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해를 위한 심리학책
자기 이해를 위한 심리학책
언제부터인가 여러명이 만나는 모임을 기피하게 되었다. 수박겉핡기식의 대화만 오가는 것 같고, 집에 오면 기진맥진해서 뻗어버리곤 한다. 내 성격이 잘못된걸까? 20대 때는 둥글둥글하고 성격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그건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성격이 달라진걸까? 여러명이 모이는 흥이 많은 모임보다는 적은인원이 모여서 속깊은 얘기를 하는 관계가 더 편하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는 너무 힘들다. 나 왜 이런 걸까? 이 책은 이런 나의 의문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심리학책은 ‘자존감 수업'을 시작으로 마음이 힘들때나, 우울감이 계속될 때 꺼내 읽곤 했다. 막다른길에 다다른 것 같을 때, 원인과 해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간 읽어온 심리학책중에 공감할 수 있는 예시가 가장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특히나 성향별 갈등을 겪었던 상황이 예시로 나올때가 많아서,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성격을 크게는 내향성, 외향성으로 구분하고 두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양향성으로 성격을 다루고 있다. 책에 간단하게 자신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사회적 배터리가 빨리 닿는 편이라면 내향적인 사람, 반대로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충전되는 편이라면 외향적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책에 나온 예시 몇 가지를 통해 당신이 어떤 성향인지 알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
- 혼자 있는 것을 꺼리기보다는 오히려 더 좋아한다.
- 홀로 시간을 보내는 데서 편안함을 느끼며, 이를 시끄러운 바깥세상에서 벗어났다고 여긴다.
- 클럽에 가는 것보다는 친구 몇몇과 집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해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싫어하고, 그런 곳에서 일찍 자리를 뜬다.
외향적인 사람
- 혼자 있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 혼자 있을 때 지루함, 불안, 초조 또는 피로를 느낀다.
- 모임에서 무리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주목받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내향적인 사람은 많은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터리가 빨리 닿는다. 그들의 사회적 배터리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신만의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낼 때 충전된다.”
“내향적인 사람은 수다를 떠는 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위라고 여긴다. 다른 어떤 활동보다 사회적 배터리를 빨리 닳게 하면서도 얻는 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은 한층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길 좋아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확실하게 내향적인 사람에 가까웠다. 작년에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았었는데 선생님은 내게 “커피랑 잘 맞지 않으니 점 점 줄여가는게 좋겠어요.”라고 하셨는데, 책에도 동일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 사회활동을 할 때에는 일반적인 감각 수준은 이미 한계에 가깝기 때문에, 카페인이 이를 더 자극한다고 한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안 좋은 쪽으로 민감해지고 혼자 있고 싶어지거나 피로가 쌓이고 능률이 저하된다고...커피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인데, (사실은 중독에 가까울지도..) 실험을 해봐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한다.
내향성, 외향성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된 후에는 서로의 성향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부끄러움이 많거나 사회활동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해서 내향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활동후에 얼만큼 피로감을 느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한다고 한다. 외향적인 사람들도 친구가 많지 않을 수 있으며, 내향적인 행동경향을 보일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 잘 아는게 우선이고, 타인을 배려하여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존중하자.
만나자고 했을 때 거절을 당하더라도 섭섭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외향적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 당신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계속
고민거리를 떠들어댈 때, 별것도 아닌 일에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당신은 친구에게 엄청나게 고마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의 성향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후에는 (내향적인 사람으로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가진점중에 부러운 점이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타인과의 소통을 즐기며, 현재를 즐기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이었다. 나는 좁고 깊은 관계에 만족하지만, 반면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 때론 아쉽기도 하다. 내 안의 외향성을 어떻게 깨워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극단적으로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향성과 외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외향적인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며, 외향적이라고 해도 가끔은 내향적일 수 있다. 인간을 두 가지 성향으로 구분할 수는 없기 때문인데, 중요한 것은 내향성과 외향성의 스펙트럼을 자유롭게 오가며 균형을 지키는 것이다. 외향적인 나와 내향적인 나를 잘 조합하면 한층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상황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타인과의 관계형성이 스펙트럼을 오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런 책을 통해서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것만으로도 큰 수확인 것 같다.
위의 소제목은 글쓴이가 프롤로그에 써놓은 제목이기도 하다. 책에서 내향성, 외향성, 양향성을 소개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메시지는 “우리는 내향성, 외향성이 각기 다른 비율로 섞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해서 더 행복해지자.” 라고 느껴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도 많았는데,(나를 그렇게 생각한 타인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이 저자의 말처럼 ‘타인을 이해하는 입체적인 시선’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 성향이 너무 달라 갈등을 겪는다거나,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다거나, 자기자신이 동굴에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을 조금은 배운 것 같으므로.
행복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 따라서 나의 기준을 다른이에게 강요해선 안된다. 가장 좋은건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것, 그게 성격, 성향을 떠나서 누구와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아닐까.
[책 정보]
책 제목 :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지은이 :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출판사 : 포레스트북스
*이 포스팅은 제가 읽고 좋아서 쓰는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