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을 걱정하는 양파

by 전성배

여름철 장마를 떠올리게 할 만큼 매주 비가 내리고 있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비가 내리는 덕에 '봄장마'라는 이름을 갖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일기예보에서는 일본에서 유례없는 이른 장마가 시작됨에 따라 그에 대한 영향일 뿐이라며, 우리나라는 평년처럼 6월 말에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여하튼 비가 자주 내려 미세먼지를 씻겨주니 반가울 따름이다. 과거에는 비가 내리면 2~3일은 계속 맑았지만, 지금은 비가 그치자마자 바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기 일쑤이니 말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채소중 하나인 양파도 이 비를 반가워하고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양파의 생육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물'이기 때문이다. 물 공급이 원활할수록 생육이 활발해져 양파는 보다 빠르고 크게 성장한다. 양파의 측면에서 이 비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농민의 입장에서는 절로 한숨이 나오는 모습이다. '과잉 생산'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조생 양파는 지난 21일 가락시장을 기준으로 1kg 상품 한망당 561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년과 평년보다 각각 30%, 18%는 낮은 값인데, 조생 양파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은 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양파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조생종 다음으로 유통될 중만생종 양파마저도 이달 들어 계속되는 비로 인해 생육이 급격히 좋아져, 양파값 약세가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농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당초에는 평년작을 크게 웃돌았던 전년 수준에 못 미치고 평년작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경우에는 5월 관측월보에서 올 중만생 양파 단수를 전년 10 a 당 7456kg보다 6% 적은 6953~7039kg으로 예측했다. 양파 농가들 또한 지난 4월까지만 해도 3.3. ㎡(1평) 당 수확량이 20kg 수준에 그칠 것이라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예측이 빠르게 또 크게 빗나가려 하고 있다. 이달 들어 잦은 비로 인해 중만생 양파의 생육이 급격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다가올 6월 관측월보에서 양파 단수 예측을 5월보다 상향 조정키로 했다. 농민들 또한 3.3. ㎡(1평) 당 22~25kg 수준까지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병해충 피해가 없는 곳은 최대 30kg까지 수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정에 농민도 농민이지만, 조생종을 수매한 산지농협들도 손실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중이다. 중만생 양파값이 수매단가 밑으로 형성되면 수매한 조생 양파로 인해 큰 적자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조생 양파의 수매 규모는 7000t이다.


1kg당 75원의 수매지원금은 정부 30%, 지방자치단체 40%, 농협경제지주·산지농협 20%, 양파의무자조금 10% 비율로 부담한다. 양파 20kg 한망 수매 가격이 1만 1000원일 경우 1500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무안농협 관계자는 "현재 조생 양파 수매 가격은 20kg 한망 기준 1만 1000원인데, 물류비·보관비·감모율 등을 고려하면 시장 가격이 최소 1만 5000원은 돼야 출하할 수 있다"라며 "시장 가격이 계속 낮아 저장 기간이 길어지면 보관비도 가중돼 비용 부담이 끝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고민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비단 무안농협만이 아니라 조생 양파를 수매한 산지농협 전체의 고민이다.


단수가 지난해 수준 이상이라고 해도 재배면적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생산량이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남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이 같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 산지 불안을 안정시킬 것이라고도 해 마냥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매주 반복되는 비 소식에 중만생 양파의 생육이 꾸준히 좋아지는 상황이라는 점과 늘어나는 생산량보다도 양파 소비가 부진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화됐을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도 필수여야 할 것이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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