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출근해도 되는 날이라 오전에 시간 여유가 있었다. 최근에 보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출근하고 싶었지만, 미룰 수 없는 일이 있어서 후드티를 걸치고 집 밖으로 나섰다.
최근 꽃샘추위가 지속됐는데 마침 날이 풀렸는지, 가끔 부는 찬 바람을 빼면 햇살이 따뜻하고 하늘도 기분 좋게 맑은 게 정말 봄이구나 싶었다. 난 봄이 너무 좋다.
아쉽게도 사진을 못 찍어서, 다른 날 찍은 하늘로 대체한다.
도로변의 작은 나무들은 여러 가지 색을 띠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둣빛의 잎사귀 속에 아직 노란빛을 많이 띠고 있는 새로운 아이들이 움트고 있다.
노래를 들으며 걷고 있었는데 마침 플레이리스트에 나오고 있던 목소리마저 따스하다.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우효, 민들레, 2017
상대방에게 전하는 마음이지만, 충분히 나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최근에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위로가 된 짧은 시간이었다. 역경과 고난이 있을 때만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니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내는 스스로에게 이따금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 이 사소한 일상이 남은 인생을 살아낼 의지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회사에서는 오전의 긍정 파워가 바로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