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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봤다, 데스노트!

돈은 내가 벌게, 자리만 부탁해

by 윤슬

※저는 특정 배우의 팬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내 경험상 지금까지의 티켓팅 중에서 가장 치열했던 데스노트를 드디어 봤다. 합법적으로 사용 중인 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시도했지만, 올바른 경로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뜰 때 어찌나 화가 나던지! 다행히 한 번은 성공해서 원하는 날짜에 관극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예전에 만화책을 재미있게 본 기억은 있지만, 이걸 뮤지컬로 어떻게 만들었을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재미없을 것 같았고, 순전히 홍광호 배우를 보기 위해서 피켓팅에 참전했다. 이왕 보는 거 초연에 했던 배우들로 보자 싶은 마음에 다른 역할 캐스팅을 고르는데도 어려움은 없었다.

공연 전에 일부러 관련 영상을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데스노트에 나온 넘버를 부르는 참가자를 보게 됐다. 그것도 두 곡이나. 예상외로 둘 다 너무 좋아서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기대감이 커졌다. 기대감이 커진 데는 당연히 피켓팅도 한 몫했다. 아니 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도대체 이게 뭐길래! (쑥스럽지만 이렇게 생각하며 모든 티켓팅에 참전한 사람이 저입니다.)


드디어 당일, 1시간 전에 도착한 충무아트센터는 매우 북적였다. 사람들이 여러 줄을 이루고 있었는데, 어떤 줄인지 알면서도 '이게 무슨 줄이야? 세상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캐스팅보드를 찍기 위한 줄이 엄청 길었는데, '인터넷에 치면 다 나오는데... 줄 안 서고 조금 옆에서도 찍어도 되는데...' 이렇게 속으로만 생각하며 나도 바로 줄을 섰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핸드폰에 남기겠다는 의지로 30여 분을 기다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몇 초동안 촬영 버튼을 눌렀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같은 사진이 여러 개 나오는데, 저도 절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뿌듯합니다.

이번엔 배지를 사러 가야지. 배지는 올 해부터 모으고 있는데, 예전에는 구경도 안 했었던 걸 한 번 모으기 시작했더니 품절되어 못 사게 되면 너무 속상하다. 계단 위까지 이어진 줄에 합류하고, 공연 시작 8분 전에 배지를 살 수 있었다.

드디어 객석에 앉아서 무대를 바라봤다. 썩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통로에 앉으니 가리는 부분이 없어서 나름대로 괜찮았다. 사람들이 공연 시작 1분 전까지도 입장하며 황급히 본인의 자리를 찾아서 앉고 있었고, 안내해주시는 분들은 곧 공연이 시작한다는 멘트를 쉼 없이 하고 계셨다. 그리고 이제 진짜 공연 시작이다. 서서히 조명이 어두워지고 암전. 이 암전이 날 정말 설레게 한다. 가끔 어떤 공연은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조명을 아예 꺼버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난 그게 왠지 아쉽다.


배우들이 등장하고, 노래를 시작하자 마스크 안의 내 입이 자꾸 벌어졌다. 기대했던 배우의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출연자분들이 피켓팅에 쏟은 내 열정과 돈, 거기에서 발생한 스트레스까지 보상해 주는 기분이었다. 박수를 정말 열심히 쳤고, 소리도 지르고 싶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와' 입모양과 함께 나오는 내 숨결로 마스크 속이 따뜻했다. 이 공연 자체도 내 마음속에서 급부상했지만, 이 공연에서 다시 보게 된 배우도 있는데 바로 김준수 배우이다. 이미 워낙 유명하고 인기도 많지만, 예전에 본 공연에서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데스노트 속에서 김준수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 노래에 소름이 돋았고 이 캐스팅으로 결정한 건 정말 잘 한 행동이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다른 뮤지컬이 올라올 때, 다시 만나고 싶다! 강홍석, 김선영 배우의 연기도 정말 인상 깊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의상, 분장을 했음에도 내 기준에서는 이질감이 없었고 특히 김선영 배우가 연기한 렘의 넘버는 창백한 분장과는 반대로 따스했다. 여동생과 미사미사의 맑은 목소리도, 아버지의 곧은 신념이 느껴지는 목소리까지도 두고두고 다시 듣고 싶다. 최근에 모든 넘버가 다 좋았던 뮤지컬은 없었던 것 같은데, 데스노트를 본 것만으로 하루가 뿌듯한 느낌이다. 재미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무조건 보세요!
표는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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