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아니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지난 8월 초 한 출판사와 정식으로 출간 계약을 맺고 원고를 쓰고 있어 시간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장르는 '농산물 에세이'입니다. 꾸준히 써왔던 농산물 글이 출판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출간 제의를 받게 되었거든요. 이번 출간 제의 또한 역시 처음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지난 2017년 출간 제의를 받게 된 것을 시작으로 이번 세 번째 출간 제의를 받게 될 때까지. 저의 부족함이 수시로 저를 내몰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자신감이 물살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쉽게 부서지기 일쑤였죠. 지금도 물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출간은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출판사 측에서도 제게 응원과 확신을 주시니, 더 이상 망설이며 거절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다음 달이면 마무리될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을 때 또 긴 편집 과정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원고가 온전히 책으로 출판될 때까지는 계속 긴장해야 할 테죠. 그래도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게 글에 대한 애정을 심어 준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 <글의 품격>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의 저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이 쓴 말에도 온도가 있다는 문장 하나가 저를 지금도 이끌고 있습니다. 삶의 아주 작은 것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느림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억이 쌓이고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무수의 기억들 중 살아남은 생존자일 뿐입니다. 더 많은 기억이 잊히고 사라집니다. 우리네 삶은 하루하루 셀 수 없이 쏟아지는 기억을 한정된 가방 안에 주워 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는 법. 가방 끝까지 욱여넣은 기억을 끝으로 우리는 이제 기억의 가치를 저울질합니다. 잊고 싶지 않지만 다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가방 밖으로 던집니다.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저는 글을 씁니다. 글쓰기는 가방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작은 꼼수입니다. 저울질의 끝에서 도저히 내칠 수 없는 가치의 기억을 글로 정제하는 것이죠. 덕분에 가방의 한계를 넘어 글이 된 기억들은 잊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망각의 숙명을 지닌 우리에게 글쓰기는 운명적 행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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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