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상담 : 남 탓만 하는 아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상담실 이야기

by 김은희
교사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가출석부를 받습니다. 출석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지난해 동안 생활지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유명한 그 아이가 우리 반에 배정되었는지의 여부입니다. 익숙한 그 이름을 발견하면, ‘아, 올해는 쉽지 않겠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학교 현장의 사례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은 지연 선생님은 오늘 아침에도 출근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우리 반 학생인 민재 때문이다.
민재는 1학년 때부터 매우 유명했던 아이로 담임이 되었을 때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크다.
걸핏하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요?”라고 따지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자기 잘못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서, “준서도 전에 그랬어요. 왜 나한테만 그래요?”라며 남 탓을 한다.
오늘 수업 시간에는 떠들어서 지적을 했더니 눈을 부라리며, “나만 떠든 게 아닌데, 왜 나한테만 뭐라 해요? 어쩌라고!” 했다.
화가 나서 교탁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더니,
“할 말 있으면 선생님이 오세요. 왜 내가 나가요? 어이가 없어~~!” 한다.
다행히 수업 종료 종이 울렸고 민재에게 교무실로 오라고 했다.

지연선생님은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긴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상담선생님, 민재는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요?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이 아이의 심리는 뭘까요?”


선생님께 따듯한 차 한잔을 드리고 힘들고 지친 마음을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네, 선생님,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 봐요."

정당한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이렇게 반응하면 교사는 화를 참기가 참 힘듭니다. 충분히 답답하고 속상할만합니다.

아이가 규칙을 따르지 않고 반항적인 태도를 반복적으로 하면, 이 아이가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민재의 속마음을 파악하려면 평소의 말과 행동의 패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교사를 화나게 하는 이러한 말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민재가 자주 하는 말을 살펴보면, 뭔가 억울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데요?"

"왜 나만!"

"나만 떠든 게 아닌데, 왜 나만!"

"왜 내가 나가요?"


아마도 민재의 속마음은 이런 것일 수 있습니다.


- 나도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다.

- 나의 이 억울한 상황을 선생님께 말할 기회를 얻고 싶다.


'왜 나만'이라는 민재의 말의 속마음은 자신의 억울한 감정을 선생님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사실, 학생이 보이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반항적 행동은 아이가 뭔가 힘들거나 원하는 것이 있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생활지도에서는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이러한 말과 행동 이면에 숨겨진 아이의 진짜 감정과 이유를 알 수 있게 됩니다.


힘들겠지만 교사는 아이의 반항적 행동을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재를 따로 불러 상담할 때는 교사가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열린 질문을 하면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는 많은 말보다는 다음의 세 가지 반응만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랬구나, 억울한 생각이 들었구나."

"민재는 주로 어떨 때 선생님한테 화가 나니?"

"선생님이 너만 지적하는 것 같아서 서운했겠구나."


첫째, "내가 언제 너만 억울하게 혼을 냈니?"

"난 다른 아이들도 너처럼 떠들면 똑같이 혼내거든."

등의 교사의 입장을 이야기해 봐야 아이는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냥 "그랬구나, 억울한 생각이 들었구나."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교사의 반응은 '내가 너를 억울하게 했구나, 미안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교사가 아이를 억울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공감하는 표현입니다.

'너는 그렇게 느끼고 있구나.'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반응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당하지 않고, 교사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고 느끼면서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됩니다.


둘째, "민재는 주로 어떨 때 선생님한테 화가 나니?"

이것은 열린 질문입니다.

아이가 반항하는 이유를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상황이 힘들고 화가 나는지를 더 자세히 들어보려는 의도가 담긴 질문입니다.


상담과정에서 아이가 교사보다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상담의 효과는 높아집니다. 즉 교사가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질문을 통해 교사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셋째, "선생님이 너만 지적하는 것 같아서 서운했겠구나."

이 반응은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에 마무리 단계에서 한 번 더 감정을 공감해 주는 말입니다.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아이가 충분히 이야기한 뒤에 교사가 마지막으로 좀 더 깊이 있게 공감해 주면

아이는 '선생님이 내 마음을 알아주셨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나면, 마지막으로는 적절한 생활지도를 해야 한다.


"민재야, 너의 마음을 선생님이 알았어.

그런데 선생님도 아까 수업시간에 한 네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단다.

선생님에게 했던 말에 대해서 네가 사과하면, 선생님도 더 이상 이 일로 너를 꾸짖거나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앞에서 했던 세 가지 질문은 궁극적으로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생활지도 과정이 됩니다.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 준 후에는 교사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아이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면 아이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생활지도에서는 상호존중의 '선공감, 후지도'의 원칙을 세워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교사라는 이름으로,
교사이기에,
오늘도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이전 03화등교거부 :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