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마야 2

가지각색의 전파

by 행복이

<내 본모습>


우리 학교는 버스에서 내려서도 20분쯤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개천을 끼고 쭉 거슬러 올라가면서 양 옆이 모두 시장이지요. (중략) 어느 강이나 호수에서 잡혀 온 잉어나 메기가 그 강바람을 묻혀와 나를 유혹할 때도 있고, 어느 산골 양지바른 언덕바지에서 자란 산나물들이 내게 산내음 봄내음을 전해 주기도 합니다. 그것은 또 어느 화덕에서 갓 구워져 나온 오지항아리일 때도 있고, 색색의 유리구슬일 때도 있고 가득 쌓인 빈 조개껍질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보내오는 가지각색의 전파를 나는 외면하지 못합니다. 결국 나는 책가방을 든 채 그런 것들을 구경하며 그들로부터 바다와 산 그리고 강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입니다.

(중략) 멍하게 창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즉각 선생님의 질문공세를 받게 마련이고, 야단을 듣지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백일몽-이건 국어선생님이 내 한눈팔기에 부친 이름이죠-에 빠져듭니다. p21~22.


난 이 부분이 너무 좋다. 물론 책엔 소제목이 ‘단골 지각생’이라고 되어 있지만 난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고 별도의 소제목을 붙이고 싶다.

서울이지만 시골 같은 풍경 묘사도 좋고 학교 등굣길이 얼마나 정겨운지...자연과 소통하는 마야!


난 4~50분 걸어서 출근하는데 도로 주변(바로 옆이 산이라 간혹 이쁜 꽃들을 발견할 수 있음)을 둘러보거나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하면서 걷는다. 그러다가 구름 사진을 찍거나 꽃 사진을 찍어 모임 단톡방에 인사 대신 올리곤 한다. 공짜로 뭔가 소중한 걸 얻은 느낌이 너무 좋다.


김 헌수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 10

헌수 오빠. 지금 나는 독감에 걸렸답니다. 모레는 내 생일인데... 참 슬퍼요. (중략) 내가 아파서 누워 있으니까 엄마 아빠가 빨리 나으라고 생일날 특별히 맛있는 걸 많이 차려 주겠다고 병문안 온 친구들을 초대하라기에 초대하다가 정말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어요. 오빠도 그날 오실 거라고요. p47.


친구들과 내기하다가 거짓말하긴 했지만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거짓말쟁이!

나도 이 나이 때 순간순간 거짓말(화이트 라이) 하곤 했는데...


병원에 입원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아버지나 엄마가 아시면 혼나겠지만 작은언니와 나랑은 늘 병원에 입원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답니다. 흰 벽으로 둘러싸인 하얀 시이트의 베드 위에 약간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내 모습은 상상만 해도 근사했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에 그 행운(?)이 내게로 떨어졌습니다. 참 신나는 일이었어요. 멜롱-이건 혀 내미는 소립니다- p50.


학교 가기 싫어서 또는 엄마 아빠한테 관심받고 싶어서 아프고 싶었던 숱한 나날들...

어쩌다가 아프기라도 한 날엔 먹고 싶어도 잘 못 먹었던 샌드위치 사달라고 졸라서 먹었던 즐거운 기억도 있지만 언감생심 아파서 입원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근데 생각해 보니 이거 초등학교 때나 했음직한 행동들 아닌가?


우리 마야의 좌충우돌 모습 사랑스럽지 않나?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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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정 0번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