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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Aug 15. 2021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건 '오해'

생각해 보니 나는 지나간 뒤에야 소중하다거나 즐거웠다는 거. 재미있는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과거형으로 말했지만, 실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보다 느리고 뒤처진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다. 연애 때는 떠난 뒤에야 소중했다는 뻔한 말을 자주 체감하는 편에 속했고, 그럭저럭 흥미로운 일을 하게 되었지만 얼마 안 가 따분해져서 그것을 내려놓았을 때,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지 못해 번번이 후회했다. 이번에 말할 두 편의 드라마도 그렇다. 지난 2017년에 방영한 KBS 드라마 '고백 부부'와 2018년에 방영한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를 나는 아주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다. 모두 유튜브 덕분이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해 올라오는 클립 영상은 열 몇 편에 달하는 드라마의 줄거리를 아주 짧은 시간에 파악하게 만들었다.


3~4년이 지난 뒤에야 이 두 드라마에 그것도 동시에 재미를 느꼈던 건 둘 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의 부부. 육아와 삶에 치여 지쳐버린 부부가 끝내 결별을 발음할 때, 이 두 드라마는 부부에게 똑같은 신비를 선사한다. 바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일생일대의 판타지를 통해 드라마 속 세계관은 부부에게 다시 한번 선택을 하게 해준다.


그를 다시 사랑할지 말지를.


선택은 으레 예상할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평일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숙명이 그런 것처럼 드라마는 모나지 않게 극적인 상황을 거듭하며 부부가 서로를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 정확히는 사랑 위에 켜켜이 쌓였던 미움들이 덜어지며 다시 사랑을 캐내게 한다. 특이하지도 특출나지도 않는 소재와 스토리다. 그럼에도 내가   드라마에 똑같이 흥미를 느꼈던  오해를 풀어가는 카타르시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사람이 살면서 가장이 많이 하는 게 사랑이 아닌 '오해'라는 생각을 한다. 오해는 가족과 친구, 연인, 동료를 막론하고 모든 관계에 쉽게 피어나 박힌 감정들을 빼내고 그 자리를 꿰찬다. 굴러온 것치곤 오해는 꽤나 옹골차기도 해서 감정들을 빼낸 자리에 견고하게 자리해 잘 빠지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내게는 잃어버린 관계들이 많다. 친구 중에는 준이와 건이가 있고, 연인 중에는 지금의 리가 이 글을 볼지 몰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역시나 많은 연인들이 오해로 내 곁을 떠나거나 내가 떠나보냈다.


오해란 것은 슬프게도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윤곽을 드러낸다. 그전까지는 오해를 깨닫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오해란 건 그릇된 생각이나 잘못된 이해를 깨달을 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내가 오해를 하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주고 있구나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한편으론 오해가 오해인지 모를 영역에 영영 있다면, 살면서 오해를 많이 하든 적게 하든 그런 건 상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모르는 곳에 있으니 날 아프게도 슬프게도 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귀띔이나 드러난 정황을 통해서 대부분의 오해를 깨닫는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의 말과 행동이 서로에게 다르게 해석되었다는 것을 빨리 혹은 늦게 깨달을 뿐 대부분 언젠간 깨닫는다. 문제는 늦게 깨달았을 때 찾아오고 말이다. 개선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즉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오해가 바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고, 내가 생각하는 우리가 사랑보다 더 많이 하는 오해가 그쪽에 속해있다.


우리의 삶에선 드라마처럼 친절하고 전지전능한 세계관은 없다. 그저 우리는 오해인지 모른 채로 살아가는 쪽과 골든 타임을 놓친 뒤에 오해임을 깨닫고 후회하는 쪽을 무한히 순회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오해를 풀어가는 카타르시스가 그 드라마에는 있다. 내가 요즘 드라마의 클립을 자주 반복하는 건 간접적으로나마 그것을 느끼고 싶어서다. 이를 보며 오해를 풀은 세상의 나와 그를 상상도 해본다. 지금 재생되는 클립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고 있다.


"나를 먹여 살릴 게 아니라, 같이 먹었어야지. 나를 위로할 게 아니라 같이 울었어야지." - '고백 부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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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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