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많은 부분을 제 손으로 가꾸는 남자 (예고편)

귤농부 '강경호'

by 전성배

1시간 17분. 한 사람과의 통화 시간이다. 나는 오늘 제주에서 귤농사를 짓는 어느 남자와 짧지 않은 통화를 나눴다. 그는 제주에서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며 귤농사를 짓는다. 그의 귤이 자라는 곳에는 감수성이 남다른 아내와 함께 지난 2018년에 직접 지은 집도 있다. 그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던 시절부터 아내와 줄곧 꿈꾸었던 집이다. 직접 지은 것으로 먹고살자는 꿈도 그때 함께 꾸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는. 그러다 이내 꿈으로 부치는. 직접 지은 집에서 가족의 시간을 쌓아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농부가 되기 전에는 목수로도 수년간 일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아주 잠깐 그의 세상을 상상했다. 직접 지은 집에서 직접 기른 귤을 아내와 함께 낳은 아이들이 따먹는 모습. 아이들이 마음껏 그 귤을 따먹을 수 있도록 기꺼이 어려운 친환경 농법을 고수한다는 그가 매일 귤밭을 보며 고심하는 모습이 그 세상에 있다.


"우리 귤밭에는 유독 새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그런 말을 했죠. 벌레가 먹은 과일이나 새가 쪼아 먹은 과일이 유독 더 맛있다고. 그 작은 것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맛있고 맛없는 것을 안다고. 자연 친화적으로 농사를 짓는 건 그들의 침입을 기꺼이 허용하면서도, 그렇게 못쓰게 된 과일을 아깝게 생각하기보다는 이 작은 것들도 인정해주는 과일이라 기쁘게 여기는 일입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럼으로써 내 방법이 틀리지 않고 내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라 생각하면 끝까지 친환경을 고수하고 싶습니다."


집과 귤과 자식을 짓는 그와 내가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사이에 나는 그의 존재감이 그의 세상에서 넘치는 것을 보았다. 그가 그의 세상에서 차지하는 존재감과 책임감, 성실함이 너무도 커서 하나의 세상으로는 부족해 나의 세상까지 침범하려는 것이 보였다. 이에 나는 나의 세상을 작은 품으로 감싸 안는 것으로 침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와 달리 나는 무엇 하나 직접 짓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 입에 이미 들어갔거나 들어갈 것들 중 어느 것 하나 내 손으로 길러 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 몸은 내가 간수한다고 말하며 살고 있지만, 실은 내 삶도 온전히 내 손으로만 길러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침범당한다면 그에게 분명 이 사실을 들키고 말 것이다. 그럼 나는 아주 많이 부끄러울 것이다.


우리의 통화에서 그는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고, 나는 내내 몸을 살짝 틀어 상체를 웅크리고 있다. 삶의 많은 부분을 제 손으로 직접 가꾸는 남자와 삶의 어느 한 부분도 제 손을 다 쓰지 않는 남자의 모습이다.


이 글은 두 남자의 대화를 예고하는 편이면서 동시에 부끄러운 내 모습을 한차례 미리 밝히는 '먼저 맞는 매'이다.


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오늘은 귤농부 강경호 씨와 오랜 시간 통화를 나눴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그만큼 독자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손이 근질근질한데요. 이번 주 주말부터 조생귤을 수확한다고 하셔서, 이번 주는 지나야 그 이야기를 쓰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부님의 귤을 소개하는 것도 이야기를 전하는 것만큼 중요하니, 수확이 시작되면 귤을 직접 구매해 촬영한 뒤에 귤의 설명과 함께 이야기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위 예고편을 읽으시며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지난 이야기

봄호 & 초여름호 & 가을호

https://smartstore.naver.com/siview/products/5731698952




전성배 田性培

aq137ok@naver.com

http://m.site.naver.com/0Ovac : 홈페이지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 과월호 / 연재 수필

@_seong_bae : 미문美文

@_siview : 농산물農産物

@seongbae91 : 페이스북

매거진의 이전글군이 내놓은 부실 급식 해결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