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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Mar 09. 2021

총알 오징어와 절연한다.

정부는 남획으로 급감하고 있는 오징어를 포함한 연근해 수산자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어획량이 급감한 어종에 대해서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강화해 개체 수를 회복하는데 주력한다는 것인데, 다음의 내용을 근간으로 한다.


지난 8일 해양수산부는 우리 연근해에서 생산되는 수산자원은 1986년 173만톤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93만톤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 증가와 겹치며 수산물 자급률은 2001년 81%에서 2018년 69.3%까지 떨어졌다고 해, 이를 좌시하면 수산물 자급률은 점점 떨어져 미래에는 수입에만 의존하게 될 수도 있음을 걱정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제3차 수산자원관리 기본계획'이라는 미명 아래 2018년 313만톤이던 연근해 수산 자원량을 25년에는 400만톤, 30년에는 503만톤까지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는 역시나 최근 화두인 일명 '총알 오징어'에 대책이 가장 눈에 띈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와 그 녹진한 내장의 맛이 일품이라며 2000년대 말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총알 오징어'. 당시만 해도 아는 사람만 조금씩 즐겼지만, 산지 직송 판매가 활성화되고 매체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지면서 수년 전부터 급부상했다. 그런데 이미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듯, 총알 오징어는 별도의 품종이 아닌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오징어의 새끼이다. 원래는 잘 잡지 않던 개체였지만, 지구온난화와 남획으로 점차 오징어 개체 수가 줄어들자 새끼 오징어까지 그물이 뻗친 것이다. 거기에 유통 업체들이 작은 크기와 진한 내장의 맛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총알 오징어'라는 그럴싸한 이름까지 붙임으로써 무분별 어획과 판매를 촉발했다. 그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결국, 기후 변화보다 먼저 무자비한 어획으로 인해 오징어의 씨가 마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다 큰 오징어의 값이 폭등한 것도 이와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해양부도 모르지는 않았다. 2019년에 새끼 오징어의 남획이 심각해지자 기존 12cm였던 금지 체장을 19cm로 강화하기로 입법 예고까지 했으나, 어업인들의 반발로 2021년에야 그것도 15cm 이하로 수정하며 한발 물러선 전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새끼 오징어의 유통이 근절되지 않자 해양부는 2024년부터 금지 체장을 19cm 이하로 확대한다고 못을 박았다. 여기서 3년이란 시간을 또 기다려야 한다면 그 사이에도 개체 수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 우려될 수도 있으나, 다행히 대형 유통 업체에서 이번에야말로 함께 행동하려 하는 듯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속속 총알 오징어와의 절연을 선언하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한번 새끼 오징어의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주고 있다. 여전히 인터넷에 '총알 오징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업체들이 진한 맛과 풍미를 자랑하는 총알 오징어라 홍보하며 판매에 힘쓰고 있지만, 머지않아 근절될 것임을 믿는다. 물론 현재는 앞서 말한 것처럼 2021년 기준으로 15cm를 초과하는 체장의 오징어는 정식으로 유통할 수 있어 판매 및 구매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일찍이 해양부가 19cm 이하의 체장까지는 금지해야 한다고 한 것을 미루어볼 때, 현 규제도 굉장히 느슨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총알 오징어로 대부분의 수익을 내는 어업인과 유통 업자를 생각하면 마냥 마음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바다의 자원을 지키고 후대에 안전하게 전하기 위해서는 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영풍문고」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삶의 이면》 : 전자 수필집 / 2020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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