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들은 대화에서 얻은 영감
엿들은 대화 속의 영감
내가 좋아하는 작가 마스다미리의 책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 생활'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는 대부분의 일에 크게 흥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본답니다. 찾고 있는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 그녀는 무언가 찾고 나면 그것을 대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책방의 워크숍을 가고 북토크에도 가보고 여기저기 기웃대 본다. 귀 기울이고 있다 보면 전혀 예상지 못했던 곳에서 기억하고 싶은 대화가 들릴 때가 있다. 책방에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가, 여행을 하러 갔다가 귀에 맴돈 대화들을 모아보았다.
(한 출판사 대표의 책에 대한 강연에서)
"저는 책을 만드는 일이 지친 적은 있어도 질린 적은 없어요. 책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니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요."
(강연자가 청중 한 명에게 묻기를)
“어떨 때 작은 행복을 느끼세요?”
“음... 살짝 뚱뚱해진 지갑과 살짝 날씬해진 몸매를 느낄 때예요.”
“그건 너무 큰 행복 아닌가요? 다들 동의하시죠?”
(청중 모두 깔깔깔)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끼리 나누던 대화 중)
"퇴근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한 할머니가 짐을 사람 앉는 데에 놓고 있더라고. 사람이라면 저녁때는 누구나 앉고 싶잖아. 마침 앞에 막 퇴근한 직장인이 서있었는데 어찌나 피곤해 보이던지. 요새는 젊은 얘들이 더 힘들잖아. 취업하고 직장 다니고 하느라. 그래서 그 아가씨 앉히고 싶어서 그 할머니한테 짐 좀 내려놓으시라 했더니 못 들은 척하다가 사람들이 다 같이 눈치를 주니까 겨우 내려놓더라고. 나는 그런 노인네는 안될 거야. 퇴근길에는 누구나 자리에 앉고 싶은 거라고."
(책방 주인과 단골손님과의 대화에서)
"이번에 종로에서 했던 북페어는 완전 별로였데요. 홍보도 잘 안돼서 사람도 없었는데 난방도 잘 안돼서 입이 돌아갈 정도로 추웠데요. 게다가 행사 주최자가 완전 장사치인데 클럽 음악을 좋아하는데 북페어에서 클럽 음악을 계속 틀어댔다지 뭐예요."
"남의 돈은 무서운 거예요. 텀블벅 펀딩 진행하다 보면 뼈저리게 느껴요. 사소한 거 하나하나 다 공지해야 해요. 일정이 마음대로 안되면 (인쇄, 굿즈 제작, 배송 거의 다 내 맘대로 안돼요) 그때부터는 죄송 봇이 돼야 해요. 책도 굿즈도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죄송해서 굿즈를 더 추가하면 더 죄송할 일이 생겨요. 추가한 굿즈가 또 지연되거든요 하하."
(엘리베이터에서)
“언니 도박방지센터가 7층으로 옮겼어? 예전엔 4층이었던 것 같은데.
어, 나 오늘 들려야 내일도 들어가지. 그래그래 같이 가”
(호텔 중식당에서)
“270만원 날린 건 너무했다. 그렇지?”
“응 심하긴 심했다. 100만 원 날렸을 때 그만했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