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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lie Oct 07. 2024

|청개구리|

    "그땐 몰랐어요... 엄마마음".

한 25년여 전, 뉴질랜드에서 아직 영어공부를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직 정하지도, 또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그야말로 인생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뒤늦게 30대 초반에 겪고 있던 나는,  홀로 서기 이후론 처음으로, 엄마가 계신 한국 본가에 10일 정도 다니러 갔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부모님께서 사시던 집은 포방터 시장의 안쪽에 위치한 중국집 바로 뒤편의 연립주택의 이층에 있어서,  하루 종일 중국집 볶음 요리 냄새, 짜장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 소스 냄새가 진동을 하였었다.


 어려서부터 내가 가장 좋아했었던 짜장면은 어른이 된 후에도 제일 좋아하는 톱텐에 드는 음식이었고, 지금까지도 내가 그 모든 후각적인 기억이 뚜렷한 이유는, 바로 그 당시의 내가 거의 몇 년 만에 엄마집에 다니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가서 다이어트로 5킬로 이상을 빼고 오려 다짐하고, 10일 내내 아무것도 안 먹고, 방울토마토만 먹는 얼토당토 하지 않는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하루종일 내 코와 온몸의 감각이 몰리는 듯한 그 중국요리 냄새가 가장 고통스러웠었기 때문이다.


누가 시켰다고 그런 "꼴값"을 떨면서 고통을 감내하며 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었던지,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아주 세게 그리고 정신이 바짝 들도록, 딱밤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다.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그리고 응석받이로 자란 30살도 넘은 막내딸은 그때는 그런 나를 보는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애타고 속상해하실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정말 철딱서니 제로와  품행제로의 딸레미였었다.


엄마는 내가 말랐는데 왜 또 살을 빼려 하냐, 지금 충분히 날씬하고 예쁘고, 혼자 뉴질랜드에서 잘 해먹지도 않고 사 먹으니, 엄마집에 와있는 동안 엄마가 해주는 건강한 집밥 먹으라고 그렇게나 정성껏 다 차려주신 밥상 앞에서 꼴불견처럼 방울토마토만 몇 알씩 집어 먹으면서, 매일 아침마다 목욕탕에 가서 사우나를 하며 몸무게를 재는 추태를 보여드렸었다.




그때 엄마께서 해주셨던 건강한 각종 나물 반찬에,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들어 주신 된장찌개에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깻잎도 엄청난 엄마의 손솜씨로 다 정성껏 맛있게 만들어 주셨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결코 살수도 구할 수도,  아니 온 지구상에서 일확천금을 주고도 어떻게 돌아가신 엄마의 손맛 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




 


엄마 말 안 듣는 사람은 탈이 난다더니, 나는 결국 목표한 5킬로 보다 살이 더 빠지는 데는 성공을 하였었지만, 결국은 엄마가 해주셨던 엄마손 건강식도 하나도 못 먹어보고,  엄마 속은 시꺼멓게 만들어 놓고, 먹는 게 없으니 기운이 없어서 모처럼 비싼 비행기값 쓰고 한국 가서는 엄마와도 쇼핑 두세 번 나갔었던 게 다 이었었다.


뉴질랜드와 한국 긴 왕복 비행에 지친 몸 그리고 생전 겪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재난 같았던 당시의  인생사에 마음과 정신도 쇠약해지고 영양실조까지 겹쳐진 탓인지 이곳에 돌아와서는, 오한을 동반한 심한 몸살로 일주일을 앓아누워버렸다.






엄마 속 썩이면 평생 후회하는 청개구리처럼, 이젠 엄마 손맛,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 엄마의 걱정과 사랑, 뒷모습까지도 이렇게 그리워하는 나는 비가 오는 날만이 아닌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해가 쨍쨍하거나, 맛있는 식당에 가거나, 좋은 것을 보거나, 엄마한테 잘 어울릴 만한 옷을 길을 걷다가 발견하거나, 할머니가 된 엄마와 같이 쇼핑하는 중년의 딸을 보거나, 혼자 우두커니 아무것도 안 하고 있거나, 갑자기 오늘처럼 무언가를 써 내려가려고 하는 모든 순간에 엄마가 그립고, 보고 싶고, 너무  미안해서 쉬지 않고, 개굴개굴 목놓아 슬피 울며, 노래하는 처량한 청개구리가 되어버렸다





고로 지금도 기회 있으신 분들은 ,

엄마 말씀 잘 들으세요.

엄마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깁니다.

엄마말 안 들었던 청개구리는 오늘도 개굴개굴 엄마 떠나신 연못가에서 울고 있습니다.


**이미지: Pexel, Pixa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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