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상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당신에게

여러 가지 상담실 이야기

by 김은희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해요?”

17살 수민이는 엄마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갔는데, 담임선생님께서 급히 전달 받고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엄마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엄마!”라고 부르짖었지만, 더 이상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수민이는 멍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오가며 형식적으로 인사를 건넸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모든 것이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32세 태훈은 몇 년 전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보냈습니다.

아빠와 오랜 기간 함께 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그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출근길에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퇴근 후 아버지와 함께하던 시간에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누구에게나 깊은 상실감을 남깁니다.

특히 부모의 죽음은 정서적, 심리적, 심지어 신체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가족을 잃은 후 애도의 과정에서 우울,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PTSD)와 같은 심리적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장기적으로 삶의 의미를 다시 찾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실을 어떻게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을까요?

1. 애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애도(grief)는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적응 과정입니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시한 애도 단계에서는 부정(믿을 수 없음)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이라는 다섯 가지 과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단계를 똑같이 겪는 것은 아니고 애도는 개별적인 경험입니다.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은 성인보다 감정 조절이 미숙하기 때문에 애도 반응이 더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감정을 억누르고 무덤덤하게 보일 수 있고, 때로는 분노나 반항적인 행동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성인의 경우

성인은 현실적인 문제(경제적 부담, 가족 부양 등) 때문에 슬픔을 뒤로 미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도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나중에 심리적 후유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슬픔을 인정하고 표현하세요.

"이제 그만 잊어야지."

"강해져야 해."

이런 말들은 애도하는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게 만들고, 나중에는 더 깊은 우울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울어도 괜찮습니다.

눈물은 감정을 해소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글을 써보세요.

일기를 쓰거나 떠나보낸 이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세요.

친구, 가족, 상담전문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애도의 대상을 기리는 방법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진을 정리하거나, 추억을 기록하는 것도 상실을 수용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3.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회복을 돕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잃고 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힘들겠지만, 루틴을 깨지 말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애도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청소년의 경우

등교를 너무 갑자기 중단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합니다.

부모를 잃은 청소년은 불안감이 커질 수 있으므로 남아 있는 가족과의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학교 위클래스의 상담 교사나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인의 경우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배려해야 합니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산책이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차츰 회복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애도의 어려움을 느낄 때, 전문가의 도움을 고려하세요.

애도의 과정이 너무 길어지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깊은 슬픔이 지속된다면 ‘복합 애도(complex grief)’ 상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애도의 범위를 넘어 심리적 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1)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슬픔이 지속됨.

2) 불면증, 식욕 저하, 집중력 저하 등 신체적 증상이 동반됨.

3) 죄책감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자책이 계속됨.

4) 우울증,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이 나타남.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특히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상실을 넘어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하지만 애도는 ‘잊는 것’이 아니라, 떠나간 사람을 마음에 품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과정입니다.

애도 후에도 회복력(resilience)이 있는 사람들은 결국 다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일상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애도의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게 경험합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습니다.


당신만의 속도로 애도작업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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