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을 들여 읽는 책

by 전성배

“겨울에 죽은 이들이 봄이 되었다 하여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님을, 죽은 자리에 새순이 올라왔다 하여 그게 그들의 생환은 아님을 안다. 나는 단 한 번도 봄이 되었다고 하여 겨울에 죽은 이들을 잊은 적 없다. 그들 모두가 시한부의 삶을 살다 가기에 더욱 찬란한 것임을 알고, 눈을 감는 일마저 줄이고 그들의 애처로운 삶을 두 눈에 담으며 살았다. 그러므로 나는 봄이 되었다 하여 애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의 뒤를 이어 새로이 태어나는 것들에게 빌 축복 또한 잊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죽어서 슬프고 태어나 기꺼운 마음을 지고 살아갈 것이다.”


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한 번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는데요. 지난 일 년간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계절의 이름으로 챕터를 나눈 까닭에 많은 독자분들께 책을 받은 직후 한번에 읽어 내리는 것이 아닌 계절마다 한 챕터씩 꺼내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 이 독서법을 들었을 땐 이 지난한 방법이 자칫 책을 잊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요. 기우였다는 사실을 최근 맞이한 겨울에 내도록 깨달았습니다.


“드디어 다 읽었어요 작가님.”

“일 년 내내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이제 드디어 겨울을 읽네요.”

“올겨울도 이 책과 함께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와 일 년을 꼬박 함께해주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시는데, 가슴이 벅차서 며칠을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내리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만 하나 들고 곳곳을 다녔습니다. 내 책이 누군가와 일 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함께 살았다는 경건하고 황송한 마음과 함께. 그때부터 제 책을 구매하셨다는 독자분을 만나면 꼭 ‘일 년을 들여 읽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에 읽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일 년동안 각각의 계절이 찾아와 머물다 떠나는 속도에 맞춰 자분자분 읽어주시길 권해드리죠. 그렇게 일 년을 이 책을 끼고 살아주시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크나큰 기쁨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또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이 책과 두 번째 맞는 봄입니다. 앞으로 남은 수십수백 번의 봄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 땅과 붙어사는 사람들의 말 ]

※ 아래 채널은 전성배 작가의 비공개 수필이 연재되는 공간으로, 수익금은 집필 활동과 농가 홍보를 위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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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田性培 : 1991년에 태어났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발행인이며, 농산물을 이야기하고 농부를 인터뷰한다. 농업계 이슈에 관심이 많고, 여러 주제로 글을 쓰지만 대부분 삶의 테두리 안에 머문다. 지은 책으로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다. 계속해서 우리나라 농부에게 도움이 될 글을 쓰는 것과 더불어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aq137ok@naver.com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 농산물 에세이

@_seong_bae : 미문美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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