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마야 1

로만 카체프, 로맹가리, 에밀 아자르 < 악마, 마야, 쁘띠 디아블

by 행복이

<내 이름>

물론 호적에 올려진 내 이름, 학교에서 부르는 내 이름은 할아버지가 작명소에서 거금 5천 원을 들여 지었다는 서영이라는 예쁜 이름입니다만 집에서는 악마가 내 이름이 되었습니다. (중략) 겉으로 표시는 안 내지만 사실을 고백하면 나는 ‘마야’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듭니다. (중략) 얼마나 이국적이고 달콤한 이름입니까. (중략) 큰언니 방의 화집 속에서 본 것이지만 스페인의 고야라는 화가가 그린 걸작의 그림 중에 ‘마야 부인의 초상’이라는 게 있답니다. 아주 아름답고 기품 있는 부인이었어요. 그 그림을 본 것은 몇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 후로 ‘마야’라는 내 이름에 더욱 은밀하고 충족된 사랑을 가지게 되었지요. (중략) 또 하나 내가 좋아하는 호칭이 있습니다. (중략) ‘쁘띠 디아블’ 오빠의 번역(?)에 의하면 작은 악마라는 프랑스 말입니다. 잠도 안 자고 기다렸던 내게 하는 말치곤 좀 괘씸한 바 있지만 그 어감이 여간 달콤한 게 아니어서 나는 용서해 주기로 했습니다. p10~11.


소설 “내 이름은 마야”에서 화자는 자신의 이름과 별명이 지닌 의미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낸다.


공식적인 이름은 할아버지가 작명소에서 지어준 ‘김 서영’이지만, 집에서는 개구쟁이였던 어린 시절의 행동 때문에 오빠가 붙인 별명 ‘악마’가 굳어져 ‘마야’라는 애칭으로 자리 잡는다.

가족들은 ‘악마’라고 부르기엔 꺼려 ‘마야’로 줄였고, 화자 역시 은근히 이 이름을 좋아한다. 입안에서 부르기만 해도 이국적이고 달콤한 느낌이 든다나...

나아가 큰언니의 화집에서 본 고야의 명화 「마야 부인의 초상」은 그녀가 자신의 별명 ‘마야’에 더 깊고 은밀한 애착을 갖게 된 계기가 된다.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마야’라는 이름 속에서 자신이 한층 기품 있는 존재로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이처럼 별명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화자의 내면적 자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오빠가 종종 술기운이 있을 때 귀띔하듯 불러주는 ‘쁘띠 디아블(작은 악마)’이라는 애칭은 그녀에게 묘한 설렘과 자존감을 동시에 준다. 다소 장난스러운 호칭이지만, 그 속엔 가족 간의 애정과 별명에 담긴 독특한 매력이 살아 있다.


이름과 별명을 둘러싼 화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외면적 자아(타인이 부르는 이름)와 내면적 자아(자신이 받아들이는 이름의 의미)가 조화롭게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악마 → 마야 → 쁘띠 디아블’로 이어지는 호칭의 변화는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성숙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며, 더 나아가 사랑스럽게 여기게 되는 모습에서 앞으로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이고 능동적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마치 귀에 속삭이듯 자신의 이름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화자의 모습은 순수하고 따뜻하다. 그것은 이름을 둘러싼 사소한 일상에서도 한 사람의 성장과 자아 형성이 얼마나 풍부하게 담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로만 카체프 → 로맹 가리 → 에밀 아자르 < 악마 → 마야 → 쁘띠 디아블


내 안에 있는 마야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서영이처럼...그리고 매쓰짱 김문식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나를 찾는 여정의 첫출발은 내 안의 나를 찾고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인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내 시작 다음은 또 얼마나 즐거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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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정 0번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