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성배 May 30. 2023

지구에서 온 메시지

잠자리에 누울 때면 꼭 유튜브로 우주 과학 영상을 틀어 놓는다. 우주 과학이란 장르가 말하는 주제는 다양하다. 어느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의 최소 구성단위인 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원자의 구조는 원자핵과 구름처럼 떠다니며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핵과 전자 사이는 텅텅 비어 있어 이를 근거로 모든 물질은 대부분 텅텅 비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 경기장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그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야구공이 원자핵이라면 전자는 그 주위를 떠다니는 먼지 한 톨 정도의 크기이다. 이 둘을 빼면 경기장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원자로 세상 모든 게 구성되어 있다. 인간을 포함해서. 여전히 이 빈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이건 어떨까. 원자와 전자 사이의 빈 공간을 모두 빼면 인간은 먼지만 한 크기가 된다. 인간은 그야말로 공허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날에는 천문학자이자 SF 소설가이기도 했던 ‘칼 세이건’의 일대기를 들었다. 살아생전 그는 보이저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보이저 프로젝트란 미국 나사 NASA의 외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말한다. 여기에 사용된 탐사선의 이름이 바로 ‘보이저’. 1990년 보이저 1호는 부여된 모든 임무를 끝내고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자세를 바꾸어 지구를 촬영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그의 책 ‘코스모스’에 실리기도 했던 ‘창백한 푸름 점 Pale Blue Dot’이란 이름의 사진이 탄생한 배경이다. 사진 속 지구는 태양의 빛줄기 위에 박혀 있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했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대중에 공개하며 긴 문장을 남겼다. 그 문장의 첫 줄은 이렇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들어 보았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우주 과학을 들었지만, 어느 날 문득 이 두 이야기가 섞인 하나의 픽션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이 막연함을 내가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 계기는 또다시 칼 세이건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소설이며 영화의 소재로도 쓰였던 ‘콘택트’. 우리 이 외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우주로부터 단파 신호를 수신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직녀성으로부터 정체 모를 메시지를 수신하게 되면서부터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났을 때, 세상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졌다. 한 발 더 나아가 그 메시지가 우리가 아닌 또 다른 인류에게서 온 것이라면? 그 세상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육천 자도 되지 않는 짧은 글 속에 그 상상을 담았다. 상상이기는 하지만 읽힌 후 한동안은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썼다. 읽기 전이나 후나 당신에게 유용하길. 읽은 후에는 당신에게 긴 사유가 남았으면 좋겠다. 종종 이런 글도 쓰고 싶다. 진짜 소설가들이 쓴 이야기는 단단한 짜임새는 물론이고, 수많은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각각 고유의 성격과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런 그들이 서로 상호 작용할 때 보여지는 행동과 말은 급기야 그들에게 생명이라도 부여된 듯 생동감이 넘친다. 나는 소설가처럼 한 세계의 창조자로서 능히 한 세상을 쓸 수 없어, 내 소설을 마땅히 ‘불완전한 픽션’으로 분류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당신이 읽은 뒤에 사유가 남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 정도면 내 글은 충분히 효용을 다했다.



<여기는 지구, 우리는 인간입니다>

"계산이 맞는다면 우리는 당신들의 40년 뒤입니다. 혼란스러우시겠죠. 이 답을 하기까지 저희 또한 많은 시간을 고심해야 했습니다."

https://naver.me/GNUc7QZ6


전성배田性培 : 1991년 여름에 태어났다.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 이  있다. 생生이 격동하는 시기에 태어나 그런지 땅과 붙어사는 농부와 농산물에 지대한 사랑을 갖고 있다.


aq137ok@naver.com

https://litt.ly/aq137ok : 홈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 발신자와 수신자의 만남 없는 밀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