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우리 단감
연휴 내내 비가 내리더니 연휴가 끝나자 이제는 빛이 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쉬던 연휴를 계절은 환복의 시기로 읽었나 보다. 사람들이 집에 있어 계절을 모를 때 혹은 미적지근한 비 때문에 계절을 감각하기를 포기할 때, 여름은 부지불식간에 완연한 가을을 입었다. 오늘 아침에 빛과 함께 찾아온 선선한 바람은 오후가 되도록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다.
이런 계절이면 떠오르는 과일이 너무나 많다. 사과와 배, 무화과, 대추, 감 등등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가을은 참 많은 것을 길러내고 출가시킨다.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은 때마다 가을의 자식들의 출가를 글을 써 기념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사과 중에서는 <아리수>, 배 중에서는 <신고> <설원>, 무화과 중에서는 <승정도후인>, 대추 중에서는 <복조>의 출가를 기념했다. 그리고 오늘은 감의 출가를 기념하고자 한다. 지난해에 미처 쓰지 못한 감의 출가기가 내내 마음에 걸려 있었는데, 때마침 아주 좋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과는 <부사>, 배는 <신고>, 포도는 <캠벨얼리>가 그렇듯 감 그중에 ‘단감’의 시장도 특정 품종 편중 현상이 심한데, 저들이 각각 <아리수> <설원> <샤인머스켓> 같은 신품종을 꺼내 시장을 환기시키듯 단감도 다수의 신품종을 도입해 시장에 변화를 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모두 국산 품종으로. 일본 품종인 <부유>가 국내 단감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하는 지금, 농촌진흥청은 단감의 품종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일본 품종에서 국산 품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자 맞춤형 품종 개량도 계획의 일환이다.
국내 육성 품종 5종
지금부터 소개할 다섯 개의 품종은 모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육성한 우리나라 품종임을 먼저 알린다.
<봉황>
첫 번째는 <봉황>이다. 2019년에 육성된 품종으로, 2021년 전라남도 영암을 기준으로 3년간 시범 재배를 한 결과 숙기는 평균 10월 25일 전후인 중・만생종이다. 과중은 250g 내외로 중・대과종이며, 당도는 평균 16.3°Bx로 15°Bx인 부유 단감과 비교해 조금 더 높다. 과형은 타원형으로 익히 알고 있는 <대봉시>와 비슷한 모양인데, 이는 동시에 현재 단감 세계 수출량의 55%를 차지하는 스페인의 주 품종인 <로조 브릴란트>와도 비슷해, 스페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수출에 대한 기대 또한 큰 품종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단감으로 소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홍시로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홍시 또는 연시라 불리는 말랑감은 본래 떫은감의 타닌 성분을 탈삽을 통해 수용성에서 불용성으로 바꾸어 만들어 내는 것이라 알려져 있으나, 꼭 떫은감만이 말랑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감을 많이 사다 두고 먹어 본 사람이라면 보관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말랑해지는 걸 보았을 텐데, 이 또한 엄연히 홍시와 같은 말랑감이다. 단지 그동안 단감은 떫은감에 비해 타닌 함유량이 낮고, <부유> 단감의 경우 과육이 물러지면 식미가 떨어져 말랑감으로 만들어 먹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봉황>은 그런 부유 단감의 단점을 보완해 홍시가 되었을 때도 우수한 식미를 자랑한다. 떫은감과 부유 단감의 우량한 형질만을 고루 담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어서 말할 두 번째 품종 <단홍>도 비슷한 특질을 가졌다.
<단홍>
<단홍>은 2020년에 육성된 품종으로, 마찬가지로 전라남도 영암을 기준. 숙기는 10월 15일경인 조・중생종이다. 과중은 200g 내외의 소과종, 당도는 평균 16.5°Bx이며 과형의 경우 <봉황>과 마찬가지로 타원형이나 정확히는 역삼각형에 가깝다. 껍질색은 기존 단감과 달리 주황색이며 풍부한 과즙과 유연한 육질, 홍시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는 점이 <봉황>과 비슷하다.
