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의 삶은 자유'라는 물증 없는 확신

이적 - Rain

by 전성배
간사한 마음과 자존심이 한데 버무려 뱉어낸 무모한 이별은 발산지의 입부터 시작해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전체를 말린다.


간사한 마음의 시발점은 스스로도 과분하다 생각하는 사랑의 크기에서부터였다. "이토록 나를 아껴주니, 이토록 나를 사랑하고 위하며 나를 바라보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고맙고 사랑한다. "라 말했던 최초의 감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빛을 잃어갔다. 나를 아껴주는 그의 마음을 점차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을 내가 그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감히 착각했다. 시종여일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나는 거만해졌다. 점차 이별에 무감각해졌고, '이별 후의 삶은 자유'라는 물증 없는 확신으로 종국에 이별을 뱉었다.


간사한 마음은 그렇게 완성되어 결국 이별을 뱉게 한다.


이것은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사랑받는 사람의 잘못된 성장의 한 예다. 누군가는 받는 사랑을 거름 삼아 더욱 자신의 잎사귀를 키워 상대를 품지만, 누군가는 그 반대였으니 나는 후자에 해당되었다. 결국, 홀로 모든 책임을 지고 속죄의 시간을 맞이하는 것이 숙명. 때가 되면 자연히 내리는 비를 보며 슬픔을 대입하고, 번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여느 때처럼 속해있지만, 방 한구석에 잊힌 화초처럼 동떨어져 흐르지 않는 시간을 묵묵히 바라본다. 본 적 없는 마음의 실체를 맞닥뜨리고 떨어져 나간 부위의 시림을 끌어안으며, 온 밤을 추위에 잠 못 이룬다. 받았던 사랑에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람이 겪는 삶이 그러하며, 그것을 함부로 한 사람의 최후는 이러하다.


언젠간 형량을 다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겠지만 후회라는 죄책감은 평생을 따르겠지.

마르지 않는 눈물, 해소되지 않는 공허라는 형태로.

unsplash


2020.04.25


주말인 오늘, 오후에 있을 여자 친구와의 약속 전에 자주 가던 카페에 가기 위해 이른 아침 집을 나섰습니다. 비가 연일 내리던 며칠 전과 달리 오늘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카페에 가는 동안 여느 때처럼 음악을 듣기 위해 재생목록을 뒤지다 '이적의 Rain'을 발견했습니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덕에 재생목록을 몇 년이고 바꾸지 않는 저로서는 목록에는 있지만 오랫동안 듣지 않는 음악이 자연스레 쌓이게 되었고 이적의 Rain 또한 그중 하나였는데, 오늘의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 음악이 왜인지 끌렸고 오랜만에 재생을 해 가사와 함께 천천히 가수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여자 친구의 사랑에 스스로 자만해졌다는 걸.


만난 지 2년이 훌쩍 지난 우리의 사랑은 면밀히 살필 것도 없이 한결같았습니다. 특히, 그녀가 제게 주는 사랑은 시종여일 그대로였죠. 하지만 그와 달리 사실 저는 언제부턴가 소홀해졌음을 느꼈습니다. 사랑한다 말하는 그녀의 말 앞에 조금씩 무감각해짐을 느꼈죠. 당연한 것이고, 응당 그래야 한다는 거만한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마음이 Rain이라는 곡으로 저를 이끈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홀로 남겨져 공허와 후회를 말하는 이 곡으로 말이죠. 여러분도 한 번쯤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과 함께 듣고 읽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혼탁해진 삶을 갈무리할 시간, 전자 수필집《삶의 이면》전성배 지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를 톺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