 참깨와 들깨, 땅콩, 유채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옥수수와 해바라기 등 10개 남짓의 작물이 추가로 심어지고 또 사용되고 있다. 한데 잠깐 짚고 넘어갈 부분은 대표적인 유지작물에 땅콩도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땅콩은 그 자체를 볶아 섭취하거나 혹은 볶은 땅콩을 부숴 음식에 가미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니, 땅콩기름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생경할 뿐이지, 세계적으로는 식물성 기름의 원료로 땅콩기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땅콩의 한해 생산량 4,600만 톤 중 약 11%의 양이 기름을 추출하는 데 사용될 정도였으니, 그 수요가 어마어마하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왜 땅콩보다 깨가 더 유명한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은 우리나라의 식생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참깨는 인류가 기름을 얻기 위해 재배한 첫 번째 작물로, 여러 유지작물 중 그 역사가 가장 깊다. 참깨는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를 원산지로 하며, 기원전 3천 년 경에 아라비아, 인도, 중국 등 아시아로 전파되면서 우리나라에는 중국에 먼저 참깨가 도입되고 난 이후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쯤부터 참깨와 들깨에서 추출된 기름이 채소와 나물을 즐겨 먹었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 요리에 사용했을 때, 풍미와 부족한 지방을 보충해주는데 효과적임을 알게 되면서 필수 양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단, 이것은 동양 쪽에만 해당되는 사항으로, 이유는 그 냄새에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오래전부터 음식에 사용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 고소한 향과 풍미가 좋다고 여겨지지만, 서양 사람들은 주로 빵과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이어왔기 때문에 참기름과 들기름을 접할 기회가 적어, 그 냄새를 되려 고약하다 인식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참깨와 들깨가 품질이나 영양학적 면에서 우수하다 평가되면서, 저온 추출 방법을 통해 고소한 냄새가 덜한 생참기름과 생들기름을 만들어 수출하는 등 서양 사람들이 접하기 쉽도록 개량된 상품이 다수 만들어지며 유통되고 있다.
기름을 만드는 방법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온압법과 냉압법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볶아서 짜내는 '온압법'을 선호한다. 냉압법은 그 반대로 볶는 과정을 제외하고 착유하는 방법을 말하며, 여기서 볶냐 안 볶냐의 차이가 이후 나올 기름의 맛과 향기, 활용법 자체를 달리 하기 때문에 음식에 사용할 때는 이를 구별하여 사용해야 한다.
볶아서 추출한 참기름은 향이 진해 향신용이나 튀김유에 사용하며, 저온으로 추출된 참기름은 샐러드유로 쓰는 것이 좋아, 앞서 말했듯 서양인들에게는 볶았을 때 나타나는 고소한 냄새에 거부감이 있기에, 저온 추출법으로 만들어진 참기름이 수출에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서 저온 추출법으로 만들어진 기름에는 '생'자를 붙인다.
덧붙여서 참기름과 들기름은 활용도는 비슷하지만 보관법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는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참기름은 '리그난'이라는 성분이 산패를 막아주기 때문에 상온 보관을 해도 무방하며 오히려 상온 보관을 하는 것이 특유의 맛과 향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에, 햇빛이 들지 않고 습기가 적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반면, 들기름은 오메가-3을 비롯한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변질되므로 냉장 보관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식탁의 완성을 맡는 참기름
휴일에 집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 나는 보통 간편하게 한 그릇에 모두 담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메뉴로는 비벼 먹거나 얹혀 먹는 덮밥 형식이 대부분인데, 공통적으로 모든 요리에 빼지 않고 넣는 것이 바로 '참기름'이다. 시금치와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을 이용한 무침을 할 때는 물론이고, 간장이나 고추장으로 간단한 비빔밥을 하더라도 꼭 참기름을 두르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밥과 재료들이 부드럽게 섞이는데 일조하면서 동시에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참기름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찬은 없어도 꼭 집에 구비해두는 필수 식재료중 하나였다.
기름이라는 어감이 가진 부조화라는 이미지와 달리,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많은 날 동안 조화를 도왔던 작물 깨. 내심 그 조화로움이 부럽기도 한다. 살아가는 동안 참 많은 사람과 부딪혔지만, 대체로 오래가지 못했던 관계에서 나는 부조화라는 기름이었나 보다. 반면, 누구와도 잘 어울리던 너는 조화라는 글자로 기름을 써 내렸는지, 나는 네게 참 많이 끌렸다. 나와 달리 조화롭게 살아가는 너를 더 닮고 싶어서.
작가가 전하는 건강한 농산물, 건강한 작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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