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정 예비적 병합의 한계
채무불이행과 공작물책임을 동시 청구할 수 있을까 — 부진정 예비적 병합의 한계
안녕하세요. JCL Partners 이상덕 대표변호사입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는 종종 여러 청구 원인을 동시에 주장합니다. 채무불이행(민법 제390조)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작물책임(민법 제758조)을 예비적으로 청구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두 청구를 함께 낸다고 해서 한쪽에서 막힌 손해가 다른 쪽에서 자동으로 보전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다212812, 212813 판결은 채무불이행이 부정된 이행이익을 공작물책임으로 우회 청구하는 전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청구 원인의 선택과 병합 전략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배상 범위 전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청구 병합이란 — 선택적 병합과 예비적 병합의 차이
민사소송에서 원고는 하나의 소송에서 여러 청구를 동시에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를 청구의 병합이라고 하며, 크게 단순 병합, 선택적 병합, 예비적 병합으로 구분됩니다.
선택적 병합은 복수의 청구가 동일한 목적 달성을 위해 어느 하나라도 인용되면 목적이 달성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동일한 손해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을 동시에 주장하고, 어느 하나라도 인정되면 배상을 받겠다는 구조입니다. 법원은 어느 청구를 먼저 심리해도 무방하며, 하나가 인용되면 나머지는 심리하지 않습니다.
예비적 병합은 주위적 청구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만 예비적 청구를 심리해달라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는 '부진정 예비적 병합'이라는 개념도 활용됩니다. 이는 각 청구가 법률적으로는 독립적이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원고가 우선순위를 두어 주위적·예비적으로 구성한 경우를 가리킵니다.
대법원 2025다212812 — 채무불이행 불인정 후 공작물책임 이행이익 우회 실패
이 사건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및 운영 업체가 울산공장 ESS 화재로 인해 수백억 원의 손해를 입은 사안입니다. 원고는 두 가지 청구 원인을 병합하여 소를 제기했습니다. 주위적으로는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기한 채무불이행 책임(민법 제390조)을, 예비적으로는 ESS 설비의 하자에 기한 공작물책임(민법 제758조)을 주장하며 전기요금 절감 서비스 손실 약 220억 원의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채무불이행 책임에 대해서는 피고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작물책임 자체는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ESS 배터리의 하자가 화재 원인이 된 것은 분명하고, 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배상 범위에서 대법원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공작물책임의 배상 범위는 공작물 하자의 위험이 현실화된 손해로 한정됩니다. 이행이익, 즉 계약이 완전히 이행되었다면 원고가 얻었을 서비스 수익은 공작물 하자라는 물리적 위험이 현실화된 손해가 아니라 계약관계에서 비롯된 기대 이익입니다. 따라서 공작물책임의 배상 범위 밖에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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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합 전략의 설계 — 어떤 청구를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가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청구 원인을 복수로 병합한다고 해서 배상 범위가 자동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각 청구 원인에는 고유한 성립 요건과 배상 범위가 있으며, 이를 정확히 이해한 위에서 병합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채무불이행 책임(민법 제390조)은 계약관계를 전제로 하며, 이행이익의 배상을 포함한 넓은 배상 범위를 가집니다. 그러나 채무자의 귀책사유(고의·과실 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반면 공작물책임(민법 제758조)은 점유자·소유자의 귀책사유를 요구하지 않는 무과실책임에 가깝지만, 배상 범위는 공작물 하자의 위험이 현실화된 손해로 한정됩니다.
따라서 두 청구를 병합할 때는 각 청구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손해의 범위를 사전에 분리하여 분석해야 합니다. 채무불이행에서 이행이익을 청구하고 공작물책임에서 물적 손해와 직접 영업 손실을 청구하는 구조라면 이론적으로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이 부정된 이후 공작물책임으로 이행이익까지 배상받겠다는 전략은 이 판결에 따르면 허용되지 않습니다.
청구 순서 역시 중요합니다. 귀책사유 입증이 어려운 사안에서 채무불이행 책임을 주위적으로 내세우면서 이행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은 리스크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증이 비교적 용이한 공작물책임을 주위적으로 구성하고, 직접 손해와 영업 손실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방향이 더 실용적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택적 병합이란 무엇인가요?
A. 선택적 병합은 동일한 목적 달성을 위해 복수의 청구를 제기하고, 그중 어느 하나라도 인용되면 목적이 달성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동일한 손해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을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법원은 어느 청구든 인용 가능한 것을 선택하여 판단할 수 있으며, 하나가 인용되면 나머지는 심리하지 않습니다.
Q. 부진정 예비적 병합이란 무엇인가요?
A. 부진정 예비적 병합은 복수의 청구가 법률적으로 독립적이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으며, 원고가 주위적·예비적 순서를 두어 제기하는 병합 방식입니다. 주위적 청구가 인용되지 않을 때만 예비적 청구를 심리해달라는 구조로, 두 청구가 서로 다른 법적 성격을 가질 때 활용됩니다. 다만 예비적 청구가 주위적 청구에서 막힌 손해를 자동으로 보전해주지는 않습니다.
Q. 채무불이행과 공작물책임 두 청구를 함께 낼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A. 동일한 사건에서 채무불이행 요건과 공작물책임 요건이 모두 충족될 여지가 있을 때 두 청구를 병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입증될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이행이익까지 배상받고, 만약 귀책사유 입증에 실패하더라도 공작물책임으로 직접 물적 손해는 배상받겠다는 구조가 실무적으로 활용됩니다. 다만 각 청구의 배상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 위에서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Q. 어느 청구를 먼저 내야 소송에서 유리한가요?
A. 귀책사유 입증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면 이행이익까지 포함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주위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면 귀책사유 입증이 불확실한 사안에서는 무과실에 가까운 공작물책임을 주위적으로 내세우되, 배상 범위의 한계를 감안하여 직접 손해를 중심으로 청구액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어느 경우든 두 청구의 배상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분리 분석하는 것이 선결 과제입니다.
소송 전략은 청구 원인의 선택만큼이나 배상 범위의 정확한 산정에 달려 있습니다. 대법원 2025다212812 판결은 그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선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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