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이 장애인복지에 남긴 과제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인천을 위해

by 김광백
20200529_160211.jpg 사진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 사례


• 뇌병변 장애인 A 씨(32, 남).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나의 일상은 이렇다. 아침에 어머니가 출근하실 때, 어머니는 1만 원의 용돈을 쥐여 주신다. 그리고 어머니가 출근하는 8시 20분쯤 함께 집에서 나온다. 활동지원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집에서 외출할 때는 어머니의 도움이 필수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나오지만 나는 특별히 갈 곳이 없다. 나 같은 뇌병변 중증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도, 보호작업장도, 그렇다고 변변한 직장을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그냥 출퇴근 한다.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센터 사무실 한쪽에서 활동지원사가 올 동안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센터를 중심으로 하루 시간을 보내다가 어머니가 퇴근할 시간에 맞추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감염병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상향되면서 센터가 잠정 휴관이 되었다. 나는 갈 곳이 없어졌다. 센터가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가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은 나는 그냥 동네를 배회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지하상가를 다니거나, PC방에 가는 것 정도...... 활동지원사가 집에 와주면 좋겠지만, 그도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밖에서 만난다. 동네를 배회하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사람들의 시선은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어떤 이는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감염되면 어쩌려고? 집에서 나오지 마!”라고 말한다. 물건이라도 사려고 하면 내가 마치 전염병을 옮기는 사람처럼 시선을 보낼 때도 종종 있다. 나는 오늘도 센터에 전화한다. 언제쯤 갈 수 있냐고...... 코로나19로 나는 갈 곳을 잃었다.



• 자폐성 장애학생 부모 B 씨(46, 여).

나는 자폐성 청소년을 둔 부모다. 아들은 일상의 루틴이 매우 중요하다. 일상에서 어떤 행동을 하나 만들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겪고서 겨우 하나의 루틴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하는 일 중 하나는, 아들의 반복된 일상이 잘 유지되도록 돕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학교 가는 시간과 행동 순서, 방과 후의 장애인복지관 및 치료실 다니기, 저녁에 잠이 드는 것까지 하나하나 흐트러짐 없이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한지 벌써 2달. 지난 1달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도 있지만, 일상이 파괴된 아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고 막막한 기분이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은 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온라인 수업은 나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렇다고 긴급 돌봄 대상도 되지 못하여 학교도 가지 못한다. 그리고 주변의 장애인복지관, 치료실이 모두 잠정 휴관에 들어가면서 온종일 아들을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 되었다. 나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그는 중증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은 이동지원이 아니면 봐주기 어렵다고 하였다. 시급을 따로 더 주겠다고 하였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정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긴급 돌봄의 대안으로 활동지원시간을 더 늘려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나 같이 중증의 자폐성 장애 자녀들에게는 ‘그림의 떡’. 코로나19가 감염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설사 걸렸다고 하더라도 우리집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다.


• 지적장애인 C 씨(45, 여)

나는 거주시설에서 산다. 먹고 자고, 프로그램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코로나19로 나의 일상은 너무 무료해졌다. 아무 데도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료한 것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비슷했다. 그러나 동네 한 바퀴, 미용실 가기, 마트에 가서 간식 사서 먹기, 가끔 자원봉사자 만나기와 가족 면회 등 소소한 일상들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 모든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언제는 너무 답답해서 직원들 몰래 외출을 했다. 머리가 너무 길어서 미용실에 다녀왔다. 외출이 들통나서 직원들에게 얼마나 많이 혼났던지. 나도 마스크 쓰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없던 병도 생길 판이다.



2. 인천 장애인 확진 사례를 통해 본 문제점


인천에서 장애인 확진자는 3월 16일에 최초로 발생하였다. 다른 지역처럼 거주시설 등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에 발생한 확진 사례를 통해서 문제점을 복기해보자.


① 병원은 중증의 장애인을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

3월 16일 계양구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D씨는 코로나19가 확진되었다. D시는 아버지와 확진 판정이 되었고, 이후 인천의료원에 입원이 되었다. 다행이도 그는 입원과 치료 과정에서 별도로 더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만약 중증의 장애인이 확진 되었을 경우, 의료 기관은 적절한 보조인력,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구의 경우, 중증의 장애인이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이 없어서 자신의 집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사례가 있었다. 인천의 경우 역시 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② 지역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자가격리를 지원할 수 있는가?

