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약사입니다 "
|영어로는 젠틀맨|
어느 날 약국의 중국인 리테일 직원이 직원 휴게실에서 울고 있었다. 이유 인즉은 중국인 손님이 무례하고 부당하게 그녀를 대하였고, 그 전날 다른 뉴질랜드 직원이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했다며 환불을 요청하면서, 당사자가 아닌 중국 여직원을 몰아세우고 다른 손님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큰 중국어로 소리치며 컴플레인을 하여서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그녀가 하는 말에 3 ~4 개국의 아시안 국가에서 온 다른 팀원들이 공감을 하게 되었다. 다 늘 똑같이 느끼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속으로 삭여 오며, 딱히 자신의 고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안 좋게 이야기하기 싫어서 담아 두었던 이야기와 경험을 다들 같이 하고 있어서 놀랬다.
대부분의 아시안 손님들 중에 영어가 서투신 분들은 영어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아주 사소한 작은 도움에도 연신 활짝 웃으시며 "Thank you"를 연발하시며, 일을 마치고 돌아가실 때에도 또다시 "Thank you", 혹은 "Bye bye"를 말씀하시는 진정 친절하시고 예의가 바르신 젠틀맨들이신 경우가 많다.
|고국어로는 투덜이 스머프|
그런데!!! 갑자기 직원이 자신의 고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신 후, 자신도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실 때에는 눈빛, 바디 랭귀지, 손짓 그리고 말투까지도 갑자기 돌변하시며 화를 내시고 짜증을 내시는 분들이 생각 외로 꽤나 많다는 사실!
그 전날 그분이 컴플레인하고 싶었던, 뉴질랜드 여직원에게는 한마디도 못하시고는, 기분은 안 좋았었지만 일이 끝나면 하셔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영어로 "Thank you, bye bye"를 하시고 가신 것을 사다리 위에서 물건 정리를 하는 바로 그 중국인 직원인 그녀가 직접 보았다고 한다.
그 바로 다음날 물건을 교환하러 오신 같은 손님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그녀를 보더니 갑자기 그동안 쌓인 여러 울분과 화를 그녀에게 폭격처럼 쏟아부어 버린 것이었다.
|투덜이 옹호 이론|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은지, 한국 손님, 중국 손님, 필리핀 손님 할 것 없이 거의 비슷한 상황을 나를 포함한 팀원의 각자가 여러 번 반복해서 겪어 왔기에, 그런 이유에 대해서 나름 깊이 생각해 보고 연구해 보았다.
특히나 한국 직원인 나는 한국 어르신들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해보고 내린 여러 옹호 이론을 유추해 보았다.
1. 그동안 얼마나 말이 안 통하셔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제대로 못 하셔서 답답하셨을지
2. 이제는 장성하고 바쁜 자녀들이 가족들이 도와주지 못해서, 혼자서 의사를 약사를 보셔야 하는 애로
3. 한국에 비해 그야말로 느려터지고 속 터지는 의료 체계 그리고 한없이 불편한 대중교통
4. 자신의 건강 그리고 약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고 못하고 묻지도 못하는 복장 터짐
5. 은근한 현지인의 언어와 인종에 대한 무시를 뻔히 아시고 느끼시는데도 반박 못하시는 울화
6. 그럼에도 다른 옵션이 없어서 할 수없이 이용해야 하는 타향살이의 서비스들
|신중을 기하는 한국어|
지난 10여 년 동안 뉴질랜드에서 약사로 근무하면서 만나왔었던 많은 한국 손님들과의 한국어 소통에는 나름의 팁이 생겨 났다. 다양한 그룹의 한국 손님들을 대하면서 또 내가 나름 정리를 해 보았다.
1. 한국어가 서툰 이민 2~3 세대라서 한국어가 불편한 사람들
2. 어느 정도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굳이 한국어로 소통하기 원치 않는 사람들
3. 영어로 소통하다가, 소통이 어려워 한국어로 설명해 드리면, 급 불쾌해하시는 분들
4. 한국어로만 소통해야 해서, 내가 일하는 날과 시간을 적어가시는 어르신들
5. 완벽한 원어민 영어를 소통하면서도, 기꺼이 한국어로 소통을 기쁘게 또 편하게 하시는 분들
그래서 나와 같이 의논한 다른 한국 약사와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단 영어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고, 소통이 힘드신 분들은 그분들이 불쾌하시던 불편하시던 꼭 한국어로 다시 한번 복용방법과 중요한 주의 사항을 잘 이해하셨는지 재 확인 하는 것이다. 그것은 약사로서 그리고 의료진으로서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손님분들의 경우에도 꼭 중국직원을 불러서, 통역을 부탁한 후, 복용방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직접 다시 내게 자신의 약을 어떻게 드시고 설명드린 주의사항이 무엇인지 내게 재설명해주시는 것으로 꼭 체크를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고 언어로 인한 불편함이나 불쾌감은 나중의 문제라는 철칙이다.
