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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글 Feb 11. 2019

머리하고 상처 받은 경험 있나요?

당신의 헤어디자이너는 어떤가요?

5년 전, 우연히 찾아갔던 회사 근처 미용실에서 인영쌤을 처음 만났다. 미용실은 오래 다녀봤자 2~3번 갈까 말까였는데, 그녀를 만나고부터는 5년째 그녀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다. 5년째 같은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하러 가는 건 여전히 그녀가 좋아서다.



사실 나는 머리숱이 많아서 미용실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많다. 미용은 시술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시간의 공백을 채우려고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전에 머리를 해주던 사람들 중에는 불쑥불쑥 경계를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서 외모 비하가 섞인 농담을 듣는 기분이란...



불쑥불쑥 경계를 넘어왔던 말들

어머 언니 이 정도 머리숱이면 염색값 2배는 받아야 해! 하하하
남자 친구 있어요? 없어요? 머리를 이렇게 하고 다니니까 그렇지
언니 머리는 너무 드세고 뻣뻣해서 영양 안하면 스타일 잡을 수가 없어요.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어본다면 정말로 꽤 많다. 택시야 불쾌하면 바로 내리면 되지만, 염색약을 한창 바르는 와중에 기분이 나쁘다고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부분 웃으면서 대충 넘겨버리고 긴 시술시간을 별 말없이 버티다가 작은 상처 하나를 갖고 집에 갈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인영쌤은 그 경계를 몸의 감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다. 내게 과도한 시술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내 머리를 비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었다. "머리가 왜 이래요"의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나중에 물어보니 처음에 스타일링할 때는 숱이 너무 많고 모발이 두꺼워서 모양 잡기가 힘들었었다고 한다.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에 늘 안정적인 스타일을 연출해준다. 특히 머리를 하러 가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더 좋았다. 나는 내 일을 그렇게까지 좋아해 본 적이 있을까.



2년 전쯤에는 다쳐서 왼쪽 팔에 깁스를 하게 되었다. 팔을 다치고 나니 머리손질이 매우 고도의 작업임을 깨달았다. 머리 감기도 힘들고, 묶던 머리를 묶을 수도 없어 막 자고 나온 모양새로 병원을 다녔다. 회사 복귀를 위해서 그녀에게 SOS를 쳤다. 그때의 내 요청사항은 다소 웃길 수도 있겠지만 ‘한 손으로 감고 말려도 괜찮을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드라이를 안 했을 때 오히려 차분하고 컬이 사는 파마를 해주었다. 비록 깁스는 했지만 회사에 한결 나은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니, 잦은 염색도 반복되는 파마도 지겨워서 손질이 간편하고 빨리 말릴 수 있는 짧은 머리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유지관리가 간편한 스타일을 위해 과감한 커트를 부탁했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즐거워하며 변화를 만들어주었다. 이제까지 몇 가지의 머리스타일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머리스타일은 그녀와 나의 합작일듯하다. 물론 기여도로 따지면 1:9 정도일듯하다. 내가 1 인영쌤이 9. 



내가 머리를 하러 다니는 동안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바뀌었는데 그녀만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 그녀가 독립해서 자신의 미용실을 차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점점 커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늘 좋은 기운을 받는다. 머리를 다듬어야 할 때, 새로운 머리스타일을 하고 싶을 때 주저하지 않고 또 그녀를 찾아갈 것이다. 강남역 근처에서 미용실에 갔다가 돈은 돈대로 쓰고 머리도 마음에 안 들고 마음까지 상하신분이 있다면, 그녀를 소개하고 싶다.



인영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inyoung.t/



그녀가 너무 유명해져서 머리를 자를 수 없는 날이 오지는 않았으면ㅎㅎ

지난 5년간의 추억을 되새기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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