D씨 확진 이후 함께 센터를 이용했던 분들은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다. 자가격리 대상의 대부분은 중증의 발달장애인. 자가격리 기간 동안 지켜야 할 수칙은 장애인 가족이 지키기에는 힘들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당사자의 돌봄에 온전히 가족에게만 전가되었다는 데 있다. 자가격리 시 당사자에 대한 지원은 가족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만약 자가격리 대상인 어떤 장애인에게 가족이 없었다고 한다면 누가 지원했을까?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가족이 아닌 지원을 지역사회는 얼마나,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구와 서울의 사례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이라는 공공기간이 있었지만, 실제 장애인 자가격리 시 어떤 지원도 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


③ 의료 및 행정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에 대하여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 및 점자 제공,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 및 문자 정보 제공, 언어장애인에게는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등 의사소통대체수단,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림을 활용한 알기 쉬운 정보 제공이 필수다.

이번 코로나19사태에 대부분 선별진료소에서는 장애인 등과 관련하여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만한 공적 체계는 부재하였다.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전무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에서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사람과 소통’이라는 민간단체에서 코로나19 검사와 관련 의사소통 시각지원판을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하였다.

의사소통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의사소통의 수단은 단순히 ‘말’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적절한 정보제공의 필요성은 단순히 장애인만이 아닌, 이주 배경을 지닌 집단, 노약자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린 의사소통 약자에게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할만한 역량과 시스템을 가졌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④ 자가격리만이 유일한 대안이었을까?

코로나19가 유행한 2월 중순부터 장애인복지관, 보호작업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지역사회 이용시설은 모두 휴관에 들어갔다. 문제는 갈 곳을 잃은 다수 장애인의 삶 역시 그렇게 휴관되었다는 데 있다. 앞에서 언급된 사례처럼 갈 곳을 잃은 장애인은 지역사회에 배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어떤 장애인은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지원은 별도로 없다. 또 거주시설, 그룹홈은 심각했다. 지자체에서 전면 외출금지 조치는 당사자의 삶을 위협했다.

코로나19 확산에서 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보호작업장 등을 부분 개방했으면 어떠했을까? 필자가 가장 염려했던 부분은 어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를 배회하다가 감염되지 않을까하는 부분이었다. 동선 확인이 필요한데, 어떤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기 스스로 진술이 어려운 이들이 많다. 갈 곳을 잃은 어떤 장애인에게는 자가격리의 방식이 코로나19보다 그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후 감염병 확산에 대한 사회복지시설 이용과 관련 지침은 변경될 필요가 있다.


⑤ 관련 기관과 협력은 할 수 없을까?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어떤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증진센터, 구청, 주민센터, 보건소 등과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어떤 발달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복지관, 구청,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과 협력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어떤 장애 학생의 경우 교육청과 구청과 협력이 필요하다.

어떤 당사자를 지원하는 복지기관은, 어떤 당사자가 자가격리대상인지, 확진자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자가격리 대상이라고 한다면 앞서 언급한 자가격리와 관련하여 복지관 등 공적 시스템을 통해서 지원할 여력이 있지만, 어떤 정보 공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개인정보 등 미묘한 쟁점이 있겠지만, 안전하게 개인정보를 공유하면서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하여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3. 제언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훌륭하게 대처하였지만, 감염자 다수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자이거나, 누군가를 혐오하면서 비난하거나, 어떤 이들은 방임 아닌 방임으로 내팽개쳤거나, 경제 위축의 피해는 우리 사회의 약자에 집중된 점에서 많은 부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 지면에서는 장애인 부분에서 한정되어 제언을 한다.


우선 장애 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문제점의 대부분은 장애 인지적 관점의 부재에서 오는 결과다. 장애인은 위험하니까 아무데도 다니면 안된다는 생각, 누군가의 보호만이 필요하다는 생각,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 같은 생각 등이 대표적이다. 당사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 장애 인지적 관점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둘째, 재난 유형별 장애인 대책이 필요하다. 장애인을 포함하여 재난에 따른 유형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매뉴얼을 깊이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없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출한 적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차별 진정을 받아들여, 보건복지부에 권고를 내린바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직무를 유기하였고, ㄷㄴ병원과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우린 운이 좋았을 뿐이다.


셋째,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의료지원 고민이 필요하다. 인하대병원은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발달장애인거점병원이다. 인하대병원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집중적인 의료지원 마련이 필요하다. 장애인 거주시설 거주인의 85%는 발달장애인이다. 혼자 사는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의 가족, 거주시설의 발달장애인 등이 확진 혹은 의심이 되는 자가격리대상인 경우를 대비하여 발달장애인 관련 병원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관련 기관 협력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매뉴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보건소-구청-장애인복지기관 등을 일상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는 지금 보다 훨씬 많은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 의료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권은 한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인 권리다. 2015년 장애인 건강권과 관련 법률이 제정도 되었다. 관련 기관의 협력체계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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