<올플레쉬>
세 번째 <올플레쉬>를 말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단감 수출 시장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단감 수출 시장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993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6년 6,840톤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수출 단가마저 일본과 비교해 크게 떨어져 단감 수출 농가의 우려는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단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단감의 주요 수출국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편중되어 있는 탓에 1kg당 1.2달러에 그친다. 반면 일본은 1kg당 6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보다 다양한 품종과 전략을 통해 더 많은 나라에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국내 단감 수출 시장에 다변화를 줌으로써 단감의 경쟁력을 제고. 수출국을 확대하기 위해 품종을 개발했으니 <올플레쉬>가 그중 하나다.
<올플레쉬>는 2017년에 육성되었고, 숙기는 영암을 기준으로 10월 중순이며 과중은 180g 내외의 소과종이지만 16.6°Bx의 고당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재배법에 따라서는 씨가 없는 감으로도 생산이 가능하고, 상온에서 25일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그야말로 수출용으로 알맞은 품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크기가 작다는 점은 작은 과일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과 학교 급식을 고려할 때 내수용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연수>
네 번째 <연수>는 2016년에 육성된 품종으로 조금 특이하게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단감이다. 숙기는 영암을 기준 3년 평균 10월 20일경인 중생종으로 과중은 235g 내외의 중과종, 당도는 오늘 소개할 다섯 개의 품종 가운데 가장 높은 17°Bx를 자랑한다. 과형은 매우 넓은 난형, 껍질색은 오렌지색으로 외관이 수려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부유 단감의 편중 재배를 해소한다는 목적성에 가장 무게를 두고 개발된 품종답게 모든 면에서 부유 단감보다 뛰어나다.
<원미>
마지막 다섯 번째 <원미>는 품종 다변화 목표뿐만 아니라 추석 시장까지 고려한 품종이다. 보통 추석에 만나는 단감은 높은 확률로 <서촌조생>이라는 일본 품종의 극조생종이다. 빠르면 9월 중순에도 생산이 가능한 품종으로 크기가 작고 맛도 덜하지만,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과일인 만큼 추선이면 늘 아주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원미>는 서촌조생과 비교해 맛과 크기, 깔 모든 면에서 우수한 점을 내세우며 서촌조생을 대체하고자 나온 품종이다. 다만 숙기가 10월 상순으로 서촌조생보다 조금 늦은 것이 단점이지만, 올해처럼 빠른 추석이 아니라면 숙기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사실 숙기가 빠른 서촌조생조차 한 해가 멀다고 추석 때면 제대로 익은 것을 보기 어려우니, 태생적으로 더 뛰어난 <원미>라면 조기 출하를 하더라도 더 나은 맛과 크기, 깔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국내에서 육성한 신품종 단감을 알아봤다. 사실 위에서 소개한 단감 외에도 <조완> <원추> <로망> <감풍> <판타지> <스위트폴리> 등의 수많은 품종이 오늘 소개한 단감들과 함께 국내 단감 시장을 개변하려 분주하게 싸우고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나라 농업계의 국산 품종 보급은 비단 과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채소, 화훼 분야 등에서도 더 이상 외국 품종에 기대지 않기 위해, 더 월등한 우리나라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에 전문가들이 힘쓰고 있다.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좋은 취지를 갖고 더 월등한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한다고 해도 정작 농민들이 재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진 품종은 그만큼 안정된 판로와 안정된 재배법이 있다. 그런 반면 신품종은 그에 맞게 아직 재배법이 확립되지도 판로가 보장되지도 않아 농가의 입장에서는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를 선택해 판로를 개척하고, 재배법 확립에 힘을 보태는 농가가 있다. 사실상 그들에 의해 우리나라 종자 주권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주권 수호에 이바지한다. 전문가들과 농부들의 노력을 글로 전하는 것. 목소리로 알리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 단감에 관한 글은 '글로 전하는 것'에 해당한다.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몰라도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농부와 농산물을 주로 이야기하고, 삶에 산재한 상념을 가끔 이야기한다. 생生의 목표는 손가락이 움직이는 한 계속해서 농가를 위해 농부와 대화하고 그들의 농산물을 알리는 것이다. 그 글은 주로 밤이 비유하는 죽음의 위에서 쓰일 것이다. 조금 더 바라도 된다면 농부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도 쓰고 싶다. 당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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