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은 빵원?"
|500그램 피부 연고를 만들었다|
꽤나 강한 스테로이드 계의 연고인 클로베타솔 연고는 30 그램이라, 8통이나 알루미늄 끝쪽을 잘라내서 짜주고, 석탄 타르 (콜타르, Coal Tar)는 정해진 계량컵으로 잰후, 살리실산을 녹이게 같이 섞어 준후 균일하게 혼합해야 한다.
|서로 피하려 하는 작업|
말로는 쉬운 이 과정은 바쁜 조제실에서 약사가 한 시간을 오롯이 집중해야 안전하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등의 염증성 피부질환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특정환자를 위한 맞춤형 강도의 제조약이다.
모든 조제의 기본은 모든 필요 재료와 도구의 살균과 위생을 시작으로 하기에 알코올로 전체를 닦아주고, 각 약의 일련번호와 유효기간을 조제약 서류에 기재하고, 매년 전문가의 감정을 받은 저울에 정량을 재서 정해진 순서대로 약을 만든다.
워낙 많은 시간이 들고, 또한 코르타성분은 피부에 자극을 줄 수도 있고, 정확한 농도가 아니면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장갑을 끼고 조심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조제약을 만든 후 용기를 세척만 하여도 손가락의 껍질이 벗겨지거나 옷에 묻으면 탈색을 시킬 수도 있어서, 다들 조금은 다른 이에게 미루는 분위기이다. 물론 나는 미룰 누군가가 없이 혼자서 대부분 조제실에서 일을 하기에, 평생인턴인 숙명처럼 그저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호주 약국 때문에 문 닫은 전 약국|
2017년 호주의 큰 약국 프랜차이즈인 케미스트 웨어하우스 (Chemist Warehouse)가 뉴질랜드에 진출한 이후, 원래 처방전의 약 한 개당 $5씩을 환자가 내던 것을 그들은 파격적으로 받지 않기로 하였다.
호주 전역에도 많은 약국들을 가진 그들의 구매파워로 인해서, 이곳 뉴질랜드의 도매값보다 낮은 값으로 약과 다른 약국의 상품들을 제공해 주는 마케팅으로 많은 작은 약국들이 파산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슬프게도 그중에는 나와 내 동생의 약국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러자 뉴질랜드 정부에서 작은 약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5 처방전비를 정부가 전액 보조해 주기로 하여서 지난 몇 년간 모든 뉴질랜드 약국들은 $5를 받지 않고 약을 제공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2023년 1월부터 뉴질랜드에서 다시 $5 처방전 비용의 적용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나는 전의 약국에서의 경험으로 호주약국과 경쟁할 수 있는 큰 프랜차이즈의 약국으로 옮기었고, 이 약국은 다른 약국보다 늘 더 저렴하게 물건을 제공한다는 회사의 방침이 있어서, 당연히 처방전 값 $5도 받지 않는다.
|$5 무료? 그거 우리가 내드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 처방전 $5은 원래 무료인 것이 아니라, 매년 처음 20개의 약의 각각 $5를 약국에서 환자 대신 부담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일 년에 $5의 처방전 약을 20개 이상 먹는 환자들의 약값 보조의 일원으로, 21개째부터는 정부가 대신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장황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약사가 1-2시간을 들여서 약을 만들어도 약국이 받는 정부의 보조는 굉장히 미미하고, 환자에게는 무료이라는 사실, 그리고 약국의 $5은 정부가 아닌 각 약국의 부담하에 환자에게는 아직도 무료라는 것이다.
단 한 가지 조건은 일반 의사로부터 받은 처방전만 무료이고, 전문의 (피부과, 치과, 안과 등등)에게서 받은 처방전은 원래 다른 약국에서는 $15 인 것을 우리는 $5를 안 받기에 $10을 받는데, 거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약국에서 돈 내면 억울해하는 손님들|
뉴질랜드손님들 특히나 이민자들은 지난 몇 년간 무료처방전 약으로 이미 약국에서능 돈을 내지 않거 무료로 모든 것을 받아가야 한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듯하다.
전문의 처방전에는 $10을 내야 한다고 정보를 주면, 꼭 필요한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약임에도 불구하고, 버럭 화를 내거나 아니면 다른 약국에 가보겠다며 (다른 약국은 $15 임, 참고로) 나가는 경우가 부지기 수이다.
아직도 개인이 하는 작은 약국들이 많고 처방전의 약 한 개당 $5 (한국돈으로는 4000 원경)이 그들의 운영에 필수적인 수입원임에도, $5를 받지 않는 호주 약국 그리고 우리 약국과 같은 큰 프랜차이즈 약국들 때문에, 개인 약국들은 여전히 하나둘씩 문을 닫는 현실이다.
|마음안정엔 조제연고 만들기|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몸과 머리를 동시에 써야 하는 연고나 크림 조제를 하면서, 또 도구들을 전후에 소독하면서 집중을 하는 편인데, 오전에 전문의 처방전의 항생제 10일 치 약이 $10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이곳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며 나간 환자와, 전에 코로나와 호주 약국의 출현으로 문을 닫았던 나와 동생의 약국이 동시에 생각나서 오래간만에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
사람들에게는 조금의 돈이라도 얽히면 상호이해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물론 나라도 처방전의 약이 여러 개인데 각각 $5씩을 내려면 부담이 되어서 다른 곳에 갈 수도 있겠으나, 많은 약국들이 열지 않는 뉴질랜드의 주말에는 그것도 그 중요한 항생제 딱 한 개는 쫌...
