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인권을 중시하는 뉴질랜드"
|아름다운 두 개의 섬나라, 뉴질랜드?|
남태평양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생태계로 유명하고 두 개의 섬, 북섬과 남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푸른 산, 맑은 호수와 푸르른 바다 그리고 광활한 초원 등이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왔던 뉴질랜드는 추억 속으로 희미해져 가는지, 더 이상 안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나라가 되어 버리고 있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이고, 시내의 상징인 Queen street는 한때 젊은이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핫한 거리였었지만, 지금은 돈을 달라고 하다가 그냥 가면 인종차별적인 모욕적인 발언과 심한 욕설을 하는 거지들로 넘쳐나고, 상점들은 폐업한 곳도 많고 위험하기에, 오클랜드 시내는 이젠 저녁에 가면 안 되는 곳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도둑도 단골인 약국?|
오늘 오후에 문을 연지 1년도 채 안 되는 내가 일하는 큰 대형 약국에 스무 번째 도둑이 들었다. 뉴질랜드의 도둑들은 밤에 몰래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손님인 척 쇼핑을 하다가 몰래 훔쳐가는 것은 그나마 소심한 도둑이고, 쇼핑 바스켙에 쇼핑하듯이 직원과 약사에게 물건 문의도 하고, 또 한두 시간에 걸쳐서 여유롭게 여러 물건을 쓸어 담고 있다가, 갑자기 약국 밖으로 뛰쳐나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들의 일행이 약국 밖에서 대기하다가 도둑과 훔친 물건을 싣고 가거나, 때로는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하며, 따라오는 약국 직원에게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하기도 하고, 협박을 하기도 하는 둥 여러 가지 아주 뻔뻔하고 또 전혀 겁을 내지 않는 상상초월의 행동들을 한다.
오늘도 일상인 듯이, 한 40 대경의 원주민 남자가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듯이, 쇼핑 트롤리에 아주 가득 수천 불어치의 물건을 담고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려는 것을, 약국의 남자 리테일 매니저가 급히 따라 나가서, 그가 훔쳐가는 바퀴 달린 쇼핑바구니의 손잡이를 낚아채려 하자, 도둑이 자신의 자동차 열쇠를 떨어뜨렸다고 한다.
|도둑의 인권을 귀히 여기는 뉴질랜드|
뉴질랜드에서는 도둑이 바로 눈앞에서 상점의 물건을 훔쳐 나가도, 그의 가방도 도둑의 동의가 있어야 체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훔친 물건이 들어있는 가방을 보여주려는 도둑은 당연히 있을 리 만무함에도...
그리고 도둑의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렸다가는 고소를 당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상점들은 안전 요원들을 고용을 하는 곳도 있지만, 그들은 그저 관상용인 듯, 실제로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이다.
일례로 오클랜드 북쪽지역의 꽤나 큰 알바니 웨스트필드 쇼핑몰의 보석상의 안전 요원은 보석을 훔친 도둑이 계속 도망치려 하자, 경찰이 올 때까지 도둑을 붙잡고 있다가 고소를 당했고, 안전요원의 유죄가 인정되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도둑놈이 아니라, 도둑님인 뉴질랜드이라니...
|도둑 둥절|
그리하여 도둑의 몸을 잡지 않고 우리 약국의 남자 매니저는 쇼핑 트롤리만 잡은 것이었는데, 천만 다행히도 그렇지만 도둑에겐 불행하게도, 그 도둑이 차 열쇠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직원이 도둑의 차 열쇠를 재빠르게 약국으로 가지고 들어온 후, 약국 문을 잠가버리고 바로 경찰에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 역시나 도둑의 인권을 존중하는 뉴질랜드의 경찰은 우리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수도 없이 일어나는 도난, 절도 그리고 도둑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고, 처음엔 출동을 할 인원이 없다고 하였다.
도둑은 밖에서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지나가는 차들을 다 세우고 도움을 청하다가 또 안되니까, 차 보넷을 열고 차가 고장 난 척 연기를 시작했고, 몇몇 사람들은 차를 멈추기도 했다.
그 친절한 사람들은 그가 도움이 필요한 지 알고 도와주려고 하였고, 모든 것을 지켜본 약국 안의 뉴질랜드 손님들이 저 사람 못 도와주게 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알려주어서, 나는 흰 종이에다가
"저 사람은 우리 약국에서 물건을 훔쳤습니다. 지금 경찰이 오고 있습니다. 절대 도와주지 마세요"
라고 써서 유리 너머로 보여 주었다. 도둑은 안절부절, 훔친 물건을 돌려주겠다는 시늉을 해보기도 하였고, 계속 열쇠를 내놓으라 소리도 질러보다가, 훔친 물건의 아주 일부만 약국 앞에다가 가져다 놓기도 하는, 어리둥절 도둑, ” 도둑 둥절“ 완전히 범죄에서 코미디가 되어버린 기가 찬 상황이 생겨버렸다.
|무기를 쥐어주고 퇴근하는 남자 매니저|
그 당시에는 다행히 남자 리테일 매니저가 일을 마치기 전이어서 그나마 그 도둑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보통은
오후 4:30 이후에는 그 큰 약국에 여자 약사 한 명 (나)과 리테일 여자 직원 이렇게 여자 둘이만 일을 한다.
리테일 매니저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가면서, 나와 약국 리테일 여직원에게 무기를 두 점씩 주고 갔다.
못질할 때 쓰는 망치와 집수리 공구를 나와 여자 직원에게 나누어 주고는....
대체 이것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과연 이것으로 우리의 안전은 지켜질 수 있을는지…
그 와중에도 처방전은 이메일로 계속 들어오는데, 갑자기 평생 없던 수전증이 생긴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