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이 AI로 제작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이 1위에 올랐다. 앨런은 텍스트로 설명문을 입력하면 이를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림을 생성했다. 이런 방식으로 얻은 작품 중 3개를 골라 대회에 제출했고 이 중 하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AI 프로그램 활용은 결격 사유가 아니다. 해당 미술전의 '디지털 아트' 부문 규정은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색깔을 조정하는 등 디지털 방식으로 이미지를 편집하는 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일부 예술가는 앨런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앨런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애초에 자신은 대회에 작품을 제출할 때 '미드저니를 거친 제이슨 M. 앨런'이라고 명시해 AI로 작품을 생성했다"며 작품의 출처를 속인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박람회를 감독하는 콜로라도 농업부 측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앨런이 작품을 제출할 때 AI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해당 부문 규정도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그 어떤 예술 행위도 용인하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예술품이 미술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창의적일 수 없다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예술가는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며 시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AI의 저작권 문제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간단히 표현하면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지식, 정보, 기술 등 형체가 없는 것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책과 음악, 영화, 기술, 공정, 상표, 디자인, 제조법 모두 지식재산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창작 표현은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한 결과여야 한다.
⚖ 저작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09. 4. 22., 2011. 6. 30., 2011. 12. 2.>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2.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과 저작자 모두 “창작”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창작성 여부가 저작권 인정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창작 표현은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한 결과여야 하는데 AI 로봇에게는 그 사상이나 감정이 없기 떄문에 로봇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했다고 하더라도 작가로 인정될 수 없다. 특히 학계에선 알고리즘이 통계학적 방식으로 기존 그림의 패턴을 찾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행위는 창작표현과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단 현행 저작권법 규정으로는 AI 로봇을 작가로 보기 어렵다. 다른 나라에서도 인간이 아니면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예술계에서 인공지능 사용의 확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단순히 ‘아직은’이라는 답은 자칫 중요한 시기를 놓치게 할 수도 있다.
2018년 10월 25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크리스티 경매에 로봇이 그린 '벨라미 초상화'가 출품돼 약 5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 그림 오른쪽 아랫부분, 화가의 서명이 들어갈 자리에는 서명 대신 복잡한 수식이 적혀 있었다. 그 알고리즘이 그렸다는 뜻이었다. 이 그림은 AI 로봇 화가가 시장에 합류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서사(敍事)를 갖춘 인공지능(AI) 장편소설이 나왔다. 소설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부터의 세계》(파람북 刊). ‘지금부터의 세계’란 이전까지의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AI가 소설을, 그것도 장편소설을 썼다. 원고 분량이 200자 원고지 1800매에 달한다.
이를 감독한 소설가 김태용은 AI가 독창적인지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물론입니다. AI에 학습시킨 정보, 파라미터(매개변수) 개수가 늘어나면 저작권 문제를 심각하게 재고해야 합니다. 세레브라스(세계 최대 AI 전용 칩 개발업체)가 벌써 120조 개 신경망 파라미터 세상을 열었거든요. 인간 뇌 속 100조 개의 시냅스(인간 두뇌에서 뉴런 간 정보전달 통로)보다 많으니 장차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저도 상상이 안 됩니다.”
최근 성악가 조수미씨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석좌 교수로 임명되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악 연주 분석·생성에 관한 기초 연구 및 미래 공연 제작, 무대 연출 기술에 관한 응용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 교수는 ʻ조수미 공연예술 연구센터ʼ에서 아바타·홀로그램·혼합현실을 활용한 가상 연주자 구현 기술, 가상 연주자와 인간 연주자의 소통을 위한 인터렉션 기술, 메타버스, 대체 불가 토큰(Non Fungible Token, NFT) 등 미래 공연 산업 플랫폼 분야 연구에 협력할 예정이라고 학교는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특별 공연도 열 예정이다.
인공지능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널리 사용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대화를 학습한 뒤 오히려 인간을 차별하기 시작했다. 챗봇 ‘이루다’의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루다의 대화내용 가운데 '성 소수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싫어한다"고 답하는 등 혐오·차별적 표현이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비록 이루다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인공지능 사용의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대표적 사례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창작물에는 편향이 반영될 수 있다. 예술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예술 작품에도 편향이나 차별적인 요소가 반영된다면 대중의 큰 반감을 살 위험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지능형 로봇의 빅데이터 학습량이 늘면 창작과 같은 자율 영역도 같이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AI 로봇이 창작하는 방식은 사람의 방식과는 다르지만 로봇이 만든 결과물이 사람이 만든 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면 법을 개정하고 로봇을 작가로 인정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 당장 답을 내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AI 로봇의 개발 과정과 창작 활동에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다가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노래나 그림 같은 저작물이 전적으로 로봇에 의해 창작되고 인간은 단지 클릭 정도의 단순 작업만 하게 된다면, 그때도 인간이 로봇의 저작물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SHERPA in Yonsei
양혜정(5기)
sherp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