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이런 점이 좋았고! 이런 점이 아쉬웠다..

브런치에서는 제목을 30자 이상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by 이정우 글

어느덧 브런치를 시작한지 두 달이 되었다. 처음엔 그리 큰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 같다. 순간마다 생각나는 것을 쓰는 게 계획을 세워두는 것보다 나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생각나는 것이 많을 때는 마음이 너무나 벅찬 사람이 되었고 생각나는 것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의 이유에는 극복과 치유가 크게 담겨있었는데 좋아졌던 부분도 쉽게 일그러지고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글을 쓰는 매일의 몫을 다하게 되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잘 파악하고 있다고 느끼던 좋음의 시선처럼 흘러가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글을 쓰는 것이 조금씩 현실에 닿는 것이 좋으면서도 버거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만든 거창함으로 인해 버겁다거나 지치지 않고 이럴 땐 나오지 않았던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머리카락을 기르듯 천천히 나의 마음을 그려갈 때를 좀 더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웠던 것이다.


올해엔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올해에 처음으로 한 일은 계획이 아닌 실행이었고 처음으로 해보는 자유로운 노력이 좋았지만 누군가가 막연히 물었을 때 어떤 걸 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 없으니 내가 지내고 있는 시간들이 문득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여러 질문들에 조금씩 닿으니 마음에 힘이 빠진 것인지 실행이 쉼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기계처럼 딱딱해져버린 마음은 아주 새로운 게 떠올라야만 다시 실행이 될 것 같았다. 브런치는 내가 올해에 처음으로 해 본 계획이었다. 계획이 실행된다는 것을 믿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많은 밤을 지새우며 복잡한 의도들을 하나로 모은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사람들의 말이 와닿지 않았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와!' 하고 있을 때 나는 항상 허공에 있는 누군가에게 '왜?'라고 물었다. 내가 겪고 있는 일상들이 꽤나 방황하고 꽤나 꿈을 꾸던 내가 간절히 바라던 희망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잊은 것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다른 작가들의 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구독해서 보게 되는 작가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 한명씩의 글을 찾아서 보았다. 또 하나의 세상을 찾아가보려 하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브런치에는 작가가 참 많았고 그래서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인기 글의 제목들이 거의 다 비슷하다가도 있던 것들을 모아서 섞은 듯 참 새로워보일 때도 있었다. 작가에게 조회수만큼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 덕분인지 억지로 관심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 곳에서의 관심이라는 단어는 세상 속의 가치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들과 자신만의 세계라고 굳게 믿는 세계가 나와 닮아있는 작가들을 찾지 못한 것 같다는 멍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로부터 나온 것 같았다. 좋은 가치라는 것이 아쉬움을 몰고 오고 누군가 좋은 가치라고 외치면 굳게 믿게 되는 것이 돌아섬을 불러온다. 적당히만 믿을 수 있는 것은 없어서 나는 브런치 운영팀을 믿지 않기로 했다!


브런치에서는 제목을 30자 이상 쓰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방금도 내가 쓴 제목을 줄여야했다. 30자 이내로 내가 전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줄이는 거다. 어쩌면 줄이는 것보단 합치는 것에 가까울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게 정했던 것 같다. 나의 마음을 뚫는 감수성의 제목에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았기에 내 제목의 기준이 내 취향에서 그리 멀어지진 않았다. 제목을 짓기 어려울 때는 내용보다는 분위기로 제목을 전하려 한다. 그래서 한 번은 매거진에서 한 가지 글을 제외하고는 제목을 똑같이 지었다. 그게 <안녕모음집>이었는데 조회수가 너무 분산되서 <안녕모음집>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게 좀 아쉽다..


항상 좋았기에 아쉬웠고 아쉬웠기에 늦게라도 좋았다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는 꽤 아쉬움이 많은 사이트였다. 내 글을 메인에 올려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아직까지 갖고 있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그 희망이 조금은 부푼 것 같다. 희망은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니 내 글이 누군가의 브런치 메인에 오르는 날을 위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계획해보고 있다. 그런데 내가 떠올리는 그림이 모두가 날 보는 그림은 아닌 것 같다. 너무 그림으로만 떠올라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수가 몇 명이든 간직되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면 난 브런치에서 얻어가겠다고 생각한 게 한 가지도 없었다. 오래 쓰고 싶었고 오래 있고 싶었다. 기억하지 않아도 내가 생각날 때까지 기억되고 싶었고 일단은 이미 누워버린 개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역시나 없었고 많은 뜸을 들여서야 글을 쓴 이후에 그 글이 누군가에게 여러번씩 공유되는 경험을 통해 극복도 겪고 극복에서의 좌절도 겪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지금까지도 얻어가기보다는 알아가고 싶다. 조회수로 행복한 적은 없다. 근데 글을 쓰는 것으로는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며 원체 생기지 않던 물음표들도 불어나게 된다. 궁금한 건 없는데 호기심은 많다. 사람 바깥의 것들을 알아가고 싶은 것이다. 브런치엔 제목이 거창한 글들이 너무 많았고 사람이 쓴 것 같지 않은 제목도 많았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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