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구토 사건
몇 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왕 카스테라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그전에 저급 단무지 혹은 썩은 무로 만두를 만들었다는 보도로 시작된 ‘쓰레기 만두 파동’은요? 더 전에는 공업용 소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우지 파동’도 있었죠. 모두 그 시절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었으니 대부분 아실 거라 생각해요. 다만 우지 파동이나 쓰레기 만두 사건은 경과한 지 오래라 어린 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을 텐데, 사건의 전말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토마토 구토 사건’ 혹은 ‘쓴맛 토마토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지난 3월 토마토를 먹고 쓴맛을 느끼거나 복통, 구토 등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잇따라 나타났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방울토마토를 먹고 이 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초반에는 그저 개인에 국한된 단순 알레르기성 반응이라 생각되었지만, 그 수가 점점 증가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에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신품종인 ‘TY올스타’가 그 원인.
덜 익은 토마토에는 ‘토마틴’이라는 성분이 존재합니다.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성분으로, 사람이 다량 섭취할 경우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간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감에 따라 토마틴은 자연히 사라집니다. 두 번째는 앞서 말한 ‘다량’에 힌트가 있습니다. 토마틴은 분명 독성 물질이기는 하나 그 독성이 매우 약하다 보니 사실 일반적으로 먹는 양으로는 인체에 증상을 일으키기 힘듭니다. TY올스타는 익었음에도 이 토마틴 성분이 그대로, 그것도 많이 함유되어 있었던 탓에 문제가 된 거죠.
원인이 밝혀졌으니 조사 당국은 발 빠르게 해결에 나섰습니다. 기존에 유통되던 물량과 아직 수확하지 않은 물량을 농가와 유통 업체와 협력해 폐기했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재배를 했던 농가에는 피해 보상을 했고요. 안타까운 건 온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기대를 품고 신품종을 재배했던 농가는 어찌 됐든 상처를 입었고, 신품종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는 거예요. 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농가 입장에선 신품종 재배에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정 품종이 일으킨 문제라는 게 밝혀졌음에도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방울토마토에 대한 불신이 생겨버렸습니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부터 전체 방울토마토 가격이 하락하더니, 상황이 수습된 뒤에도 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4월 초에는 자그마치 60% 이상 폭락하는 결과를 낳았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이 방울토마토 소비량 제고를 위해 기존 매입량에 몇 배나 되는 물량을 매입, 대대적인 판촉 행사에 나섰다는 겁니다. 매체에서도 지속적으로 토마토 구토 사건의 전말을 다루며 소비자를 안심 시키고 있기도 하고. 이런 상태라면 토마토 가격은 머지않아 다시 회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회복된다고 하여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 흐름을 되짚어 봐야 해요.
3월에 토마틴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불과 며칠 만에 방울토마토 소비가 뚝 떨어졌고,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엄한 농가들까지 피해를 보았습니다. 오늘날 그 정도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정보의 확산력 때문이죠. 사람들의 정보를 얻고 퍼뜨리는 일이 그야말로 숨쉬듯 자연스러워진데다 유독 안 좋은 이야기가 더 빨리 퍼져 나가는 성질을 가졌다는 점이 원동력일 겁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안 좋은 정보는 최대한 빨리 공유되어야 피해자를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안타깝게 보는 건 그 후 때문입니다. 원인이 밝혀지고 해결도 되었다면 이 정보 또한 빠르게 퍼져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매번. 토마토 사건만 봐도 TY올스타가 문제를 일으킨 것임이 드러났고, 다름 품종은 문제가 없다고 당국이 못을 박았는데도 수많은 방울토마토 농가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 정보가 제대로 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최소한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실어 나른 적 있는 사람이라도 움직였다면 어땠을까요? 원인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도 실어 날랐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나아가 그저 이타적인 마음으로 모두가 이 사건에 대한 진상과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를 활발히 실어 날랐다면?. 우지 파동, 쓰레기 만두 사건, 대왕 카스테라 사건 등으로 시간과 목숨, 명성을 잃었던 사람들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 이 글과 아래에 있는 본편은 모두 저의 그런 안타까움과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였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유달리 더 큰 확산력과 파급력을 가지는데, 이를 정정하는 이야기와 선한 피해자를 방지하는 이야기의 확산력과 파급력도 그 못지않은 힘을 지니길 바란다."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 이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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