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와 입춘을 향한 인사

by 전성배

겨울이면 인기를 끄는 귤. 여러분은 올겨울 어느 정도의 귤을 드셨나요? 조심히 예상하건대, 올해는 어떤 해보다 따듯한 방에 앉아 귤 까먹는 일을 가장 많이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의 영향권 안에 살아가는 우리.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집에서 끼니를 챙기는 일이 과거보다 월등히 많아졌고, 그와 함께 후식을 챙겨 먹는 횟수도 잦아졌습니다. 이때 귤은 겨울철 저렴 가격에 높은 비타민과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하니, 이만한 간식거리가 또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올겨울 귤의 판매량은 지난 해보다 월등히 높아, 단순히 짐작에 그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또 이 사실에 한 번 더 쐐기를 박듯, 귤의 평균 당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는 점과 감귤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에 점진적인 연구 성과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점은 꽤나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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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촌진흥청이 제주도 내 감귤 재배지 14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 11월 중순에 이미 평년 수준인 9.8브릭스를 넘겼고, 11월 말에는 10.5브릭스까지 당도가 올랐다고 합니다. 아울러 산도는 평년과 비슷한 1%를 기록하면서 체감 당도는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죠. 물론 약 1브릭스의 차이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에, 감귤 판매량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감귤이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에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귤 판매량 상슬에 꽤 영향을 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감귤은 비타민C와 더불어 '카로티노이드', '플라보노이드' 등 기능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비타민C는 항산화 효능이 탁월해 감기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노화 억제에 효과적입니다. 다음으로 '플라보노이드'가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앞서 인도에서는 감귤의 플라보노이드 중 '헤스페리딘' 성분이 바이러스 감염이 시작되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세포의 세포막 단백질 결합을 방해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를 비롯한 중국과 여러 나라에서도 감귤류의 플라보노이드를 이용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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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감귤의 소비가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감귤을 먹는다고 하여 학자들이 말하는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누릴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가 귤을 먹고 귤의 효능을 믿는 일. 나아가 다양한 농산물에 깃는 나쁜 것들을 막고 물리치는 효능을 믿는 일은 지난 인류의 자취 때문일 것입니다. 유구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먹거리는 때론 우리의 수명을 늘리고, 때론 위험 속에서 구하기도 했으니까요.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으며 기꺼이 땅이 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그 믿음으로 귤을 먹으려 합니다.

입춘이라는 문 앞에 선 수요일입니다. 절기에 걸맞게 생각보다 그리 춥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오늘의 기온에 "입춘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하면서 볼멘소리를 뱉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난날 영하 10도를 밑돌던 날씨에 비하면 분명 절기에 걸맞은 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올겨울은 왜 이리 긴 것 같지?"라고. 저는 그 말에 늘 자기가 머물 만큼 머물다 떠나가는 겨울에게 그런 말을 하면 겨울이 서운해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로 화답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친구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이따금 들은 이야기입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와 '길다' 같은, 마치 익숙하지 않다는 듯한 이야기를 이따금 들었죠. 저는 아마도 그것이 지난 따듯한 겨울에 이유를 두고 있지 싶습니다. 따듯한 겨울을 한 번 나고 나니, 추웠던 겨울을 잊어버린 것이겠죠. 우리는 기억하고 잊기를 끝없이 반복하니까요.


문득 그것이 씁쓸한 오후입니다. 잊고 싶지 않아도 잊게 만드는 얄팍한 기억력이 야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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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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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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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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