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라는 이름의 자아실현, 그것이 완벽한 헌신을 망친다.
수도 없이 반복한 이야기지만 똑똑하고 잘난 여자들일수록, 결정적인 순간에 이 10을 주지 못하고 제 손으로 판을 엎어버린다. 자신이 꽤나 헌신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왜 그럴까? 당신이 가진 그 숨 막히게 '높은 기준'으로 끊임없이 남자를 평가하고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남자보다 관계에 대한 잣대, 도덕적 기준이 월등히 높다. 게다가 여자들의 생태계는 지독한 정보 공유의 장이다. 단톡방이나 모임에 가면 남의 집 남자친구들의 스펙과 이벤트, 다정함의 척도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당신의 뇌에 들어오는 순간, 당신은 내가 만나는 이 잘난 '알파남'을 다른 남자들과 '은근슬쩍 비교가 아니라고 호소하는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
"능력은 좋은데, 왜 다른 남자들처럼 세심하게는 안 챙겨주지?"
“내가 이 정도 해줬으면, 내 남자라면 마땅히 이래야지. 사랑한다면서 이 정도 배려도 못 해?"
당신의 머릿속에는 그럴듯하게 세팅된 '이상적인 연인'의 매뉴얼이 있다. 그리고 그 잣대에 미치지 못하는 알파남의 행동을 볼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용서는 사라지고, 분노는 이성적인 대화를 가장한 '시비'로 발현된다.
"오빠는 왜 나한테 이렇게 안 해줘?" "나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 나 살찐 거 같지 않아?"
당신은 이것을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점진적 개선을 지향하기 위한 건강한 대화 및 소통‘라고 포장할 것이다. 웃기지 마라. 그건 남자를 사랑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철저하게 당신의 '자아실현'을 위한 이기적인 도구일 뿐이다.
이런 여자들에게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라, '완벽한 나'를 증명하기 위한 훌륭한 교보재다. 그 높은 기준에 미달하는 남자를 지적하고, 뜯어고치려 들 때 그녀들은 묘한 희열을 느낀다. '아, 역시 나는 똑똑하고 합리적이야. 나는 이렇게 도덕적이고 매력 팡팡 터지는 성숙한 여자야.'
남자를 코너로 몰아넣고 팩트로 두들겨 패면서, 스스로의 우월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종교적인 '자아실현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자아를 비추는 거울에 흠집이 나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까.
자, 밖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짓밟고 살아남아야 하는 수컷, '알파남'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보자. 알파남이 당신을 만나는 이유는 당신에게서 그 어떤 평가나 지적도 받지 않는 '완벽한 10의 안락함'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이 밥 차려주고, 데이트 비용으로 짜치게 굴지 않고, 잠자리에서 8, 9의 헌신을 다 해놓고, 마지막에 저 잘난 '자아실현'을 하겠다고 시비를 거는 순간?
당신의 그 헌신은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10은커녕 0점짜리 여자가 된다. 당신은 알파남에게 '안식처'가 아니라, 밖의 상사나 거래처보다 더 피를 말리는 '또 다른 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알파남들의 궁극적인 이상형이 뭔지 아는가? "조온나 예쁜데, 절대로 시비 안 거는 여자"다. 하지만 그들도 안다. 그런 완벽한 여자는 유니콘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조금 덜 예쁘고 스펙이 떨어지더라도, 절대로 시비 안 거는 여자." 이것이 그들의 타협점이자 정착지다.
당신이 들이대는 그 피곤한 기준과 비교를 견디느니, 차라리 살짝 떨어져도 나를 온전히 왕으로 인정해 주는(시비 걸지 않는) 여자에게로 미련 없이 환승해 버린다.
이 끔찍한 자아실현의 굴레를 끊어내지 못하면 당신은 평생 헌신짝 신세다. 어찌어찌 도태남을 만나 결혼해도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남편을 고쳐 쓰려던 그 통제욕은 결국 가장 만만한 '자식'에게로 향한다.
"내가 배 아파 낳은 이 자식이.. 넌 왜 이거밖에 못 해?"라며 자식을 인질로 삼아 오지게 시비를 걸어대는, 숨 막히는 집구석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알파남에게 완벽한 헌신(10)을 던져 그 위에 군림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장 그놈의 잘난 '기준'을 부러뜨려라. 남의 집 남자친구와 비교하는 저렴한 짓을 멈추고, 당신의 '자아실현'은 연애가 아니라 당신의 본업이나 취미에서 찾아라.
어설픈 똑똑함으로 그를 가르치려 들지 마라. 시비를 거세하고, 그 어떤 평가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평화와 안식을 제공해라. 그것만이 당신이 알파남의 목줄을 끝까지 쥘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렇게 해봤자 알아주는 새끼 없다’라는 멍청한 생각이 들었다면, 평생 당신이 알파남을 당신 곁에 머물게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까 구태여 알파남을 끼고 살고 싶다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이전 글들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구태여란 표현을 쓴 건, 알파남은 상책이 아니라 그저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알파남이랑 산다고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 여자는, 좋은 대학 나오면 막연하게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 생각하는 정도 수준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거나 하나 다름이 없으니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