심지어 $15을 받는 다른 약국에 비해 우리 약국에서는 $5 보조 후에 $10을 받음에도, 화를 내고 나가서는 이곳저곳 약국을 차를 타고 가서 확인해 보았다면, 그 환자도 정부의 의료법에 의해서 전문의 처방전을 약국에 따라 $10~ $15을 받는다는 것을 토요일 오후가 된 지금쯤은 알게 되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고로, 뉴질랜드에서는 일반 의사가 써준 처방약도 무료가 아니라, 우리 같은 대형 약국에서 손님을 경쟁 약국으로부터 유치하게 위해서 스무 번째 약까지 총 $100 (한국돈으로 8 만원경)을 내드리는 것이라는 것도 혹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고 싶다.
|의료비 축내러 오려고요?|
놀랍게도 이 말은 누군가가 나에게 한 말이다.
최근 뉴스로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엄청나게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곳 뉴질랜드 시민권자이므로, 한국에 가면 모든 것이 보험 적용값이 아닌 일반가로 내고 있다. 한국의 의료시설이 훨씬 좋아서 한국에 다니러 가면 의사를 보러 간다는 스레드의 글에 누군가가 날 선 반응의 댓글을 달았다. 현재 작은 항공사의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의료비 축내러 오려고요?"
토씨하나 안 바꾼 정확한 그녀의 코멘트였다.
그냥 무시할까 했지만, 다른 팔로워분들에게도 설명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답글을 달았다.
"아니오 저는 전액 보험적용가가 아닌 일반 금액으로 내고, 한국 갈 때마다 수백만 원씩 내고 진료 보고 옵니다. 그리고 그 진료에 대해서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제 편들어줘 고마워요|
그리고는 일도 바쁘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는 넘어갔는데, 나의 팔로워분들이 화가 나셔서, 그 여승무원이라는 이가 이곳저곳에 다니면서, 무례한 답글들을 달고 다니는 것을 나에게 보내주며 마음 쓰지 말라 해주셨다. 물론 처음에 조금 놀랬으나, 본인도 뉴스에서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한국의 국세로 지출되는 보험혜택을 다 받고, 의료를 무료로 받은 것이 엄청나다고 하니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겠다 이해했다.
저는 뉴질랜드에서 열심히 일하고 세금 내고, 한국 가면 이곳에서 번돈으로 한국에서 의료비를 내고 옵니다. 그리고 거기에 조금도 불만이 없고 되려 한국의 의사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약국은 오늘 제가 한 시간 동안 만든 조제 연고도 빵원, 그리고 수천만 원어치 당뇨키트도 무료입니다 (물론 정부가 내주는 것이지만). 그리고 저는 그분들이 의료비를 축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면서 세금을 납부해 온 뉴질랜드 국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자 실업자들|
많은 이민자들이 이곳에 오자마자 방과 욕실이 대여섯 개 딸린 대 저택에 살면서, 정부 실직수당을 다 받으면서 의료혜택까지 받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된다.
이곳 뉴질랜드에서 45년간 약국을 경영해 오셨던, 전 약국의 할아버지 약사께서 만 오천 불어치 약을 받아가면서 $5를 내라 했더니, 삿대질까지 하면서 항의하는 한국 중년 남성 환자(하필이면 왜 그날따라 그분은 한국분이셔서 너무 속상했음)를 보면서, 참다가 한마디 하셨다.
"뉴질랜드에 와서 세금하나 안 내고, 저런 약을 십여 년째 받아가면서 $5 내는 것을 저렇게 불평을 하는 군. 정부는 왜 저런 이민자들을 무제한으로 받는 거지?"
옆에 있던 한국인 인턴 약사였던 나는, 참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어버렸었다. 왜냐하면 그분은 호위 우리가 다 아는 명품시계와 명품 가방을 드신 부부의 남편분이셨는데, 그분의 환자 파일에는 극빈자 카드소지자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처방실 구석에서 말대꾸|
의료비 축내러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곳 뉴질랜드에 이민오셔서 제대로 된 일을 하시지 않으시고 정부에서 실업자 수당과 의료혜택들을 받고 있으시니, 그것은 바로 그 한국 여승무원이 말한 "의료비, 실업 수당" 등의 축내기가 아닐까...
고로 저는 우리 고국인 한국에 자주도 못 가지만, 의료비나 그 어떤 것도 축내러 가는 사람 아닙니다.
한국 방문하면 기본 만불에서 만 오천 불 쓰고 옵니다. 물론 그래서 더욱이 자주는 못 갑니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 한국에 가는데, 이번에는 짧게 일주일 여정이라 치과랑
아직도 여전한 박동성이명때문에 이비인후과에 가고 싶은데 못 갈 것 같습니다. 주말 행복하셔요"
**이미지: Pexel,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