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매움을 강조하지 않는다
떡볶이는 쉽게 먹을 수 있기도 하지만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음식 얘기를 하면 떡볶이가 빠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떡볶이를 파는 곳은 많고 그런 곳들은 메뉴를 이름에 내걸어서 그런지 떡볶이를 파는 곳에 대한 이미지가 뚜렷하게 잡혀있다. 떡볶이는 꽤나 즉흥적이게 사람들 쪽으로 마중 나와 있고 매운 빨간색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떡이기에 겉부분만 맵다. 겉부분만 맵기에 어린 아이들이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처음 먹었을 때가 아닌 그 맛에 익숙해졌을 때가 더 맵게 느껴지는 유일한 음식이다. 어린이들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어린이들을 위한 책에 자주 등장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에서도 떡볶이가 건강에 안 좋다거나 떡볶이 가게를 보면 돌아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떡볶이를 먹어봐서 그렇다[떡볶이 가게를 먹어봐서 그렇다])어린이건 어른이건 신경쓰지 말고 먹었으면 하는 매운 맛이다.
초등학교 때는 규칙이 참 많았고 그 규칙 중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보지 말라는 규칙이 있었다. 애니매이션은 학교에서도 보여주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고 단 몇 개의 애니메이션만이 보지 말라는 애니메이션이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애니메이션들이 애니메이션계에서 탑3를 다툰다고 했다) 그리고 난 그런 규칙이 있다는 걸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에서야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애니메이션을 절대로 보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런 규칙은 없으니 마음껏 보아도 된다는 것도 아닌 규칙 밖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저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 쓰지 않는 정도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규칙을 너무 일찍 들어서 애니메이션과 담을 쌓고 지낸 드라마 마니아 친구가 있었고 그 규칙을 늦게라도 들어서 그 애니메이션들이 탑3를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도 있었다. 아마도 떡볶이 가게를 마주친 순간에 어떤 일이 있었거나 떡볶이는 건강에 안 좋으니 먹지 말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떡볶이 가게가 보이는 쪽에서 돌아가야 내가 찾는 길이 나온다는 말을 들어서 평생 떡볶이와 담을 쌓게 된 라면 마니아가 있을 것이다. 난 라면 먹을 바에 떡볶이 먹겠다. 떡볶이는 겉이 빨갛고 겉만 빨갛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떡볶이는 글과 연관된 게 많다. 메뉴판의 글씨들이 문서의 글씨체와 가장 비슷한 식당이 떡볶이집이고 메뉴를 모두 일일이 글로 적어둔 곳이 떡볶이집이다. 실내와 즉흥적인 실외에 모두 메뉴가 붙어있다. 사진과 함께. 떡볶이집 사장님이 책을 꺼내서 읽는 걸 봤다거나 무엇이라도 메모하는 것 같았다면 부풀려서 인연을 이어가겠지만 그런 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어서 과장을 멈추기로 한다. 사람을 만날 때는 과장을 해도 되지만 사람을 생각할 때는 과장을 해서는 안 된다. 생각이 부풀어서 어느 날 갑자기 나를 가까이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떡볶이를 먹이고 싶을 것이다. 떡볶이는 매움을 과장하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써놓았으니 전국의 모든 떡볶이집이 좀 덜 맵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떡볶이는 빨갛고 학교 앞에 있고 세계 3대 애니메이션에도 한번쯤은 나왔을법한 음식이어서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되기 쉬운 음식이다. 하지만 아무도 떡볶이를 먹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느껴야 하는 매움이고 느낄 수 있는 매움이기에 막아도 어쩔 수 없고 막더라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막는 것과 같다. 짜장떡볶이 같은 것을 먹을수록 떡볶이가 겉만 칠해져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더 잘 알게 된다. 그래서 떡볶이는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시간은 짧을지라도 간혹 만날 수 있는 좋은 상황들과 닮아있다. 나를 둘러싼 상황들이 나아지지 않을 때도 떡볶이를 기쁘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떡볶이를 위해 짧은 시간과 가벼운 마음만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황을 이겨내려는 태도에서는 떡볶이를 대하듯 해야한다. 나로 인해 만들어진 고통이더라도 대상이 있는 고통이니 가장 순조로운 것을 대하듯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