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걱정 "
오클랜드는 12월이면 여름이기에 11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토요일인 오늘 내리는 비는 봄비이다.
어린 시절에 생각했던 봄비는 무언가 설레고, 애틋하며 무언가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릴 것 같은 것이었는데,
어쩌다가 중년이 되어버린 나는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에는,
-집이 습해질 수 있으니 제습기를 틀어 놓고 일을 가야겠구나...
- 엄청나게 들고 다니는 나의 짐 (노트북, 아이패드, 충전기, 화장품 가방, 텀블러, 커피, 도시락 등등)을 먼저 약국에 내려놓고, 차를 주차하러 가려면은 우산을 들고 가야겠구나...
- 오늘은 비가 와서 환자들이 물에 젖은 처방전을 가지고 오시겠네...
-혹 직원들이 아프다고 안 나오면 어쩌지 같이 문을 닫는 직원은 누구일까...
전혀 감성 하고는 거리가 먼, 지극히 현실적이고 또 굳이 걱정이나 생각을 소모하지 않아야 할 소소한 것들 까지도 쉬지 않고 뇌에게 시간 외 근무까지 시키면서까지 생각의 굴레가 돌아가버리곤 한다.
그렇다. 나는 "프로 걱정러" 그리고 "프로 불안러"인 것이다.
나의 감정들은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쉽게 상처받으며 또한 특히 중년의 여성이 된 나는 더더욱 감정의 높낮이가 비행기 난기류와도 같이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산 지난 50여 년, 그리고 막 시작한 글쓰기로 자신을 자아를 탐구해 보기로 하였지만, 실상은 나의 불안증과 걱정증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장 오늘 해결해야 할 일, 일 끝나고 해야 할 일들, 또 쉴 때 계획했던 일들, 그리고 오랫동안 소통하지 않아 아주 서투른 사람들과의 가끔의 만남을 또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는 나의 뇌는 여전히 나의 깊은 감정 그리고 마음속 깊은 상처는 일부러인지 아님 의식 안의 무의식인지 모른 채 또 못 본 척 살아가고 있다.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무게감, 그렇지만 신이 아닌 인간인지라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하는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나 자신을 어찌할까.... 용서하고 타협해 봐 이제...
우리의 감정도 어릴 적에 글씨 연습하던 연습장처럼 몇 번을 연습하다가, 이제 진짜 제대로 잘 예쁘게 쓸 수 있을 때만 예쁜 감정 노트에 옮겨 적고 싶어서, "감정 연습장" 메가진을 앞으로 나의 감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어떻게 버티어 나갈 수 있을지, 감정 생존 기록을 해 보려고 합니다.
혹 참여하실 작가님분들도 언제든지 여기 오셔서 감정 연습장에 연습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