|어르신들과의 특별한 애틋함|
나의 여러 이전글에서도 가슴깊이 통탄했듯이, 그렇게나 이쁨 받고 자란 철부지 막내딸인 나는 엄마 아버지의 임종도 못 지킨 불효 막심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약국을 찾으시는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보면 절로 마음이 애틋해지고, 70대 초반의 연세에 돌아가신 엄마가 더더욱 그립고 안타깝고, 애잔한 미안함이 물밀듯이 밀려오곤 한다.
어느 날 70~80대의 뉴질랜드 할머니께서 처방전 약과 몇 개의 물건을 구입하시고 나가신 후 10여 분 만에 부랴부랴 슈퍼마켓 쇼핑 카트에 식료품과 약 그리고 가방과 지팡이를 실으시고, 카트를 보행 보조 삼아 다시 들어오셨다.
사연 인즉은, 뉴질랜드에서는 흔한 일인 그 연세의 할머니께서 혼자 사시고 계시기에, 직접 장을 보시고 약을 받아가시고, 또 차에 가서 짐을 실으신 후, 직접 운전하셔서 가셔야 하는데, 차와 집 열쇠꾸러미를 잃어버리신 것이었다.
할머니는 너무 당황하셔서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셨고, 할머니를 일단 안정시켜 드린 후, 처방실의 의자에 앉아 계시게 하신 후, 쇼핑하신 백과 핸드백을 다 같이 일일이 살펴보고 약국 직원들에게도 물어보고, 옆 슈퍼마켓에 가서 남겨진 열쇠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5명의 약국 직원들을 불러서 할머니께서 구입하신 물건이 있는 곳을 다시 한번 찾아보라고 지시하였고, 나도 같이 찾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구입하셨던 반창고 선반에 떠~억 하니 오래된 열쇠꾸러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직도 걱정으로 불안하신 할머니에게 한걸음에 달려가서 안아드리고, 쇼핑하신 것을 차에다가 실어다 드리고 왔다. 너무 마음이 놓이고 기쁜 마무리였었다.
|도움이 된다는 건 축복|
쉬는 날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약국에는 그 할머니의 따님이 가져다 놓은 초콜릿 한 박스와 감사 카드가 있었다.
불효녀 막내딸이 다른 어르신분들에게 따뜻하게 최선을 다해 드리는 것을 본 우리 엄마께서 나중에 나를 만나시면, 쓰담 쓰담, 토닥토닥해 주시리라 믿는다.
꼭 약을 구입하시는 것이나 도움이 필요하시기보다는, 가끔 들르셔서 하루 있었던 일들을 말씀하시고, 차 사고가 난 이야기, 목 마사지를 받으신 이야기, 한국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하시러 들르시는 어르신 분께서 한날은
한국 식품점에서 떡을 사다 주셨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엄마께서 집에 오실 때는 늘 내가 좋아하는 빵이나 떡을 사셔 가지고 오신 적이 많았었는데, 내가 드린 작은 도움에 너무 큰 마음을 선물들을 해주신 정이 깊으신 어르신 분들의 따뜻함에 가슴이 정말 찡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산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고 그 자체로도 나의 마음이 흡족해지는 치유의 힘이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자부심이 생기는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그 축복을 오롯이 느끼며 주말의 바쁜 업무를 시작한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르신들 그동안 너무 답답하시고, 말씀도 안 통하는 머나먼 타국 뉴질랜드에서,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어디로 가라는 건지 , 왜 그러라 하는 건지 묻지도 못하시고 너무 답답하셨고 속상하시고 화나셨었지요?
화내시지 마셔요. 화내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한국 약사 나탈리가 주 5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도와드릴게요. 저희 약국뿐이 아니라 어디서 받으신 건지 모를 꼬부랑글씨 약 그저 드시지 마시고, 가지고 오시면 일일이 설명드릴게요.
꼭 필요하신 약이 아니시면, 되도록이면 안 드시거나 적게 드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최고의 약 치료는 " The lowest effective dose" (가장 적은 양으로 효과를 보는 용량)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우리 작가님들 그리고 구독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을 평온한 일상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이미지: Pexel, Pixabay, 떡은 실제 제가 찍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