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상담: 참으라고요? 부모라서요?

여러 가지 상담실 이야기

by 김은희

"선생님, 모두들 저에게 참으라고 해요.

왜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참아야 하는 건가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 인내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부모의 마음을 누릅니다.

부모도 지치고 때로는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플 때가 있습니다.


상담사례 엿보기

"선생님, 참고 참다가 터져버릴 것 같아요."


정화(가명, 42세, 두 아이의 엄마)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씻지도 못한 채 저녁을 준비한다.

큰아이는 학원 숙제를 미뤄둔 채 게임을 하고 있다.

숙제를 먼저 하고 나서 놀라고 말하고 싶지만, 또 전쟁이 벌어질까 봐 참고 있다.

눈치 없는 둘째는 사소한 일로 투정을 부린다.


정화는 결국 참다못해 버럭 큰 소리를 냈고 아이는 울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를 본 남편은 한숨을 쉬며 “당신은 도대체 애한테 왜 그래?”라고 한다.

그 순간, 정화는 눈물이 핑 돌면서 감정이 폭발했다.


“내가 왜 애한테 그래야 하는지 몰라요? 나도 힘들어! 왜 나만 참아야 해?”

하지만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두 아이는 여전했고 남편은 무심했다.


정화는 집에서 도망치고 싶다.

동시에 내가 엄마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죄책감도 든다.

나는 나쁜 엄마인 것만 같다.


“선생님, 심지어 친정엄마, 아빠도 아이편만 들고, 저한테만 참으라 해요.

손주가 딸보다 더 중요해요?

그럼 엄마, 아빠는 나 키울 때 좀 참지!

본인들은 참지도 않았으면서 왜 나한테만 참으래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서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좋은 부모 역할을 강조하는 TV 프로그램 때문일까요?


한국 사회에서 부모에게 요구되는 기준이 너무 높아 보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자녀에게 항상 인내하면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교과서와 같은 말들이 신념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기에 더해서, '나는 우리 부모처럼은 하지 말아야지', '난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해'

라고 스스로 다짐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신념과 다짐이 오히려 부모 자신을 더 옭아맵니다.


정화님과 같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애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 '나는 지금 힘들구나.'라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아이에게 "엄마도 지금 지치고 힘들어. 방에서 혼자 좀 쉴게."라고 말해야 합니다.


'화'라는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할 때 아이도 부모도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꼭 내야 합니다.

잠깐의 휴식이나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감정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내가 힘들어서 화가 난 것인지, 화가 나서 힘든 것인지 구분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가 자신을 돌보고 행복해질 때, 아이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도 버텨낸 엄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