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Amor Fati ? 아 몰라 파티!

by 행복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 "삶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아모르파티의 초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불멸의 명작 《그리스인 조르바》는 지성인인 '나'(화자)가 야성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나 삶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관념의 세계에 갇힌 현대인에게 진정한 실존과 자유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며, 특히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적 화두들을 생생하게 실천해 낸 문학적 보고서와 같다.


1. 니체의 유산: 고통을 자부심으로

"니체는 새로운 고뇌로 나를 풍성하게 해 주었으며 불행, 슬픔,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어 놓은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조르바는 내게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p.30)

'나'는 니체를 통해 삶의 고통과 불확실성을 회피하지 않고 긍정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이는 니체의 핵심 사상인 '아모르파티(Amor Fati: 운명애)'의 출발점이다. 운명애는 고통과 비극, 심지어 삶의 가장 부정적인 순간까지도 피하지 않고 "다시 한번!"을 외치며 사랑하는 태도이다. 조르바는 이러한 운명애를 책이 아닌 온몸의 행동으로 보여준 '나'의 실천적 스승이 된다.


2. 관념의 지옥을 넘어, 대지에 충실한 초인

"펜대나 굴리는 자들에게는 틀림없이 지옥이 있어!" (p.36)

"조르바도 그와 비슷한 원지성(原地性) 인간이야. 우리 교육 받은 자들은 허공을 날아다니는 멍청한 새들이야." (p.133)

조르바가 '펜대나 굴리는 자'를 경멸하는 것은 지성적 사변(思辨)에만 머물러 삶의 본능에서 괴리된 현대 지식인을 향한 통렬한 비판이다. 니체는 천국과 내세를 바라보며 현실과 육체를 부정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대지에 충실하라"라고 외쳤다. 조르바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땅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사는 원초적인 존재로, 관념의 허공을 맴도는 '나'와 대비되며 니체의 '초인(Übermensch)'이 지향하는 현실 긍정의 삶을 대변한다.


3. 영원회귀의 시험: 매 순간을 처음처럼

"매일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p.114)

"위대한 비전을 보는 사람들과 시인들은 모든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바라본다. 모든 사물을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것이다. 아니, 그들은 이 새로운 세계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 (p.241)

니체의 '영원회귀(Ewige Wiederkunft)' 사상은 독자에게 "당신의 삶이 모든 고통과 기쁨과 함께 영원히 반복된다면 기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르바처럼 매일 모든 사물을 새로운 기적처럼 보고 삶의 모든 순간을 열정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만이 이 혹독한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조르바는 이미 영원회귀를 긍정하는 사람처럼, 현재의 삶에 유일무이한 가치를 부여하고 온전히 몰입하는 '가장 강한 긍정'을 실천한다.

4. 이성의 끈을 끊고 춤추는 자유

"내가 숨 막혀 죽을 것 같으면, 그놈은 소리쳐요 ’ 춤춰!‘ 그러면 나는 춤을 춥니다. 그런 식으로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증세를 치료합니다." (p.147)

"이성이 그 끈을 끊어버리지 않는다면, 당신의 인생에서 무슨 보람찬 것이 남아 있겠어요? 당신의 인생은 카밀러 차, 뜨뜻미지근한 카밀러 차가 되고 말 거예요." (p.472~473)

조르바의 상징적인 행위인 '춤'은 이성(아폴론적 원리)의 억압을 벗어던지고 생의 충동(디오니소스적 원리)을 해방시키는 행위이다. 그는 이성이 삶의 위험과 광기를 억제하여 인생을 '뜨뜻미지근한 카밀러 차'로 만든다고 비판하며, '머리를 확 돌게 하는 럼주'와 같은 어리석은 용기, 즉 '이성의 끈을 끊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낡은 가치와 도덕에서 해방된 '자유 의지'의 실현이다.


5. 궁극적인 긍정: 패배를 축복으로

"우리의 모든 일이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 우리 영혼의 지구력과 가치를 테스트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우리가 겉으로는 정말 패배되었더라도 속으로는 승리를 느낀다면, 진정한 인간은 형언할 수 없는 자긍심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외부의 불행은 가장 수준 높고 가장 끈질긴 형태의 축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p.459~460)

책의 클라이맥스, 사업이 완전히 실패했을 때 '나'가 느끼는 이 격렬한 기쁨이야말로 아모르파티의 완성이다. 모든 것을 잃은 절망적인 순간, '나'는 비로소 필연적인 운명 속에서 자유를 발견한다. 외부의 불행까지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이 궁극적인 긍정은, 조르바가 '나'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실존적 삶의 최고 경지이다.


6. 맺으며

《그리스인 조르바》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철학적 투쟁의 기록이다. 니체의 초인처럼, 조르바는 우리에게 관념을 버리고, 대지에 발을 딛고, 삶의 모든 순간을 춤추듯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장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소요유(逍遙遊), 제물론(齊物論) 사상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은 삶의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독자에게 뜨겁고 강력한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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