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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ug 24. 2021

밥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군대

얼마 전 군 급식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것이 정녕 나라의 부름으로 끌려간 청춘들에게 줄 수 있는 식단인가"라는 물음과 울분이 절로 들 정도로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몇 장의 부실 급식 사진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그리움보다는 여전히 변함없는 군의 모습에 대한 개탄스러움이었다. 내가 스물셋에 군대를 전역했으니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사진 속 급식은 그날에 멈춰있었다.


국민의 4대 의무라며 청춘들을 강제로 끌고 와 1년 6개월을 굴리는 곳 군대. 극진히 대접하며 당신에게 나라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마음을 가시적으로 표하며 자부심을 고취시켜도 모자랄 판에 똥군기나 잡는다. "데려올 땐 대한민국의 아들, 다치면 너네 집 자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장병의 건강이나 치료는 안중에도 없다. 거기에 최근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여군 성추행 사건과 그들의 안타까운 선택까지.. 이만하면 군이란 집단은 그야말로 썩었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는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누가 말하고 다니는지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잠시 감정이 격화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군 급식 문제를 이야기 해보자. 얼마 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던 군의 부실 급식 문제로 최근 국방부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나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바로, 식재료 공급을 기존에 수의계약체계에서 '경쟁입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품질 좋은 식재료를 조달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며, 군납 농협들과 기존에 군납을 하던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부실급식의 주요인이 취사병과 제반 관리 시스템 미비인데, 군이 현행 조달체계를 문제 삼아 이를 바꾼다는 건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군 급식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의 사문화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로컬푸드 확대 등 국가정책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모두 맞는 말이다. 실제로 장병 1인당 한 끼 급식단가를 보면 2930원에 불과하다. 한해 국방부 예산 52조원을 생각하면 급식 예산은 3%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당연히 군은 지금까지 조달 받은 식재료들의 가격을 후려치거나 그게 안 되면 질 낮은 농산물을 납품받았었다. 물론 이를 의식한 국방부가 조달 체계를 바꾼다는 의견을 내기 이전에 부랴부랴 급식비 인상과 컵밥 등의 장병 선호식품 추가 비치, 육류·가공식품 증량, 부대 지휘관과 장병의 동석 식사 등의 대책을 내세웠지만, 그야말로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식의 실효성 없는 대책에 불과했다. 그러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내세운 게 조달체계를 바꾸는 것이었다. 경쟁입찰로 바꾼다는 건 대기업의 접근이 쉬워지고, 보다 싼값에 식재료를 밀어 넣어야 하니 수입산 식재료가 군으로 대거 유입될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이는 국군 장병의 건강뿐 아니라 군납 농가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우리 군이라면 우리 농산물을 최우선으로 소비하는 것이 농업계는 물론 군의 건강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한 문제점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최근 일부 부대가 시범적으로 경쟁입찰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육군 모 보병사단이 지난 13~19일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학교급식전달조달시스템(eat)에 올린 식재료 조달 공고를 보면,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등 477개 품목 가운데 외국산 농산물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고에서 말하는 조달 품목을 보면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비롯해 상당수 농산물이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극히 일부가 아니라 감자·고구마·다진마늘·무청시래기·배추·우거지·브로콜리·시큼치·애호박·깐단호박·얼갈이배추·청경채·홍고추 등 그 종류 또한 다양했다. 이에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현재는 삭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최근 확인한 소식에 의하면, 대기업 관계사가 최근에 입찰을 통해 특정 부대의 급식용 농축산물 조달사업을 따냈다고 한다. 육군 모 보병사단이 최근 산하 대대에서 사용할 군 급식용 식재료 입찰을 진행했는데, 국내 유명 백화점 관계사인 한 식품회사에서 납품계약을 따냈다는 것이다. 역시나 입찰공고 세부내역서에는 고사리·단호박·당근·도라지·다진마늘·마늘쫑 등 중국산 식자재가 대거 포함됐다. 브라질산 닭고기와 캐나다·미국·스페인산 돼지고기, 호주산 쇠고기도 함께였다.


소식을 접한 농업계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대기업의 군 급식용 식자재 납품이 늘면, 값싼 외국산 식자재가 주로 공급될 것이 분명하기에 국군 장병의 건강이 위협받는 건 물론이고, 접경지역 등 군납농가들이 피해를 볼 거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unsplash

그렇다면 진짜 해결책은 무엇일까? 먼저 나는 우리나라 군인이라면 우리나라 농산물을 최우선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의 수호자들이지 않은가. 나라의 또 다른 기반인 농업을 지키려면 응당 우리 농산물을 최우선으로 소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방부는 장병이 먹는 식재료에 지금처럼 형편없는 예산을 편성할 게 아니라 대거 늘려야 한다. 지금까지 군 급식용 농산물 계약단가는 터무니없이 낮았기에 식자재의 질을 보장하기 힘들었다. 군 장병과 생산자인 농민들을 고려한 가격 책정을 통해 가격보다는 질을 고려한 납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 부대가 위치한 지역권의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신선도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지역 농민에게 경제적 이점을 줄 수 있는 부차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산을 늘려 질 좋은 농산물을 들였다 한들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보다 다채롭고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민간 인력 배치와 취사병들의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재정 투명성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 부분이 가장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방부 아니 대한민국이니 말이다.


군 급식뿐만 아니라 사병의 건강과 인권, 대우 등 국방부는 지금 고치고 달라져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달라져야 할 곳이 대한민국에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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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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