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다가오는 3월, 오랜만에 수필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연재가 2022년 1월의 ‘새겨울호’였지요. 그로부터 일 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새로운 연재 소식이라니 겸연쩍네요. 다만 연재를 쉬었다고 해서 그간 글을 쉰 것은 아닙니다. 연재를 일 년 쉬는 동안 농부와 그의 농산물을 이야기하는 ‘땅과 붙어사는 말’은 총 6명의 농부님을 다뤘고, 염원하던 두 번째 책을 출간했으며, 한 권의 전자책과 열 편 남짓의 청탁 원고를 써냈으니요. 그러는 사이에도 수련 같던 글쓰기를 꾸준히 블로그에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헤아려 보니 제법 많은 양의 글을 쓴 한 해였습니다. 굳이 어깨를 웅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잠시 어깨 좀 펴겠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올해 계획했던 걸 하나 이야기할까요. 올해는 땅과 붙어사는 말을 더 공격적으로 연재하려고 합니다. 그래 봤자 지난해에 만났던 농부님들의 수와 비슷하거나 한두 명 더 많은 정도겠지만, 농부뿐만 아니라 땅에 신세를 지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만나 땅과 붙어사는 말에 이름을 올리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과일과 함께하는 분으로 말이죠.
도매시장을 주도하는 경매사와 그들과 함께 공생하는 중도매인, 이들의 물건이 우리 소비자에게 전해질 때 마지막 손을 내미는 시장의 상인들만 해도 벌써 세 명의 과일인을 만날 수 있으니, 사람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그걸 빠르면 3월, 늦어도 4월부터는 하려고 해요.
이쯤에서 하나 이실직고하겠습니다. 사실 2월에만 한 명의 농부와 한 명의 중도매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두 분 모두 처음에는 긍정적이셨으나 인터뷰 일이 가까워지자 두 분 다 나중을 기약하자며 거절을 하시더군요. 역시나 부담스러우셨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특히 일뿐만 아니라 건너온 삶을 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죠. 다행인 건 앞서 여섯 명의 농부님을 만나기 전까지 곱절은 더 많은 농부님들에게 거절을 당했어서 이젠 개의치 않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 다시 새로운 농부님을 찾으면 됩니다. 그리고 어찌 됐든 계획했던 글쓰기가 미뤄진 만큼 여력을 얻었으니, 이 힘을 수필 연재에 쓰고 싶어 이렇게 연재 소식을 들고 온 것입니다. 어쩌면 올해 <격간 전성배 산문> 연재가 더 늦어지는 걸 막기 위해 상황이 이것을 의도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여기까지 격간 전성배 산문의 뒷이야기였습니다.
이번 3월호는 그 이름을 ‘봄이여 오라’로 지었습니다. 저랑 비슷한 연배의 독자분들이라면 아시겠지요? 가수 MC스나이퍼의 ‘봄이여 오라’라는 곡과 같은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이 노래를 좋아해 같은 이름으로 지은 것은 아닙니다. 노래 ‘봄이여 오라’는 떠난 여인을 봄에 비유하며 내게 오라 말하지만, 격간 전성배 산문 3월호 ‘봄이여 오라’는 입춘을 지난 지 한참이지만 여전히 겨울 같은 어느 날에 얼른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년 3월은 입춘이 지난 지 몇 주나 지난 시점이지만, 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3월호에 실릴 글은 되도록 희망적인 이야기만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 다시 한번 더 힘주어 말하는 이유는 제 기질이 슬픔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어코 슬픈 말을 떠올려 쓰다가 아차 싶어 지우기를 반복할 것 같은데요. 정녕 제 깜냥이 부족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슬프지 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힘쓰려고 합니다.
봄은 찰나 중의 찰나라 아름다운 것만을 보고 듣기에도 부족한 계절이니까요. 봄 자체가 슬픈 말을 하기에는 무념하기 짝이 없게 아름다우니까요.
3월, 봄을 그리며 써낼 열세 편의 글을 보여드리고 싶은 독자를 모으기 위해 2월의 겨울을 할애한다는 게 문득 겨울에게 참 미안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무언가에게 빚을 지며 저는 또 글을 쓰네요. 언제쯤이면 빚을 지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염치를 배울 길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2월의 겨울을 할애해 3월호 ‘봄이여 오라’의 구독자를 기다리겠습니다.
[격간 전성배 산문] 3월호 '봄이여 오라'
2023년 3월 2일 자정까지 구독자 모집 중
https://forms.gle/2DueAyafUB26byBG9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 이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농부와 농산물을 주로 이야기하고, 삶에 산재한 상념을 가끔 이야기한다. 생의 목표는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농업을 위해 농부와 대화하고 그들의 농산물을 알리는 것이다. 그 글은 주로 밤이 비유하는 죽음의 위에서 쓰일 것이다. 조금 더 바라도 된다면 농부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도 쓰고 싶다. 당신일 수도 나일 수도 있는.
aq137ok@naver.com
https://litt.ly/aq137ok :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