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계절에는 두 번의 봄을 살았다.

by 전성배

흰 계절에 혈색이 돈 게 언제부터였는지 가마득하다. 어떤 시간에는 흰빛보다 붉은빛을 더 많이 본 계절도 있었다. 그런 계절에는 두 번의 봄을 살았다. 도톰한 옷을 겹겹이 입고 나는 봄과 한 꺼풀의 외투 하나로 나는 봄의 차이는, 이제 와서는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계절이 당위성을 잃고 이 이름 저 이름을 달고 산 지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게 이상기후에 의해서건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건 이제 계절은 꼭 하나의 계절만을 살지 않는다. 한겨울에도 봄이라 말해도 될 만큼 온화한 날이 있고, 봄이건만 한여름의 땡볕이 내리쬐는 날이 있다. 가을임에도 일찍이 겨울이 돼버리거나 아직도 여름인 날이 있다. 여기에는 이상기후가 구체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온전하게 발음할 수 있는 날씨와 시간 속에서도 기어이 다른 계절로 착각하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건 기술의 발전이 원인일 것이다. 겨울에 봄딸기를 먹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봄에는 여름참외와 수박을, 겨울에는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을에 나는 사각 사각한 사과와 배를 먹을 수 있게 함으로써, 겨울이라 쓰고 봄이라 발음하는 몽환을 현실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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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겨울이다. 기술이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던 세상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먹을 수 없는 게 더 많았던 계절이었으나, 지금의 겨울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딸기를 봄에게서 빼앗은 시간 속에서.


오늘은 우리나라 딸기 시장을 이야기한다.


현재의 딸기 시장은 과거와 비교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제철이 겨울로 바뀐 건 극히 일부일 뿐,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것은 역시나 품종 전환이다. 과거에는 품종의 대부분을 외국 품종에 의존했던 국내 딸기 시장이 현재는 90% 이상 국산 품종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96.3%. 2021년 기준 국산 품종의 보급률이다. 2005년만 해도 9.2%에 불과했으나 지속적인 품종 개발로 2010년에 61.1%로 외국 품종 보급률을 역전하더니, 2015년에는 90%를 넘어 2021년 9월 역대 최고치인 96.3%를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국산 딸기는 크게 18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충남농업기술원 딸기 연구소에서 개발한 '설향'은 84.5%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 당도 10.5브리스에 과실은 크면서도 수량이 많다는 점에 더해, 딸기의 주요 병해 중 하나인 흰가루병에도 강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품종이다. 한때는 90% 이상의 점유율까지 보였으나 다양한 품종의 개발로 인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 품종에 치우치면 홍수출하로 인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그러면 농가 경쟁력도 떨어지니 말이다. 품종이 다변화되어야 경쟁력도 생기고 농가 수익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이어서 2위에 오른 품종은 '금실'이다. 경남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품종으로 당도는 11.4브릭스이고, 열매가 단단해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용이한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3위는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한 '죽향'으로 당도는 12.8브릭스이다. 일본의 '육보'와 식감이 비슷하면서도 육보와 달리 모양이 균일해 많은 사랑을 받는 품종이다. 4위는 금실과 마찬가지로 수출에 용이한 '매향'이다. 이 외에 금향, 싼타, 킹스베리, 아리향, 대왕, 설화, 알타킹, 하이베리, 써니베리 등등이 있다.


딸기는 살이 연해 과거에는 많은 양을 수출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운송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위에서 말한 살이 단단한 품종의 개발로 현재 딸기 수출량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20년 기준 딸기 수출량은 4,823톤, 금액으로는 5,374만 7,000달러 (약 637억 9,700만 원)이다. 2005년 수출액이 440만 6,00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년 사이 약 12배 증가한 셈이다. 주요 수출 품종은 금실과 매향, 아리향 등이며, 주요 수출국은 홍콩,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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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딸기의 재배 면적은 5,683ha, 생산액은 1조 2,270억 원에 이른다. 2005년 6,457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9배 늘어난 규모로, 전체 채소 생산액 약 11조 2,000억 원에 10.9%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는 채소 작물 중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이제 딸기는 우리나라의 주요 농산물 중 하나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과거에는 주로 토양에서 재배했던 딸기는 이제 수경재배로 전환되는 분위기이다. 수경재배는 딸기에게 필요한 성분을 측정해 알맞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으로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강받고 있는 재배 방식이다. 아직은 토양재배 비율보다 적은 35.5%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2.6%였던 것을 생각하면 빠른 전환이라 할 수 있겠다.


딸기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이 앞으로도 당도와 경도가 우수하면서 저온에서는 강한 신품종을 육성하는 데 꾸준히 힘쓰는 것은 물론, 국산 신품종 딸기를 알리는 데에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딸기의 변화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정점으로 향하는 그 어딘가를 아주 빠르게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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