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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강건 Mar 26. 2024

초등학교 3학년 영어교실에서는 무슨 일이?

“다른 사람 해도 되요?”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든다.

“뭘 하고 싶은데?”
 “저는 돈까스맨을 적고 싶어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초등학교 3학년 영어시간. Hello, I’m Jinu 단원. 닮고 싶은 인물을 위인으로 말했더니 어떤 남학생이 물어본다. 


수업 시작하는 동기유발로 인물 퀴즈 초성을 냈다. 돌아다니며 친구가 닮고 싶은 인물이 누구인지 영어로 물어본 뒤 교과서에 친구 이름과 내가 닮고 싶은 인물을 쓴다. 제일 많이 나온 위인은 유관순 6명, 세종대왕 4명, 안중근 4명, 이순신 3명, 헬렌켈러 2명, 간디 2명이 나왔다. 학반마다 모두 다를 수 있다. 위인은 닮고 싶지 않은 이유는 “헬렌켈러처럼 살려면 힘들 거 같아요.”

그래, 위인의 삶이 힘들지, 나도 위인처럼 살기는 힘드니까.     


3학년은 처음 영어를 배운다. 학원이나 방과후학교 활동이나 학습지 온라인 업체에서 영어를 배우고 온다. 내가 수업할 때는 3학년부터 알파벳을 처음 배운다고 가정한다. 현실을 보면 대부분 알파벳을 다 배워서 온다. 대한민국이 똑같은 건 아니고 우리학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교과서 집필진은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초등영어교과서를 집필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나뉘어 있다. 앞으로 적용될 2002 개정 교육과정은 네가지 영역을 표현과 이해 두 개로 구성했다.     

교육과정을 기초로 3~4학년군에서 도달할 수준은 성취기준이라고 한다. 2015 교육과정에 의하면, 3학년 쓰기 성취기준은 알파벳 대·소문자를 구별하여 쓰는 정도다. 수업을 알파벳을 구별하여 쓸 수 있게 구성하고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게 40분 동안 활동을 짠다.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어떤 순서로 만들까 고민하듯이 나도 가장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흐름을 고민하여 짠다.     


3학년은 집중 시간이 3분이다. 활동을 3~5분 단위로 바꿔주면 좋다. 초등학생 저학년은 특히 지루하면 공부에 집중을 잘못한다. 3학년은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늘 고민해야 한다. 지루함을 아이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얼굴이나 몸짓에 드러난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 낙서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옆 친구에게 장난을 건다. 이건 신호다. ‘나 지루해’를 온몸으로 표시하는 중이다. 이때는 활동을 바꾼다. 영어 노래라면 재생 속도를 바꾸어 2배속이나 0.5배속으로 바꾸어 주면 아이들은 신난다. 어린이는 신기하거나 호기심이 많아서 같은 활동은 흥미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재미없으면 안 따라하니 집중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는 건 모든 교사의 과제다. 매일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부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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