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입니다. 그전까지는 몰랐으나 입동이 지나고 난 뒤 체감하는 계절은 요즘, 갈피를 못 잡고 어떤 날은 가을의 건재함을 알리고, 또 어떤 날은 겨울을 말하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는 나날 속 당신 혹은 나의 독자들은 잘 있으신지요. 이렇게 안부를 묻고는 있지만, 사실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올가을 정확히는 지난 10월 말 우리는 아주 큰 사고를 겪거나 목격했습니다. 사고를 아주 먼 타인의 일로 전해 들은 것에 그친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누군가는 실제로 가까운 이. 이웃 혹은 가족, 친구가 그곳에서 피해를 보았을 겁니다. 그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위로조차도 조심스럽지만, 저 또한 아프게 그 마음을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감히 말합니다. 지금은 그 고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움직임에 연대하는 것이 진정 유가족분들을 위한 일일 테니까요. 저도 이번 참사를 아주 오래 기억하고, 내도록 슬퍼하며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본론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꼭 드려야 하는 말이라 생각되어 서론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 본론을 말씀드리면, 올겨울 저는 또 한 번 농부님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리기 위해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있으며, 이 계절에 우리가 가장 많이 만나는 과일, 감귤은 지금도 제주에서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잃거나 다친 생이 많은 지금, 누군가의 생의 일부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감귤이 한편으론 무정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필요한 탄생이지 않습니까. 감귤을 기르는 농부님들이 그저 올해도 변함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 결과일 뿐이지 않습니까. 그 마음 또한 알기에 애도를 염두에 두고, 농부님의 이야기를 또다시 하려고 합니다. 농가를 위해 또 저를 위해.
이번에 만난 농부님은 두 분입니다. 정확히는 부부 사이이신 양대준·김은영 농부님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새코미감귤농장’이라는 이름의 농장을 꾸려 하우스 감귤 농사를 짓고 계시는 두 분은 올해 처음 감귤 수확을 시작한 청년 농부입니다. 다만 대준 씨의 경우에는 할아버지 때부터 감귤 농사를 지어 온 집안의 자제분이시기에, 어릴 적부터 감귤 농사에 대해 본 것들이 참 많은 분입니다. 따라서 저는 대준 씨를 처음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대준 씨가 감귤 농사를 다른 초보분들보다는 덜 어렵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처음 감귤을 수확한 것임에도 소비자분들께 많은 응원과 칭찬을 받은 걸 보며 확신했죠. 그런데 대준 씨와의 대화가 중반부를 넘어서자, 제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준 씨 또한 많이 어려웠고, 그렇기에 긴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대준 씨를 더 대단하게 여기게 된 이유입니다.
대준 씨는 감귤 농부의 자식으로 살아온 시절을 대단한 무언가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할아버지에 이어 농사를 짓는 걸 옆에서 보거나 조금 거드는 것에 불과했던 시절로는 결코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일찍이 판단했죠. 그래서 직장을 그만둔 직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조금 더 일찍 농부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그는 일 년여의 시간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님의 감귤 농사를 후배 농부로서 배웠습니다. 적어도 일 년은 농부 대 농부가 되어 가까이서 배워야만 시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 대준 씨는 부모의 농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닌 그간 모아 놓은 돈으로 작게 농지를 사고, 시설을 지어 자신의 농장에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대준 씨는 베테랑 감귤 농부를 부모로 둔 천혜의 조건을 졸업하고, 자신만의 더 나은 농법을 위해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적용하며 감귤 농사를 짓는 진짜 청년 농부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런 대준 씨와 그의 길을 함께하며 응원하는 은영 씨와의 대화는 다가오는 12월에 사전에 (12월 3일까지) 구독 신청을 해주신 독자분들에게만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궁금하신 독자분들께서는 아래 내용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총 네 편의 글로 쓰여 발송될 예정입니다. 이름하여
<주간週刊 전성배 산문 [ 땅과 붙어사는 말 ] 양대준.김은영 농부 편>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주 차 : 땅과 붙어사는 농부의 말 / 평행하는 농부의 삶 1부 (인터뷰)
2주 차 : 땅과 붙어사는 농부의 말 / 평행하는 농부의 삶 2부 (인터뷰)
3주 차 : 땅과 붙어사는 작물의 말 / 대준·은영 씨의 감귤, 궁천조생 (감귤 이야기)
4주 차(마지막) : 땅과 붙어사는 말, 그 후 / 모든 생은 농부에게 빚을 진다 (에세이)
구독 방법 및 좀 더 구체적인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정의 구독료가 발생되며, 구독료의 일부는 농가 수익 증대에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대준 씨와 은영 씨에게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럼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https://forms.gle/wD3AEToCSnCB7fQt9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몰라도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농부와 농산물을 주로 이야기하고, 삶에 산재한 상념을 가끔 이야기한다. 생生의 목표는 손가락이 움직이는 한 계속해서 농가를 위해 농부와 대화하고 그들의 농산물을 알리는 것이다. 그 글은 주로 밤이 비유하는 죽음의 위에서 쓰일 것이다. 조금 더 바라도 된다면 농부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도 쓰고 싶다. 당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는.
aq137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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