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의 숲에 뿌리를 내린 염원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by 전성배

근래에는 흐릿함과 따듯함이 어떠한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많았다. 이따금 기온이 힘차게 도약을 할라치면 어김없이 하늘이 흐렸고, 힘을 다해 고꾸라지는 기온의 뒤에는 늘 청명한 하늘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사람이 차라리 추운 날이 낫다 이야기하고 있다. 따듯할라치면 공기가 탁해 흐리기 일쑤니, 되레 추운 날이 반갑다는 것이다. 적어도 가슴까지 스미는 파란을 양껏 만끽할 수는 있으니까.


어제는 지난 주말의 따듯한 흐림을 뒤로하고 추운 날이었다. 인천을 기준으로 -6℃를 기록했고, 그와 함께 하늘의 파란색도 농도가 짙었다. 주말처럼 흐렸다면 모르겠지만, 이토록 파란 하늘이라면 나의 책의 안부를 직접 보고 싶었다. 지난 3년의 염원을 담은 첫 책이 무사히 자신의 자리에 누워 독자분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그래서 이른 아침 서울의 광화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가 있다.


한 시간 사십 분 정도가 지났을까? 먼저 광화문 교보문고에 도착했고, 도서 검색대에서 책을 검색했다.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J3 평대 에세이 신간-

「광화문 교보문고」

KakaoTalk_20210209_124017240_01.jpg
J3 평대 에세이 신간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검색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책이 있다고 한다. 나는 다소 조급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언젠가 이기주 작가님의 책에서 서점을 '활자의 숲'이라 지칭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지당한 말이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폐 속을 파고드는 풀내음처럼, 서점은 온통 나무들의 살점을 얇게 펴낸 종이들의 향이 진득하게 풍겨온다. 그 사이사이 미세한 잉크의 냄새는 수풀 틈에 머리를 내민 꽃처럼 은은하다. 그리고 여기에 내 책이 있다고 한다. 감히 나의 책이 이 숲에 한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한다. 제 자리에 뿌리를 내린 나의 책을 실제로 보지 않는다면 도통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래, 사실 이곳에 온 것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나의 의심을 해소하고 위해서. 의심을 병처럼 앓는 탓이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 드디어 평대에 도착했다. 진짜 나의 책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광활한 활자의 숲에서.


나는 주변의 시선을 망각한 채 조용히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벅찬 가슴을 내 몸 하나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워 SNS에 공유를 해 최대한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이 기쁨에 내 몸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재빨리 잘 나온 사진을 몇 장 선택해 게시물을 작성했다. 그리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줄의 문장을 써내 업로드했다.


기어이 활자의 숲에 뿌리를 내린 염원

KakaoTalk_20210209_124017240_03.jpg
KakaoTalk_20210209_124017240_04.jpg
종로본점 영풍문고 (A2 평대 에세이 신간)

나는 바로 다음 활자의 숲(영풍문고)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의심을 버리고 오롯이 숲을 음향하며 나의 책에 오래 머물 예정이다.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영풍문고」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삶의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절을 담은 신간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전성배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