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잘 지내나요? 오랜만에 묻는 안부가 문자나 전화가 아니라 이 글인 것에 너른 이해 바랍니다. 제 딴에는 바로 응답을 들을 수 있는 유선 연락보다 몇 걸음 느린 이 글이 더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무례하다면 무례하지만, 당신도 알고 계실 저의 성격상 오랜만에 드리는 연락을 한낱 메시지나 전화 따위로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실은 그보다 소심한 저의 성격상 송구스러운 마음에 애매모호한 길이의 글로 대신한다는 것을 이미 간파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늘 당신은 제 생각보다 저를 더 잘 아는 분이니까요.
몸이 좋지 않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필 당신이 좋아하는 이 봄에 건강에 적신호라니.. 혼자서는 쉽게 밖을 나설 수도 없다지요. 후배로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오늘처럼 쾌청하면서 바람은 차고, 햇볕은 따듯한 날에는 배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봄이면 버스커 버스커에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던 당신의 입술이 떠오릅니다. 잘 맞지 않는 음정으로 “봄바람 휘날리며”를 부르는데, 이제야 말하지만 웃음을 참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당신, 노래를 잘 못 부른다는 거 아시지요?
그래도 듣기는 좋았습니다. 어색한 그 음정이 설레는 당신의 마음을 담뿍 묻혀 흘러나오는데, 묘한 향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불안한 음정으로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는 그 목소리가 계속 듣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최근 제가 책을 냈다는 걸 아실 겁니다.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라는 이름의 책을. 제 인스타 게시물에 당신이 남긴 좋아요를 톡톡히 기억하고 있으니, 모른 척은 마시길 바랍니다. 당신도 신기하셨겠죠? 저는 어땠을까요? 글을 쓰겠다던 4년 전 그날로부터 약 3년만입니다. 몇 차례 출판 의뢰를 받긴 했었지만, 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는데 말이죠. 분에 넘치는 좋은 출판사와 성실한 편집자를 만난 덕분입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보람차고 뿌듯한 날이 또 없습니다.
제 책은 봄부터 시작합니다. 책을 읽으면 몇 장을 못 넘기고 덮는다던 당신이 떠올라, 당신이 좋아하는 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이실직고하자면 봄부터 계절을 셈하는 우리의 입버릇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책을 구성할 때 당신의 생각도 한 주먹 들어간 건 분명하니까요.
다행히 당신의 건강의 적신호가 일시적인 것이라 하니, 이번 봄은 제가 보내드리는 이 책으로 대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당신이 수십 년간 몸으로 익혀두었던 보통의 봄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으신다면, 올해의 봄이 어느 정도 위안이 될 것 입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봄에만 그리 정을 두지 마시고, 다른 계절에도 마음을 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는 이 책 속 봄의 글로 당신을 잡아 여름과 가을, 겨울까지 이끌어갈 생각이거든요. 또 여름과 가을, 겨울에도 좋은 노래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당신도 필시 좋아할 노래들을 제가 몇 개 추려 메시지로 남겨놓겠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흥얼거리는 사계절의 노래가 저는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그러니 부디 제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고 꼭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와 함께 그 계절도 애정해주시길 바랍니다.
하루빨리 완쾌하십시오. 최대한 빨리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한 권을 들고, 당신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당신의 동갑내기 후배 전성배 올림
"우리의 삶과 농산물 사이의 교점을 말하다"
농산물 에세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전성배 지음
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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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 / 2021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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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면》 : 전자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