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우리의 생각과 언어
여러분은 일상에서 AI를 얼마나 활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이제 AI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순간에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 관리부터 이미지 생성, 정보 탐색까지 - 제 삶 곳곳에는 이미 AI가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바꾼 AI가 과연 우리의 사고와 언어 습관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MIT와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그 결과를 살펴보며, 우리가 AI를 통해 속도와 효율을 얻은 대신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MIT 연구팀은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같은 주제로 SAT 스타일의 에세이를 쓰게 했습니다.
1그룹: 오직 자신의 머리만 사용
2그룹: 구글 검색까지 허용
3그룹: ChatGPT 사용
세 그룹이 글을 쓰는 동안 연구진은 뇌파까지 측정하였고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ChatGPT를 쓴 학생들은 글을 훨씬 쉽게 완성했지만, 뇌의 여러 영역 간 연결성은 낮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창의성과 작업 기억에 관련된 알파·세타 뇌파의 활성도가 낮게 나왔지요. 또한 자신이 작성한 글에 대해 “내가 쓴 글”이라는 소유감도 다른 그룹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또한 ChatGPT로 쓴 글들은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대부분 경력·성취 중심의 답변이 반복되었고, 비판적 관점은 줄어들었습니다. 음식이나 문화 주제에서도 “피자”, “크리스마스” 같은 서구적 요소가 과잉 등장하며, 표현 방식까지 점점 획일화되는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아이디어 발상 실험에서도 LLM을 사용한 그룹은 독창성과 다양성이 낮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AI가 제시하는 무난한 아이디어로 끌려가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즉, AI는 속도와 효율을 주는 대신, 개성과 사고의 폭을 줄이는 인지적 부채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겁니다.
관련 링크: https://www.newyorker.com/culture/infinite-scroll/ai-is-homogenizing-our-thoughts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팀은 챗GPT가 등장한 2022년을 전후로 사람들의 말하기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과학기술 관련 팟캐스트 17개, 총 2,210만 단어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AI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이 사람들의 일상 언어 속에서도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urpass(능가하다)’라는 단어 사용은 140% 이상 증가했고, ‘boast(자랑하다)’ 역시 비슷한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strategically(전략적으로)’, ‘align(맞추다)’, ‘significant(중요한)’ 같은 단어들도 확연히 사용 빈도가 늘어났는데요. 이는 단순히 AI가 만들어낸 텍스트를 사람들이 읽어서가 아니라, AI와의 접촉이 사람들의 실제 언어 습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AI의 대표적 표현으로 꼽히는 ‘delve(파고들다)’는 생각보다 증가 폭이 크지 않았고, 오히려 사용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AI가 특정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생긴 편향이 역으로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일종의 ‘스며들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술 발전이 언어를 바꿔온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이번 현상은 특히 AI의 말투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담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관련 링크: https://n.news.naver.com/article/092/0002385478
AI는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고와 언어의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죠. MIT의 연구는 글쓰기가 쉬워진 만큼 창의성과 주체성이 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플로리다 주립대의 분석은 우리의 말하기 습관마저 AI와 닮아가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고하고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법적 회의주의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확실성을 찾고자 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와 같은 회의주의일지 모릅니다. AI가 주는 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이 정말 내 생각인지, 아니면 AI가 만들어낸 평균적 응답에 기대고 있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것이죠. 편리함과 생산성은 분명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고의 깊이와 개성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결국 같은 목소리만 내는 평준화된 존재로 머물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에는 더욱 회의주의를 되새기며, 나만의 시각과 고유한 생각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