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라는 말이 있다.
2015년에 방영한 tvN 드라마인 '풍선껌'의 OST 중 윤건의 '너만 생각해'라는 곡이 있다. 먼저 이 드라마는 본 적은 없지만, 유튜브에서 우연히 접한 클립 영상을 통해 대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은 알고 있는 드라마였다. 우선 이번 편에서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윤건의 '너만 생각해'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정확히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의 인트로다. 이 뮤비는 재생하는 순간 단출한 한 마디로 시작된다.
전화할게
배우 이동욱의 음성으로 시작되는 뮤비는 "전화할게"라는 말에 이어, 이 말이 가진 중의적 표현을 설명한다.
"누군가는 그 말을 곧 전화기를 집어 들어 통화를 하겠다는 약속으로 해석했고, 누군가는 그 말을 지금은 일단 대화를 그만하고 싶다는 인사말로 사용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해서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헤어진다."
나는 뮤비의 시작과 동시에 들려오는 내레이션에 더 이상의 노랫말은 들을 수 없었다. 서너 번 영상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가사는 고사하고 멜로디 조차 쉬이 귀에 담지 못했다. '전화할게'라는 중의적 표현이 먼저 귀에 빼곡하게 들어차 다른 말을 들 수 없게 했다. 그 한마디가 사랑이라는 관계에 결정적 위기를 가져다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디 사랑뿐일까. 우정과 가족애를 사용하는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중의적 표현이 대동하는 위기는 모든 관계의 전반에 마수를 뻗친다.
'안녕'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는 반가움을 전하는 인사말로 해석하지만, 누군가는 오랜 인연의 끝을 매듭짓는 짧고 간결한 끝으로써 해석한다. '사랑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는 언어가 가진 체리 향을 음미하며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꺼내 들어 사용하지만, 누군가는 말이 가진 대중적 의미에 숨어들어 진심을 가리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괜찮아'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는 진정 용서할 요량으로 사용하지만, 누군가는 상처와 실망으로 얼룩진 마음을 해소하지 못하고, 그저 상대의 평안을 위해 사용하여 자신은 곪아버리는 걸 선택한다. '가'라는 하나의 음절에도 수많은 뜻이 담기는데 오죽할까.
우리는 몹쓸 중의적 표현에 수많은 관계를 잃는다. 운이 좋아 관계를 얻기도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 지난 끝에 비로소 잘못 해석한 표현을 아쉬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이 상대방에게 진심을 요구한다. 진심을 통해 중의적 표현이 될 말이나 문장 안의 진정한 의미를 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대개는 묵살된다. 우리의 속내는 어찌 된 노릇인지 의향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애초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만하면 진정한 의향을 찾아 몹쓸 중의적 표현을 해석해야 하는 것 자체가 '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농산물 에세이 원고 관련해서 출판사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행히 제가 보낸 원고에 대한 별도의 수정 요청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약간의 편집과 디자인 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출간 예정일은 내년 1월이며, 그때까지 약 두 달의 시간 동안 출판사 측과 지속적으로 의논하며 원고를 윤색할 계획입니다. 우선 출판사 측의 의견이니, 진행 상황에 따라 앞뒤로 약간의 편차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새삼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7월 말 출간 제의를 받은 뒤 8월 초에 출판사 관계자와 미팅을 가졌습니다. 미팅 당시 바로 계약서를 작성한 뒤 다음 날부터 집필에 들어갔죠. 그리고 두 달 남짓의 시간 동안 꼬박 원고에 매달린 끝에 지난 10월 5일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출판사 측에 보낸 원고에 대한 피드백이 어떻게 올 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원고에 대한 피드백이 어떻게 올 지 노심초사 기다렸죠. 그렇게 어제 드디어 회신을 받았고, 긍정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 세 번의 출간 제의와 세 번째 만에 보이는 윤곽이 새삼 놀랍고 신기합니다.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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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