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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콘서트를 다녀오다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요?

by 윤슬
21년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난 꼭 보고 싶은 건 없어. 근데 이문세 콘서트는 가고 싶네." 하지만 가까운 곳의 공연은 진작 끝난 상태였고, 시간을 들여서 먼 지역을 갈까도 싶었지만 생각에 그쳤었다.


22년 1월

재미있는 공연이 뭐가 있나 예매사이트를 둘러보던 내 눈에 보이고만 세 글자. 다음 주에 티켓 오픈이라니, 이건 바로 캘린에 저장해야지.

티켓 오픈 당일, 회사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때를 기다렸다. 2시에 맞춰서 점심을 먹게 된 것은 운명이다. 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티켓팅이다. 3,2,1, 땡. 바로 빨간 버튼을 누르고 두 개의 좌석을 선택했지만 나보다 빠른 자들은 널리고 널렸다. 두, 세 번의 실패 후에 두 칸 떨어진 좌석으로 2매 예매에 성공했다. 나쁜 좌석은 아니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엄마를 생각하면 조금 아쉬웠다.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4월에 이문세 콘서트 예매했다.'

'4월 거를 벌써 해?'

'응. 아빠랑 가.'

'잉? 니 아빤 안 좋아해.'

'그럼 이모랑 가.'

'뭐야! 생각해볼게.'

엄마의 '생각해볼게'란 말. 난 안다. 내가 이문세 콘서트에 가게 될 것이란 걸.


22년 4월

역시나 엄마는 별다른 말이 없다. 이모에게 물어봤냐고 연락을 하려다가 말았다. 대신 평소에 사용하는 음악 어플을 켰다. 일주일간 내 플레이리스트는 이문세의 노래를 계속 계속 재생할 것이다. 유명한 노래는 사실 거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따로 찾아서 들을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막상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사를 웅얼거리고 있었다.


콘서트 당일

계획한 걸까? 벚꽃이 만개한 날에 공연이라니. 회사에 미리 말해두고 퇴근을 서둘렀다. 석촌호수에서 만개한 벚꽃을 보고 공연장 근처로 가서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면 되겠다. 석촌호수는 아마 이번 주 주말에 발 디딜 틈도 없겠지? 금요일 조기 퇴근한 내가 승자다!

맞다. 나는 패자였다. 추운 출근시간에 맞춰서 두툼하고 칙칙한 반코트를 입은 나와 달리, 밝고 가벼운 옷차림을 한 젊은이들이 잠실역 지하에서부터 행진을 하고 있었다. 금요일 낮의 석촌호수는 정말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엄마와 데이트를 할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의무감이 항상 있는데, 엄마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건지는 것이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나름대로의 느낌을 살려 셔터를 눌러댔고, 개인적으로는 흡족했다. 엄마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나도 같은 장소에 섰지만, 나중에 앨범을 보니 그냥 직장인이 나무 옆에 서 있었다. 이건 모델인 내가 잘못한 거겠지.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석촌호수의 어느 벚꽃 가지


미리 찾아둔 식당에 가서 배를 채운 후 콘서트장으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고, 나도 기념사진을 찍으며 얼른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특정 가수의 콘서트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더니 이문세 아저씨가 등장해서 노래를 연달아 3곡을 불렀다. 고음 부분에서 목이 약간 잠기신 듯한 느낌이 들어 걱정됐다. (이건 정말 기우였다.) 유명한 3곡이 끝난 후 마치 토크쇼처럼 매끄러운 진행과 함께 분위기가 전환됐다. 팬클럽에서 오셨나 싶은 관객도 있었는데,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아니라 그 기운이 나에게도 전달되어서 콘서트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일주일의 특훈을 포함해서 내가 접했던 이문세 아저씨의 노래는 모두 청각 자료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가수 '이문세'가 무대에서 부르는 시각 자료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알던 노래가 이렇게나 파워풀한 노래라니. 콘서트 조명의 힘인 걸까? 난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가 멋지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 해봤다.(엄마보다 나이가 많으시지만 별 차이는 없다.) 박수를 얼마나 쳤는지, 즐거우면서도 손바닥이 너무 아팠다. 내 평생 박수를 그렇게 열심히 쳤을 때가 있었던가.

2시간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어느덧 준비된 모든 노래가 끝나고 한 곡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생각하는 그 노래. 반주가 시작되자 팬클럽에서 오신 듯한 그분이 다시 팔을 마구 흔들기 시작했고, 나도 용기를 내어서 즐길 수 있었다. (엄마와 두 칸 떨어져서 앉은 게 다행이었다.) 뮤지컬은 뒷좌석의 관객을 위해서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보는데, 콘서트는 내 흥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즐거웠다. 에너지 가득했던 무대가 끝나고, 집에 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무대를 배경으로 엄마와 사진도 찍었다.

얼떨결에 보게 된 이문세 아저씨의 콘서트.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 한 번 더 보고 싶다! 그때는 노래도 따라 부르며 내 흥을 더 분출하고 싶은데, 그때까지 이문세 아저씨의 콘서트가 계속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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