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50살부터 정직원, 열일 열인생 시작"
10세가 되기 전까지 나의 최고 관심사는 강아지와 놀이터, 그리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기였었다. 요즘과는 달리 내가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들께서 먹고사는 일이 너무 힘드시고 바쁘셔서, 사교육은 웬만큼 있는 집 아이들이 아니면 거의 못 시키셨기에, 그저 산으로 들로 뛰어놀던 아주 행복하고 자유로운 야생마 같던 시기였었다.
20세가 되기 전의 나의 최고 관심사는 공부! 그리고 대학 입시 준비, 내신점수 잘 따기, 이과 성적 평타유지하기 등 모든 게 공부 그리고 시험의 연속이었다.
그때의 나는 사춘기를 느끼고 겪어볼 겨를도 없이, 사교육이 불법이었어도 암암리에 대부분 하던 부촌 평창동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의 다른 친구들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가 나의 최대 관심사 그리고 목표였었다.
20대 초반은 대학을 다니며, 각종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리즈시절이었던 20대 미모유지비를 충당하느라 바빴었고, 또 몇 년은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잠시 일을 하다가, 25세부터 32세까지의 모든 공부와 일에서의 공백기 그리고 세상으로부터의 단절기...... 아직까지는 여백으로 남겨두겠다......
33세부터 40세는 홀로서기, 살아남기 그리고 자립하기 등이 나의 키워드였었다. 뉴질랜드라는 외딴섬에 홀로 남겨져서, 치열하게 생존하고, 배우고, 생활해 왔었다. 그 당시 나의 키워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영어 공부 하기, 좋은 직장 잡기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 되기였었다. 곧 다시 만나야 될 어린 사람들이 있었기에....
40대에는 그야말로 나의 별명인 도나키호테 (여자 돈키호테)로서의 캐릭터를 실현시키듯이, 감히 수포자의 신분으로 약대에 도전하며, 최대 관심사는 20년 만에 다시 공부, 약대 입학, 약사시험 합격 그리고 46세부터는 뉴질랜드 신입 약사로서의 삶이었으며, 그 당시의 키워드는 하루하루를 무사하고 안전하게 사건 사고 없이 마치기였었다. 신입 약사 시기는 가장 실수가 많이 날 수 있는 위험한 시기이기에....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우린 어린 시절 그리고 사춘기를 거치는 성인이 안된 나이이기에 대부분 부모님 아래서 생활을 하고, 20대에는 대학과 취업등에 정신없이 보내다가, 30대와 40대에는 각자하고 있는 일이나 공부나 사업에서 성장하려 집념을 불태울 것이고, 혹은 여성 중의 일부는 결혼생활로 경력 단절 후 육아에 전념하며, 아이들의 학업에 한참 열성을 보이며, 자기 자신은 일단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우리는 50살쯤 되어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직업이나 사업도 살아갈 정도의 안정이 되고, 공부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가족들도 서로의 성향을 거의 충분히 파악하여 덜 부딪치는 안정기에 접어들며, 새치가 흰머리가 되고, 잔주름이 깊게 자리를 잡을 때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인생의 정직원 사원증을 받아 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제 몸의 한두 군데가 낡고 고장 나는 것을 보며 자신의 건강을 챙길 필요를 배우고, 나의 인생에 중요한 사람을 그리고 그 많은 곤경을 지나는 동안도 누가 곁에 있어준 사람인지 알게 되고,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되는 이유를 찾게 되며, 자신의 행복은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며, 그동안 해왔던 일과 공부가 자기가 만족할 만한 건지 볼 수 있는 눈도 열리며, 남은 반 평생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행복할지 연구도 하게 되는 정직원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명예퇴직이 되지 않도록 50세가 되어 정직원이 된 이들은, 이제 남은 인생을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고, 북돋아 주면서 용기와 희망으로 하루하루 삶이라는 우리의 업무를 건강하게 제대로 열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우리의 인생직장의 정년을 무사히 채우고, 만기가 됐을 때에, 만족하고 후회 없는 삶이라는 두둑한 퇴직금을 받으며 귀한 이들의 사랑과 존경으로 마음 편안한 퇴직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미지: pexel, pixaboy