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부지
언제부터였을까
어려선 많이 좋아했던 아부지를
내가 미워하기 시작했을 때가
아부지의 하루종일 긴 노동후
지금도 잊히지 않는 발냄새가
지성피부인 아부지의 세수소리가
엄마가 서운하게
다정하지 않은 목소리로
큰소리로 이야기할 때
미웠어 아부지가
매일 이른 아침부터
아모레 아줌마로 일하시던 엄마가
아부지의 친구라던
수십 명의 처음 보는 아저씨들이
온통 빈손으로 우리 집으로
아침 7시부터 찾아와서
하루종일 화투를 치며
하루 세끼와 중간 술상까지
차리셔야 했었던 명절날의
지친 엄마를 보면서
미웠어 아부지가
우리 4 남매
오빠들 언니 그리고 막내인 나까지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해서
교실의 칠판에
노란 분필로 우리의 이름이
매번 아주 크게 쓰여 있어서
미웠어 아부지가
엄마와 큰소리로 싸울 때
무서웠던 나와 작은 오빠는
옆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도를 하곤 했었어
근데 작은 오빠는 갑자기
맥락에 맞지 않는 기도를 했어
"하나님 우리에게
좋은 선물을 많이 해주세요"
그때도 아부지가 미웠어
과일 장수 아주머니 중
경철엄마는 착한 과일 아줌마
그 옆엔 인심 사나운 아줌마
근데도 아부진 미안하다며
두 명 다한 테 과일을 팔아주시고
경철엄마는 실한 과일에 덤까지
심술아줌마는 골은 과일만 비싼값에
넣어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얼마 없는 돈을 통 크게 쓰셔서
엄마가 많이 속상해하셨어
그래서 미웠어 아부지가
근데 어릿 광쟁이 막둥이인 나도
반평생이 지났어 막내 경력
아버지가 살아가신 날들을
살아오면서 만나보고
겪어본 세상 사람들을 보니
비록 아부진 경제관념은 없으셨지만
참 따뜻하고 인정이 많았던 분이셨어
고운 마음씨로
그냥 자신이 조금은
손해를 보고 사셨던 거였어
그래서 미웠지만
지금은 착한 아부지 엄마라
우리 넷도 착한 사람이 되었어
많이 늦었지만,
막둥이란 감투로 언니오빠대신
젤 많이 투덜대고 미워해서
미안해 아부지
사실 아부지를 많이 생각해 보지도
그리워해 보지도 못했어
이제부터 내가 너무 어려서
보지 못했던 아부지의
따뜻한 내면들을
천천히 하나씩
배워가볼게 이해해 볼 거야
엄마 암 걸리셨을 때
아부지가 엄마한테
정말 정성껏 잘해주셨던 거
그동안 표현 못해오셨던
아부지의 따뜻한 큰 사랑
고마워 아부지
난 아부지 닮아서
건강한 체질이야
정말 감사해 아부지
많이 그리워할게
착하게 살게 아부지처럼
여전한 철부지 막내딸 선영이
**이미지: Pexel,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