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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글 Apr 16. 2019

'우주로 간 김땅콩' 북토크 에서 느낀 생의 뜨거움

암 4기를 딛고 만든 그림책

요새 그림책에 관심이 많아서 강의도 듣고 북토크에도 가곤 한다. 새로 나온 신간 중에 눈에 띄는 책 '우주로 간 김땅콩'이 있었는데, 마침 북토크가 있어 가게 되었다. 북토크같은 행사를 가면 작가의 인기가 분위기에서부터 느껴지는데, 이 날도 시작하기 전부터 분위기가 달궈지고 있었다. 곧이어 그림책만큼이나 발랄한 분위기를 풍기는 윤지회작가님이 등장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작년 3월에 위암 4기 선고를 받았잖아요.



헉... 이렇게 예고 없이 누군가의 아픔을 알게 된 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유명한 작가인만큼 절반 이상이 그 사실을 알고 왔다고 손들었다. 장내가 엄숙한 분위기로 변했다. '우주로 간 김땅콩'을 죽기 전에는 완성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하시면서 손바닥 더미부터 현재의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수정과정을 보여주셨다.


우주로 간 김땅콩 북토크 중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손이 너무 떨려서 나중에는 그림을 그리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채색 6장을 남기고 수술을 받아서 그 6장은 겨우겨우 힘이 날 때 1~2시간 작업하고 다시 눕고를 반복해서 그렸다고 한다. 그 아픔 속에서도 어떻게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작가님의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6529292



책 작업 과정에 대한 소개가 끝난 후에는 최근 작업물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암환자가 되고 나니 병원에 갈 때마다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한다. 병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묻고 싶어도 병원이 너무 바빠서 묻지 못하는 것도 많고 다른 환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암 4기 환자로 겪은 것들을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계속 받고 있어서 여전히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줘서 힘을 얻고 있다고 하셨다. 암 4기의 생존율은 7%라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이지만 5년 이상 생존해서 더 나빠지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해주셨다.



우울한 평범 소소한 항암 일기 '사기병'

https://www.instagram.com/Sagibyung/



이후에 질문과 답변시간이 있었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림책공모전에서 수상한 이후에 한 동안 일이 없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고향으로 내려가서 쉬었다고 한다. 그때 답답하고 암담한 기분에 사막을 걷고 또 걷는 기분이 들어서 사막에 관련된 그림을 그렸는데 그때의 그림이 모여서 '구름의 왕국 알람사하바'가 되었다고 한다. 뒤돌아 봐도 너무 힘들어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힘들어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암에 걸린 이후로는 큰 시련이 다가오면 나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화낼 일도 '죽고살일도 아닌데'라는 생각에 화가 나지 않는다고 말해주셨다. 



나 또한 우울증을 심하게 경험했고, 지금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유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노년을 그린 영화도 찾아본다.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의 모습을 그려보고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오늘이 소중하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죽음이 가까워져도 뜨겁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살고픈 용기를 얻었다.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로 그려낸 그녀의 그림책을 볼 때마다 그럴 것 같다.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준 출판사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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