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최근 3년간 연구 개발한 '멜론 수경재배기술 지침서'를 지방 농촌진흥기관과 농업인에게 배부하고, 주요 생산지에 본격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멜론 수출량이 국내 생산량의 약 3~4%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2019년 멜론 수출량은 1,555톤으로 수출액은 465만 달러다. 주로 홍콩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하였는데, 수경재배기술을 적극 보급함으로써 수출량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 왜 토양재배가 아닌 수경재배일까?
우리나라 수경재배 면적은 2019년 기준 3,785 헥타르이다. 이중 딸기와 토마토 등의 열매채소가 전체 수경재배 면적의 90.3 %를 차지하고 있고, 멜론은 13.1헥타르로 불과 0.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멜론의 수경재배 면적을 늘림으로써 품질 좋은 멜론 생산을 늘려야, 수출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단순히 수경재배 면적이 적기 때문에 늘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토양재배와 비교해 수경재배가 갖고 있는 장점이 월등하기에 그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이다.
토양재배는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재배 방식이다. 땅에 씨를 심고 길러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이 토양재배에 속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수경재배'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수경재배란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말한다. 앞전에 농기업 '팜에이트'의 스마트팜을 이야기했었는데, 여기서 채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경재배 방식이다.
수경재배는 농사를 지을 인력과 땅이 줄어가는 우리의 농촌 현실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토양재배는 기본적으로 물주기와 거름주기, 김매기 등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수경재배는 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례로 아주심기(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것)를 할 때 토양재배는 일일이 구덩이를 파 모종을 심은 뒤 흙을 덮어주어야 하지만, 수경재배는 배지 위에 모종을 가볍게 얹어주기만 하면 돼 작업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땅에 심어 기르는 토양재배는 멜론만 해도 수확할 때 작업자가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아야 하는 등 수확 작업이 힘든 반면, 수경재배는 수직으로 줄기가 자라게 하는 유인재배를 함으로써 좀 더 손쉽게 수확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경재배는 토양재배의 가장 큰 단점인 이어짓기(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해마다 심어 가꾸는 일)로 인한 토양 전염성과 병해충 발생 걱정이 거의 없다. 혹여나 병해충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배지만 교체하면 돼 손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또 수경재배는 토양재배보다 재배 환경을 관리하기 쉽고, 양분과 수분을 정밀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잎의 수명이나 흰가루병, 덩굴마름 등 잎에 자주 나타나는 병도 적게 발생한다. 나아가 생육을 보다 계산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어 수확 시기 및 작물의 크기에 관여가 용이하다. 그리고 이점이 농촌진흥청이 멜론 수경재배기술을 정립하여 보급하는 결정적 이유다. 수경재배로 멜론을 정밀하게 관리해 재배한 결과 '히어로' '달고나' 등 6품종의 당도가 12브릭스 이상 높았고, 무게 또한 수출 규격인 1.5~2kg으로 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물론 수경재배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의 큰 걸림돌은 초기 기반 시설 설치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10년 사용 기준으로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토양재배보다 1헥타르당 연간 약 175만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나왔다. 농사는 한두 해 짓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본다면 확실히 수경재배 유치가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력이 부족한 소농인의 경우에는 도입이 어려워 별도의 지원이 있지 않는 이상 당장은 중·대형 영농인을 중심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시기에 따라 달리하는 햇빛의 농도와 온도. 변덕스러운 날씨의 입김에 농사는 흉작과 풍작을 오가고 덩달아 농부의 낯빛도 수시로 바뀌던 때가 있었다. 하우스가 도입된 후로 그런 농부의 수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계승하던 이들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한 번 더 변화가 오려한다. 이번에는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 변화를 맞이하고 계승자들마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이제 노지는 완벽히 '한때'의 전유물이 될 것 같다.
/ 농촌진흥청 참고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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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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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