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내놓은 부실 급식 해결 방안

by 전성배

군급식정책 관련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수개월 전 국군 장병의 부실 급식 문제가 세상에 까발려지면서 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셌다. 이에 군은 속히 군급식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공표했고, 일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니 부실 급식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안은 농업계는 물론이고 국민들조차 혀를 찰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군이 내놓은 대안은 기존 식재료 조달 체계를 손보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수의 계약을 통해 접경지역 농가의 농산물을 공급받았지만, 부실 급식 문제가 이 조달 체계에 있다고 본 군은 수의 계약 비율을 연차적으로 감축하면서 다가오는 2025년에는 경쟁조달 체계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1차적인 농업계의 불만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십 년을 군에 농산물을 납품했던 농가가 당장 내년부터 수의 계약 비율이 줄어듦에 따라 한순간에 판로를 잃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해당 농가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군에 납품할 기회가 다른 농가에게까지 확대된다고 하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해가 되는 수준이다.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경쟁조달 체계 전면 도입을 예고하면서도 군에 납품될 식재료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수입산이든 국산이든 가격만 맞는다면 납품해도 된다는 뉘앙스를 진하게 풍길 뿐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경쟁조달 체계 시범사업 부대에 납품된 식재료를 살펴보면 수입품 비중이 국산보다 훨씬 높았다. 한 기업이 부대에 납품한 477개의 식자재 품목 가운데 356개가 수입품이었던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군이 제시한 식재료 전자입찰 공고 자료다. 쇠고기·돼지고기는 물론 심지어 마늘·호박까지 품목별로 원산지 국가를 명시하면서 수입품을 대놓고 요구하고 있었다.


판로를 잃게 생긴 농가가 더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농업계가 분노하고 우리가 분노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 국군 장병이 그저 단가가 싸다는 이유로 조금도 아니고, 식자재 대부분을 수입품으로 먹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끼 부식비 대비 단가가 높은 품목을 기본급식 품목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되었다는데, 여기서는 수입산에 비해 고가일 수밖에 없는 한우와 돼지고기 생삼겹살, 삼계탕용 닭고기, 오리고기 등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고기도 국산은 비싸니 수입품을 먹으라는 소리다. 식재료 조달 방침에는 '국내산·지역산 우선 구매 원칙'이 있기는 하지만, 수급불균형 등을 이유로 수입품 사용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니, 저 소리가 현실화될 공산이 매우 크다.


군은 사실상 수입 식재료 사용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군은 부실 급식 사태가 애초에 왜 일어났는지, 그 본질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해당 문제에 대해 농업계가 수차례 소리치고 있음에도 요지부동인 것을 보면 무시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겠다. 부실 급식 문제의 주원인은 질 낮은 식자재보다 장병 급식 관리에 무관심한, 무능력한 지휘관들과 끽해야 이십 대 초중반에 불과한 경험 부족한 조리병과 간부들 중심의 조리 환경이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식자재를 공급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지금 군은 이 뻔한 사실을 두고, 부실 급식 문제를 멀쩡한 식재료 조달체계와 군납농가, 농·축·수협에 떠넘기고 있다. 또 부식비 단가를 올리면 해결되리라 여기면서도 국산 농축수산물은 비싸다며 수입품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군은 반드시 이번 개선안을 다시 한번 손봐야 한다. 적어도 우리 국군 장변은 우리 땅에서 자란 양질의 식재료를 가격 걱정 없이 양껏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조리 환경 개선이 급선무여야 한다. 외부에서 전문 요리 인력을 적극 도입하고, 장병들의 고른 영양 상태를 위한 영양사 또한 부대별로 배치해야 한다. 부대별로 특색 있는 식단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쓸데없는 곳에서 낭비되고 누구 뒷주머니에 꽂히는지도 모르는 돈만 줄이면 차고 넘치게 확보할 수 있다.


끝으로 꼭 식재료 조달 체계를 손봐야 한다면 국산품 사용을 기본 베이스로 해야 한다. 국내 생산량으로 커버할 수 없는 품목에 한해서만 수입품이 이를 보충하거나 대체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군급식 개선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관심과 농업계의 부단한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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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田性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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