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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pr 13. 2021

부끄러운 김치의 나라

얼마전 한 영상이 안 좋은 의미로 핫했다. '중국 알몸 절임배추'라는 이름의 영상이다. 중국산 김치 생산 현장의 일부를 담은 해당 영상은 웃통을 벗은 남성이 배추가 절여지고 있는 흡사 수영장 같은 곳에 몸도 담그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수영장 위에서 바가지를 내리는 포크레인이 등장하는데, 바가지부터 팔까지 온통 녹이 슬어있다. 하지만 남성은 전혀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고도 재빠르게 바가지에 절인 배추를 쓸어 담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다. 이 불결하고 더러운 영상은 삽시간에 국내에 퍼졌고, 누리꾼을 분노케 했다. 중국산 김치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은 지 오래인 지금. 이 영상 속 김치를 우리가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분노한 것이다. 특히, 중국산 김치의 주수요처인 식당가에 번진 화가 만만치 않다. 많은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은 과감히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식당으로서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중국이 최근 벌이고 있는 한국의 고유문화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문화공정까지 떠올리면 소비자들의 분노가 십분 이해된다.


결국 이를 계기로 식당가는 최근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로 넘어가고 있다. 외식업주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재도 꾸준히 국산 김치 공급에 관한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다. "중국산 김치 이슈 이후 매출이 너무 줄어 큰맘 먹고 국산으로 바꾸려 한다" "김치찌개용 국산 김치를 추천해달라" "고등어 김치 조림에 사용할 저렴하고 맛있는 국산 김치를 알려달라" 등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장용식 전남 순천농협 남도식품 공장장은 "기존에 중국산 김치를 취급하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식자재 업체의 거래 문의가 증가했다"면서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김치에 대한 외식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라고도 말해, 변화하는 외식업계를 방증했다.


한편, 국산 김치에 관한 외식업체들의 관심이 소비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존재한다. 식당가가 중국산 김치를 왜 사용하는가. 식당에 공급되는 중국산 김치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대다수의 외식업체들에게 있어, 이 가격 차이는 더욱 무시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소비자의 인식이 결정적이다. 김치를 구색 맞추기용 공짜 반찬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문화가 만연하니, 식당 입장에서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은 "김치를 구색 맞추기용의 공짜 반찬으로 여기는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식당들이 값싼 중국산을 사용하는 일이 만연해졌다"라며, "양질의 국산 김치에 일정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면 외식업체의 국산 김치 취급도 늘고, 버려지는 김치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해, 소비자 인식 개선이 중요 과제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최근 엄청난 자본력과 인력을 투입해 문화공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우리의 한복과 김치, 삼계탕, 비빔밥 등이 모두 자신들의 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울화가 치미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를 돌아보게도 한다. 우리가 그간 얼마나 안일했으면 중국이 감히 우리의 문화에 고유성을 주장하게 되었을까. 일례로 김치를 보자. 이미 오래전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양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더 많아졌다. 앞서 말했듯 외식업계에서 김치는 기본찬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더 높은 이익을 위해 중국산 김치를 선택하는 업체들도 포함이다. 하여간 상황이 이러하니 '김치의 종주국' '김치는 우리나라의 고유문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은 중국 김치를 더 많이 먹는 나라가 되었다. 창피한 일이다. 이쯤에서 중국의 문화공정만을 비난하고 욕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김치를 우리의 한복을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자 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이번 이슈를 두고 업계에서는 되레 우리 김치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산 저가 김치에 더 이상 우리 김치가 밀리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고품질의 국산 김치가 우리의 식탁에 나설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단순히 외식업계만 손해를 감수하며 국산 김치를 들여서는 안 된다. 한 분야의 희생만을 강요한 '지키기'는 일시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치에 들어가는 원재료부터 살펴야 한다. 원재료 계약 재배 확대로 판매 가격을 낮춘다거나 철저한 품질 관리로 차별점을 제시하는 등 김치 업계가 먼저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김치에 들어가는 주요 채소들의 가격 안정을 위해 연중 수급 대책을 보다 세밀하게 짜고,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치는 단순한 식품이 아닌 우리 민족의 혼이다. 소비자를 포함한 모두가 이를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인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우리 김치를 애용하고, 값을 지불해야 할 때는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인식도 갖춰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분야의 사람이 나서야 한다. 김치는 우리나라 그 자체인 만큼 우리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더 이상 "중국의 김치를 더 많이 먹는 김치의 나라 한국"이라는 치욕적인 말이 세상을 떠돌게 놔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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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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